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중 하나로 기록될 빅게임이 내일(28일) 영국 런던의 ‘축구성지’ 웸블리 스테디엄에서 펼쳐진다. 바로 201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올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챔피언인 FC 바르셀로나가 각각 구단 역사상 4번째 유럽 챔피언 자리를 놓고 맞붙는 일전. 명실상부한 세계 축구 최강의 두 팀이 최고의 무대에서 맞붙는 ‘꿈의 매치’다.
UEFA 챔피언스리그는 월드컵 본선과 더불어 축구선수라면 가장 나가고 싶은 ‘꿈의 무대’다. 거기서도 하일라이트인 결승전에 나간다는 것은 축구선수로서 일생일대의 축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세계 축구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선수들 가운데서도 이 ‘꿈의 무대’에서 뛰는 특권을 누리지 못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한 번 뛰어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선수들에게 커리어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빅이벤트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원칙적으로 유럽 클럽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지만 실제론 세계 챔피언을 결정하는 무대나 마찬가지다. 세계 축구의 양대산맥은 유럽과 남미로 분류되지만 클럽축구에 관한 한 남미는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 북중미의 최고스타들까지도 거의 대부분 유럽무대에서 뛰고 있는 현실에서 ‘유럽 챔피언이 곧 세계 챔피언’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소위 세계 클럽축구 챔피언 결정전이라는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비해 지명도나 인기에서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 꿈의 무대에 자랑스런 코리안 청년 한 명이 중심에 우뚝 선다. 맨U의 ‘코리안 수퍼스타’ 박지성이다. 동방의 작은 나라 코리아에서 온 왜소한 체격의 더벅머리 총각이 지금 지구촌 축구팬들이 서로 입에 거품을 물고 작전을 논할 때 그 중심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과연 그가 이번 경기에서 바르셀로나의 지상 최고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를 전담 마크에 투입될 것인지, 아니면 바르셀로나 미드필드의 핵인 사비 에르난데스를 잡는 쪽으로 기용될지 여부를 놓고 세계 축구팬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박지성은 이번이 개인적으로 벌써 3번째 챔피언스리그 결승 경험이다. 하지만 첫 두 번의 경험은 그리 좋은 기억을 남겨주지 않았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지난 2008년 결승에서 박지성은 어쩌면 생애 최악의 경험을 했다.
첼시와의 결승전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그를 교체명단에서조차 뺀 것이었다. 결승에 앞서 8강과 4강전 4경기(홈&어웨이)에서 모두 선발로 풀타임을 뛰었던 박지성이었기에 정작 결승에서 벤치에도 앉지 못한 채 정장차림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심지어는 백전노장 퍼거슨 감독조차 그날 박지성을 엔트리에서 뺀 것이 생애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 이듬해 맨U는 다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복귀했고 이번엔 퍼거슨 감독이 그를 외면하지 않고 선발로 출전시켰다. 하지만 이번엔 결과가 뼈아팠다. 맨U는 전반 사무엘 에토오와 후반 리오넬 메시에 연속골을 내주고 0-2로 무릎 꿇어 타이틀 2연패 도전이 무산됐고 선발로 66분을 뛴 박지성은 결승전에 나선 역사상 첫 아시안 선수가 된 기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선수로서 가장 큰 스릴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던 무대에서 2년 연속으로 쓰라린 좌절감을 맛본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2년만에 다시 맨U와 함께 결승무대에 돌아왔다. 4년만에 3번째 결승. 그리고 상대는 바로 2년전 패배의 아픔을 안겨줬던 바르셀로나다. 박지성에겐 챔피언스리그 결승의 악연과 2년 전 패배의 빚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이번 대결은 미국에서 공중파 채널인 FOX-TV(LA지역 채널 11)을 통해 28일 오전 11시(LA시간)부터 생중계된다. 케이블이나 위성채널이 없어도 박지성이 세계 축구 최고의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맨U에서 그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선발 출장 가능성이 높다.
엔트리 제외의 악몽을 겪었던 지난 2008년의 아픈 기억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조심스런 입장이긴 하나 모든 조짐은 그의 선발 출장을 예고하고 있다. 박지성과 함께 환호하며 멋진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출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우 스포츠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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