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내 비준을 위한 여정이 그 긴 터널의 끝에 다다르고 있는 느낌이다.
한미간 FTA 협상 타결 소식이 지난 2007년 4월에 발표됐으니 벌써 4년을 훌쩍 넘긴 시점이다. 그동안 의회 비준을 앞두고 쇠고기와 자동차의 걸림돌로 수차례나 무산됐다가 올해 처음으로 비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민주·공화 양당의 견해차로 심의절차 개시가 또 지연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식 비준을 받기엔 갈 길이 먼 듯하다.
FTA는 치열한 글로벌시대에 국가가 생존을 위해 소위 국가적 틀을 벗어 버리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말이 프로그램이지 그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수출입 의존도가 국가경제의 80%에 달하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절박한 생존전략이다.
자칫 FTA를 소홀히 했다가는 나라가 막다른 골목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 성사야말로 한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놓고 이를 준비하는 외교 공무원들의 일련의 태도를 보면 아직도 FTA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가 할 정도로 느긋하다는 느낌이다. FTA 비준을 대비하는 최일선 책임자로서의 절박함을 찾을 수가 없다.
최근 신연성 LA 총영사가 FTA에 관한 언론홍보 요청서를 들고 허겁지겁 한인 언론사들을 찾아다녔다. 미 의회의 FTA 비준을 위한 심의가 7월중 시작될 전망이니 한인 언론사들의 홍보와 지원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굳이 홍보 요청을 하지 않아도 본보는 그동안 한미 FTA 시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수없이 많은 기사를 쏟아 내왔다. 지난 수년 동안 특집을 제작할 때가 되면 나오는 단골 메뉴가 바로 한미 FTA였다. 한미 FTA가 현실화되면 미국 내 한인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인사회와 한인들의 한미 FTA에 대한 기대와 준비가 얼마나 컸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뒤늦은 홍보 요청을 하고 다니는 신 총영사의 모습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미국 근무가 처음이고, 더구나 부임한지 얼마 안 된 신 총영사로서는 대사관의 지시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다.
미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한 외교활동의 총책임자인 한덕수 주미대사의 행보는 더 딱할 노릇이다. 한 대사는 지난 2009년 3월 부임이후 2년 동안 최근까지 5차례 LA를 방문했다. 모두 FTA 관련 방문이었다. 그 때마다 주류 정치인이나 재계 인사들만 만나고 서둘러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인들과의 만남을 위한 방문은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사는 지난해부터 FTA 홍보차 무려 24개 도시를 돌았지만 이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FTA 비준은 공무원들의 전시성 활동으로 성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리가 마련됐으니 정신없이 왔다가 몇 분 연설하고 악수한다고 의원들이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의원들은 표를 쥐고 있는 주민들이 진정 FTA를 원하고 있는지, 한미 FTA가 성사되면 지역 투표권자들의 경제가 얼마나 좋아지고 일자리가 어떻게 창출되는지, 그리고 투표권자들의 생활이 얼마나 좋아지는지를 따진 후 표를 던진다.
그 핵심 키를 LA를 비롯한 미국내 각 지역 한인들과 한인사회가 쥐고 있다. 한미 FTA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한인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의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전 한미 FTA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FTA를 반대하는 한국 농민단체들과 직접 만나겠다고 주문하던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당시 한 장관이 말한 적이 있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저렇게 물불 안가리고 뛰는 사람 처음 봤다”며 관계 부처직원들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사든 총영사든 무역관 주재원이든 직접 들고 뛰어야 한다. 홍보 요청서나 돌리고 다닐 게 아니다.
모국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나설 200만이 넘는 한인 지원군들을 직접 만나서 지금 모국의 경제 100년 대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일선의 외교 공무원들이 그 절실함을 몸소 보여야 할 때다.
조환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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