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신출귀몰(神出鬼沒)한 전술이라고 해야 하나, 기상천외(奇想天外)의 작전이라고 해야 하나.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 하겠다. 비밀리에 함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 그 협상과정을 일방적으로 폭로하고 나선 뒤통수 때리기 식의 북한 행태 말이다.
새삼 한 가지 질문이 던져진다. 이런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것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과거 해방공간에서 6.25동란, 그리고 최근의 ‘햇볕 10년’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를 짓눌러온 이념적 대립과 갈등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시각차이서 비롯됐다.
그러니 진부하다 못해 지겨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질문이 또 다시 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 된다. 2011년 6월이라는 시점에 대한민국이 맞은 문제는 여전히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로 압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 체제를 둘러싼 보수와 종북 세력의 대립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다.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현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는 시각과도 직결된다. 그뿐이 아니다. 그 문제는 경우에 따라서는 총선에서 대선으로 이어지는 내년 한국 선거정국을 뒤흔들 수도 있는 뇌관이 될 소지마저 보이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북한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다시 한 번 그 질문을 되뇌어본다. “그 체제는 전혀 무책임한 체제로 주민에게 고통과 불행만 안겨주는데 있어 특이한 능력을 가진 그런 체제다.” 북한문제 전문가 마커스 놀란드와 스티븐 해가드가 내린 결론이다.
수 천 명의 탈북자들을 일일이 면접했다. 동시에 장마당을 통해 생존해나가는 북한 주민들의 동태도 면밀히 추적했다. 그리고 내놓은 공동 저서를 통해 북한 체제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린 것이다.
북한의 법은 장마당에서의 상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반면 북한 주민 대부분이 장마당을 통해 목숨을 부지해나가고 있다. 그 결과 북한주민은 누구나 법 저촉자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 정황에서 제멋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북한의 사회 안전원이다.
북한 체제는 사회 안전원이 시도 때도 없이 아무나 체포 할 수 있는 체제로 보면 된다는 게 놀란드의 설명이다. 정치범 수용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보다 훨씬 가볍게 취급되는 경제사범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고문은 일상화 되어 있다.
때문에 굶어 죽고 맞아 죽는 사례가 비일비재 한 게 북한의 현실이란 고발이다.
그 체제하에서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심한 스트레스성 신경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다.
프리덤 하우스도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프리덤 하우스는 해마다 인권탄압 최악국가들을 선정한다. 올해에 그 리스트에 오른 나라는 모두 9개 나라다. 소말리아, 리비아, 수단 등. 그 최악의 인권탄압국에는 물론 북한도 포함돼 있다.
북한 관련 프리덤 하우스의 설명은 이렇다. “인권탄압 최악국가 리스트를 발표해온 지 40년이 됐다. 그 오랜 세월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최악’에 선정된 세계 유일의 국가가 북한이다.”
그 북한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사악한 체제’(depraved regime)라는 게 일반적 정의다. 어찌 보면 국가라고 볼 수도 없다. 그래서 북한에 존재하는 것은 범죄기록밖에 없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기도 하다.
이 사악한 체제들은 타자의 인간성은 같은 것은 아예 인정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무고한 인명을 살해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 국민은 물론이고 자국민에게도 압제적이다. 그리고 그 탄압정책을 하나의 권리로 간주한다.
이런 체제와 평화공존이 가능할까. 뉴욕타임스의 데이빗 브룩스가 던진 질문이다. 스스로가 내린 답은 한 마디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스민 혁명의 불길이 번져나가고 있다. 전재주의 독재 권력에 대한 저항이 확산되고 있는 역사적 순간에 한 번 생각해야 볼 것은 ‘체제 성품론’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 마디로 사악한 체제다. 그 체제를 대화를 통해 정상적 체제로 탈바꿈시킨다. 그 시도는 무지 아니면 위선이다. 그러므로 평화정착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사악한 체제를 대상으로 한 ‘레짐 체인지’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사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불화(不和)의 여신 에리스의 사과가 던져졌다. 비밀리에 추진해 온 남북정상회담 협상을 일방적으로 까발리는 폭로형식으로. 그 대응방법은 무엇일까. 기존의 대북정책의 틀을 유지한 채 의연한 자세로 묵묵히 기다리는 거다.
“장마당은 물질적 필요는 물론 자유로운 정보가 오가는 준 사회적 자치 지역화 되고 있다. 그 결과 북한주민들은 점차 해외사정에 눈을 뜨고 있다 그와 반비례해 김정일 체제의 장악력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놀란드의 말이다.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또 다시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시장 세력과의 싸움에 밀려 머지 않아 붕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고 있는 그런 체제가 아닐까. 정상회담 협상 폭로는 그 초조감의 발로이고.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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