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총선에 훼어팩스 카운티의 교육위원 선거가 있다. 지역구 9명과 광역 3명을 선출하는데, 나는 이 선거에서 광역위원직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임기 4년의 광역위원직에 다시 당선되면 이제 4선째가 된다.
훼어팩스에서는 교육위원을 1995년부터 선거로 선출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카운티 수퍼바이저들이 2년 임기로 임명을 했었다. 버지니아주의 교육위원 선거는 법률상으로 ‘non-partisan’ 즉 ‘비정치’ 선거로 규정되어 있다.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선거 때 후보자들 이름 옆에 정당 소속 표기가 없다. 그러나 정당이 특정 후보를 지지(endorsement)할 수 있도록 법이 허락하고 있기에 사실상 정당의 후보나 다름없다. 민주, 공화 양당은 지지하는 후보자들을 정식으로 공표하고 그러한 후보자들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득표 활동을 벌인다. 지금까지의 교육위원 선거에서 정당의 지지를 받지 않은 후보가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음을 놓고 볼 때 정당으로부터의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다. 나는 교육위원 선거에 처음 출마했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민주당의 후원을 받아왔다. 이번 11월의 선거에서도 지난달에 민주당의 공식지지를 얻어냈다.
이번에 다시 교육위원직에 출마하기로 결심을 하면서 오래전에 조셉 가틀랜드 전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이 분은 3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1972년부터 2000년까지 28년간 4년 임기의 주 상원의원직을 7번이나 연임한 유능한 정치인이었다. 어떤 모임에서 이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평소 존경해왔으나 워낙 대선배여서 말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대화를 시도해 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 분께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의원직에서 봉사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 분으로부터의 서슴지 않은 대답이 나로 하여금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만들었다. ‘Money, Power, and Greed’ 즉, ‘돈, 권력 그리고 욕심’이 그 이유라는 것이었다. 물론, 새까맣게 아래인 후배에게 농담조로 던진 말이었지만 나름대로 선출직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은 자신의 공직 도전의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끔 하는 대답이라 생각되었다.
주 상원의원이나 카운티 교육위원 자리가 결코 ‘돈’이 생기는 자리는 아님은 분명하다. 오히려 상원의원이나 교육위원직 수행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따져볼 때 1년에 1만8천불 정도 보수를 받는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직이나 2만불을 받는 훼어팩스 카운티의 교육의원직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분명 손해 보는 자리이다. 그러나 ‘권력’이나 ‘욕심’이라는 측면에선 가틀랜드 의원의 말을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 같지 않다.
나도 이번에 다시 출마를 결심하면서, 그동안 교육위원직에 있으면서 누려왔던 ‘권력’에 맛이 들어서, 혹은 내가 꼭 계속해서 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연임에 도전하려는 것은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교육위원직은 분명 학군내의 공교육 정책과 예산을 감독하고 결정하는 권력이 부여된 자리이다. 그러기에, 나 자신 역시 주민들이나 여러 이익단체들로부터 민원과 로비의 대상자로서 주목을 받고, 법에 따라 각종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러한 권력을 놓기가 아쉬워 계속 그 자리에 출마하려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순수하게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그리고 양질의 교육 기회를 지역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갖고 있는 열정을 다 하겠다는 처음의 결심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개인적인 권력욕 때문에 교육 위원직을 수행해오지는 않았다고 자부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해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해이해진 마음은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물론, 주민의 대표로 교육행정을 감독하고 옳다고 믿는 정책을 일선 교육현장에서 펼치려면 권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을 획득하겠다는 권력의지, 즉 욕심이 없으면 경쟁을 거쳐가며 어려운 선거를 치룰 수도 없기에 욕심이라고 모두 나쁜 것도 아닐 것이다.
이번에 다시 출마 결심을 하며 맨 처음 교육위원직에 도전했던 1995년을 떠올려 본다.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이민자 출신도, 그리고 동양계 주민도 이곳에서 선출직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순수했던 초심을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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