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결이 온통 넘실거린다” - 오는 7월1일은 중국공산당 창당 9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 날을 앞둔 중국의 모습을 특파원들은 이런 식으로 묘사한 것이다.
동원할 수 있는 선전선동기구들은 모두 동원된 것 같다. 곳곳에서 홍가(紅歌)가 울려 펴진다. 문화 혁명기를 연상시키는 학생 하방(下放)운동이 펼쳐진다. 항미원조(抗美援朝?중국의 6.25참전)등을 미화한 혁명 TV드라마가 제철을 만났다.
‘건당위업’(建黨偉業)이 그 제목이었던가. 사상 최대 제작비에 중화권 스타들을 총동원해 만들어진 공산당 선전 영화가 중국 전역에서 일제히 개봉됐다.
중국공산당 창당 90주년의 해를 맞아 그리고 발간된 것이 중국공산당사 제 2권이다. 제 1권은 공산당 창당에서 1949년 공산당 정권 수립까지의 기간을 다루었다. 2권이 커버한 시기는 그 이후에서 1978년 등소평에 의해 개혁개방정책이 도입되기까지의 기간이다.
1,074 페이지에 이르는 이 공산당사 2권이 나오기까지 무려 16년이 걸렸다.
대약진운동에서, 문화혁명 등 공산당의 어두운 그림자가 특히 짙게 드리었던 시기가 바로 이 기간이다. 그래서인지 개작에 개작을 거듭하고 공산당 지도부의 까다로운 검열 끝에 간행 된 것이다.
그 중국 공산당사 2권을 워싱턴 포스트의 앤드류 히긴스는 이렇게 요약했다. “한 마디로 공산당 1당 집권의 정당성(legitima-cy)을 주지시키기 위한 메시지로 일관돼 있다.”
공산당 통치 찬가가 말하자면 이 책의 주제라는 거다. 부제는 모택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다. 그 평가가 그런데 그렇다. 수천만을 굶겨 죽인 대약진운동, 중국의 정신적 황폐화를 불러온 문화혁명 등 모택동이 저지른 죄과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있어 하는 말이다.
“분명 과오가 있다. 그러나 모 주석의 공은 그보다 훨씬 크다.” 80년대에 세워진 그에 대한 평가기준이다. 그 기준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문화혁명의 과오는 4인방 때문이지 그의 죄과가 아니다. 수많은 혁명동지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주자파 숙청도 그를 둘러싼 간신(奸臣)들 탓이다. 모택동은 수천만의 아사자를 낸 대약진운동의 오류를 초기에 깨닫고 바로 정책수정을 꾀했다. 이런 식으로 기술된 것이다.
이 중국 공산당사에 대한 정통 역사학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뻔뻔한 거짓말과 정치선동으로 일관돼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모택동은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정책을 밀고 나갔다. 게다가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인민의 절반이 죽고 나머지 절반이 배를 불리는 것도 좋지 않은가’라고.” 화란의 중국문제 전문가 프랭크 디코터의 말이다.
“1949년 공산당의 집권은 행복을 가져온 게 아니다. 정반대다. 중국인들은 이후 30년 동안 불행의 심연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모택동 정책에 직접 희생된 사람만 5,000만이 넘는다. 무대 뒤에서 중국을 망치고 수많은 사람들을 엄청난 비극에 빠져들게 한 장본인이 모택동이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마오유시의 말이다. 모택동 우상화 작업은 이제 그만, 인간 모택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 작업이 이루어져야한다. 그게 중국이 사는 길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모택동 신화는 서방에서 이미 퇴색된 지 오래다. 그에 대한 많은 연구작업을 펼쳐졌다. 그 결과 모택동의 맨 얼굴은 과대망상에, 섹스 집착증 환자, 인류 학살자 등으로 포착되고 있다.
그 모택동 미화가 중국에서 왜 계속되고 있을까. 그는 중국 공산당과 동일시된다. 그에 대한 공격은 당에 대한 공격과 다를 바 없다. 차기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중추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혁명세대의 자녀들인 이른바 ‘태자당’들이다. 흠결이 없는 공산당의 과거가 바로 이들의 정치적 자산이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공산당이 불신을 당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특히.
게다가 과거사는 극히 중요하다. 역사는 현재를 장악한다. 역사공간을 지배한 세력은 또한 미래도 지배할 수 있다. 문화 권력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 공산당은 과거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허구의 공산당 역사를 마치 한 시대의 이념인 양 써가고 있는 것이다.
눈을 한국으로 돌리면 이와 역(逆)의 사실이 발견된다. 이승만 두들기기다. ‘부산 임시수도 기념거리’에 세워진 이승만 동상에 핏빛 페인트가 칠해졌다. 그리고 그 동영상이 배포되면서 동상도 철거됐다. 페인트 제거 보수를 구실로.
왜 이승만 두들기기인가.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나라다’ - 반(反)대한민국 세력의 자학의 역사를 새삼 주지시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 사관에 따르면 대한민국 건국은 이승만의 권력의지와 미국 제국주의 전략의 야합의 산물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건국대통령 동상에 핏빛 페인트를 뿌림으로써 ‘외세를 끌어들여 독재정권을 세운 인물로 이승만’을 부각시키는 거다. 궁극의 목적은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이고. 이것이 선거정국을 앞둔 이승만 두들기기의 노림수가 아닐까.
이승만을 저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본다. 건국 대통령으로서 이승만에 대한 온당한 평가가 이루어질 때 자학의 역사관은 소멸된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제자리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게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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