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ung Kim’씨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대사직에 지명되었다는 소식이 한국과 이곳 동포사회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본인이 태어나 중학교 일학년 때까지 자랐던 고국으로 부임한다니 크나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부디 여러 사람들의 큰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 주기바라며, 축하의 인사를 함께 전하고 싶다. 그의 성공이 그를 바라보는 많은 후배들에게도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론에 보도된 김 대사 지명자의 배경을 접하면서 필자도 한 때 외교관의 꿈을 꾸었던 적이 생각났다. 특히 대만서 일년 간 공부하고 대학 4학년으로 복학하면서 나름대로 진로 결정으로 인한 고민을 거듭하면서 말이다. 당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외교학, 법학 그리고 주제넘게 신학까지 놓고 어찌할 줄 몰랐던 적이 있었다. 신학은 그때 필자가 다니던 교회 담임 목사님의 사랑이 담긴 따끔한 말씀 단 한 마디에 바로 접었지만 외교학과 법학 사이에서 제법 씨름을 했어야 했다. 결국 미국으로 이민 오기 전 한국서 공부할 때 생각했던 법학으로 정한 것은 거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결정이었다.
대학서 공부하며 전공 선택으로 그리고 진로 결정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필자 나이 또래 이상 세대가 한국에서 공부하던 때는 소위 말하는 인기학과라는 것이 있었고 많은 경우 성적순으로 전공을 정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하려면 다른 전공에 비해 공부를 어느 정도 잘해야 한다든지, 성적이 어느 정도이면 어느 대학에서 무슨 전공을 할 수 있다든지 하며, 학생 자신의 취향이나 적성에 상관없이 전공을 정하곤 했던 것 같다.
하기야 필자가 한국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그때부터 거의 40년이 다 되어가는 요즈음의 이 미국 한인동포사회에서도 아직도 그러한 행태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아니더라도 공부를 잘하면 대학원은 의대나 법대로 지망하는 것을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필자의 큰 애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그 전공의 선택이 본인의 취향과 적성에 전적으로 바탕을 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학 입학하기 전부터 은연 중 필자나 집사람이 강권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과학고를 다녔던 큰 애가 고등학교 때 한 번도 택해보지 않았던 경제학을 부모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닐까 자문해 본다.
대학서 전공을 정하는 게 쉬운 것 같지 않다. 사실 18~19살 나이에 어쩌면 앞으로 남은 60년 이상의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전공을 정해야 하는 것처럼 곤혹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필자의 둘째의 경우를 보면 이제 대학 2학년을 마치면서 전공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정했지만 그 때까지 여러 번 생각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필자의 경우도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에 이민 와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에 있었을 때는 소위 ‘문과’ 반에 있었으면서도 이곳에서는 영어가 어려웠기에 수학과 과학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대학에 처음 들어갈 때는 당연히 이곳 고등학교 때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발휘할 수 있었던 화학을 전공하기로 했었던 것이다. 물론 그 후 결국은 이과보다는 문과 체질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문과 과목으로 전공을 바꾸었지만 필자와 비슷한 경우에 있던 많은 친구들은 영어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적성이나 취향을 무시한 채 이공계통의 전공으로 계속 공부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훌륭한 문학가가 될 수도 있는 재능을 가진 학생이 공학을 전공하는 것도 본다.
교과서적인 결론이라고 할지 몰라도 전공 선택은 그 전공분야 일자리의 봉급액수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가장 많이 공부했거나 잘하는 과목도 아닌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택해야 한다. 자녀들의 이러한 결정에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어떠한 결정이든 격려하고 축복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본인들만큼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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