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품질개선, 재도약 발판
■정몽구 회장 취임 ‘품질 경영’ 선포
2000년 9월 서울 계동 현대 사옥.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자동차전문그룹 출범을 선언하는 정몽구 회장의 얼굴에는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10년 뒤 세계 탑 5대 메이커로 도약할 것”이라는 비전을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전년도인 1999년에 현대ㆍ기아차는 211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11위에 머문 데다 미 시장점유율은 3%에도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탑 5’ 진입은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렸다.
정몽구 회장이 계열 분리 후 처음 진행한 행사는 품질혁신 결의대회였다. 그만큼 품질경영에 사활을 걸고 직접 진두지휘했다. ‘품질경영 없이 미래도 없다’는 ‘진리’는 현대차 경영을 맡기 전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서비스 경영을 통해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후 한 달에 두 번씩 품질회의를 주재했고 조금이라도 퀄러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신차 출시를 아예 연기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품질 문제로 인해 ‘쓰고 버리는 차’로 불리며 조롱을 당할 때 품질조사단을 꾸려 미국에 파견했다. 그가 미국으로 떠나는 조사단에 “문제점을 찾지 못하면 귀국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던 이야기는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당시 조사단 일원이었던 한 퇴직한 직원은
“선진국 차들과 비교해서 개선책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때는 꼭 죽으러 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해외 언론들은 지금의 현대차의 성공에 대해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을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포춘’은 “현대차의 고속 성장과 정몽구 회장의 품질을 위한 열정, 공격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등이 현대차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파격적 10년/10만마일 보증제
정몽구 회장 취임 후 최대 과제는 소비자들이 믿고 탈 수 있는 자동차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품질은 나쁘지만 그냥 싼 맛에 타는 차’ 라는 굳어진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게 급선무였다.
마침내 현대차의 미 시장 공략의 새 역사가 시작됐다. 현대차는 2000년 업계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10년 10만마일 워런티’라는 ‘폭탄’을 들고 나왔다.
개선된 현대차의 성능과 품질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과거 현대차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이를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점에서 ‘벼랑 끝 전술’인 셈이었다.
TV에 광고를 쏟아 붓고 딜러들이 대대적으로 품질의 우수성을 설명해도 믿으려 하지 않던 소비자들의 마음이 10년 10만마일 워런티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신반의하며 구입한 고객들이 달라진 현대차의 품질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현지화 전략 ‘메이드 인 USA’ 시대로
현대가 미 시장에서 확실한 뿌리를 내린 데는 품질 경영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현대는 2003년 어바인에 현대·기아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2004년에는 캘리포니아시티 주행시험장을 완공했다. 이 주행시험장은 여의도의 6배 크기로 외국 메이커의 미국내 주행시험장으로는 도요타, 혼다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2005년 앨라배마주에 첫 완성차 공장을 세운 것은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
1986년 소형 세단 엑셀을 미국에 들여온 지 19년 만에 자동차 개발부터 생산, 판매,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라이프 사이클 전 부문을 현지화한 본격적인 ‘메이드 인 USA’ 시대를 연 것이다.
또 같은 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에 ‘현대·기아차 미국 기술연구소’도 완공했다. 이곳은 차량 설계와 종합적인 차량 개발을 하는 최첨단 연구소다. 이로써 현대는 미국내 ‘디자인-개발-생산-테스트’ 라인을 구축, 시장 공략에 한층 탄력을 낼 수 있었다.
10여년간 이어진 ‘품질 경영’추구는 실적에 그대로 나타났다. 2001년 10만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2003년 40만대, 2005년에는 45만대를 넘어섰다.
또 2004년 자동차 조사기관 ‘J.D.파워’ 신차 품질조사에서는 사상 처음 도요타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이 결과에 대해 미 언론은 “사람이 개를 물었다”고 놀라워 했지만 ‘사람이 개를 문 것’이 아니었다. 10여 년이 흐른 2011년 5월 현대ㆍ기아차는 미 시장에서 ‘꿈의 점유율’로 불리는 10%를 돌파했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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