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동북지역의 태평양 물밑에서 일어난 강도 9의 초강력 지진에 이어 15미터 높이의 거대 쓰나미가 일어났다. 대부분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1만5,000명의 사망자와 9,000명의 실종자들과, 그리고 최대 34만의 이재민들이 생겨났다. 또 이로 인해 동북지역 태평양 연안에 건설되어 있던 15기의 발전용 원자로들이 모두 멈춰 섰고 그 중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구내의 원자로 6기중 4기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대등한 수준의 방사능을 대량 유출하여 중대한 환경오염사태가 이어졌다.
후쿠시마 현 동쪽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는 도쿄전력 소유의 후쿠시마 제1원전 구내에 가동 중이던 1, 2, 3호기와 연료봉이 제거된 상태의 4호기, 정기정비를 위해 가동이 중단되어 있던 5, 6호기 등 6기의 원자로들이 전력 공급용 철탑이 지진으로 무너져 전력공급이 중단되자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시동되어 노심 냉각수가 순환되었다.
그러나 41분 후부터 수차례 들이닥친 쓰나미에 디젤 연료탱크가 유실되고 비상전원용 발전기와 배터리들이 침수되어 냉각수 순환이 중단되자 노심과 폐연료봉 저장수조가 과열되었다. 1, 2, 3호기에 모두 부분적 노심의 핵연료 용융이 일어났고 2호, 4호기에 수소폭발이 일어나 건물이 크게 파손되고, 대량의 고준위 방사능이 유출되기에 이른 것이다.
반경 20킬로미터 내의 모든 주민들의 대피령이 내려졌고 마침내 원전사고 등급도 1996년 일어난 쳬르노빌 원전사태에 비등한 7등급으로 선포되었다. 원전방사능 피해자에 대한 도쿄전력의 보상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일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천재지만 건설당시의 멍청한 설계기준과 대 재해 가능성 경고에 대해 아무런 대비 조치도 취하지 않아 당한 인재이기도 하다. 제1원전은 원래 높이 35m의 언덕을 단단한 암반이 나타나는 10m 높이로 깎아 건설하였다고 한다.
이 원자로들은 규도 6.5의 설계기준에 따라 1967년에 1호기, 1973년에 6호기가 기공되었으며 1971년에 1호기, 1979년에 6호기가 상업용 발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진의 나라 일본에 있어서 너무도 안이하고 무책임한 기준으로 건설된 것이다.
3월23일자 일본 신문에 의하면, 1970년대에 설계와 안정성 검증을 담당한 도시바 회사의 기술자들이 규모 9의 지진이나 항공기 추락의 경우를 대비하자고 진언했을 때 이런 견해는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것은 생각할 필요 없다”면서 일축됐고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사고는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규모 8의 지진은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됐으며 쓰나미는 설계조건에 들지도 않았다 한다.
사고 20년 전인 1990년대에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NRC)는 이미 후쿠시마 원전형의 원자로들은 지진에 의해 비상용 디젤발전기의 파손이나 정전, 저수탱크의 고장 등 부대시설의 고장이 일어나 냉각기능 부전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권고는 일본의 원자력안전보안원도 채택하였다.
또 2004년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가까운 지역에서 서기 869년에 일어났다는 쓰나미가 내륙 3-4km까지 밀고 들어 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도쿄전력측은 “아직 충분한 정보가 없다” “계속 검토해 보고자한다” 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원자력 안전보안 감독기관과 전력회사들 사이의 유착과 전력회사들의 내진대비에 대한 인색함이 인재의 원인이 된 것이다. 최근 한국의 금융감독원과 일부 저축은행들 사이에 벌어진 것과 비슷한 인사 교류와 상호 보호 행위 등이 일본에서도 관행적으로 지속되는 것으로 보도되어 왔다.
재난에 대비하는 일에는 ‘지나침’이 있을 수 없다.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모든 경우에까지 대비하지 않을 경우 이번과 같은 피해는 막을 길이 없다. 재난은 인간의 사고력을 넘어 닥쳐오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안전, 보안 시설 설치와 유지는 항상 저 순위로 밀리게 마련이라 균형 잡힌 시각을 지니지 못한 최고 경영자가 있는 한 안전과 보안사고는 없어지기 힘들 것이다.
신철길
공학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