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이름외우면 돈주지!
길민화 목사 (산호세 성결교회 교육목사)
손자 손녀들 다 모이면 거실 가득 유치원 분위기이다. 고만 고만한 8명의 손자 손녀들이 오면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뒷마당 동물농장으로 간다. 염소가 암수 두 마리, 양이 두 마리, 칠면조가 두 마리, 아침마다 알을 낳아주는 암탉들, 싸움대장인 수탉들… 이들모두가 가끔 오는 손자들에게 보여 주려고 할아버지가 기르는 것들이다. 할아버지 집 암탉이 낳는 알은 손자들에게 인기있는 간식이다. 유난히 샛 노랗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유정란을 삶아 주면 계란이 흔해터진 미국 땅에 사는 손자들이 서로 먹으려고 야단이다. 장손이라고 할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남편은 툭하면 건너 마을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등에 업고 가 당신집에 재우실 때마다 어린 마음에 엄마가 그리워 부담스러웠단다.
딸과 며느리가 손자들을 낳고 병원에서 첫 만남 때, 남편이 그 핏덩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품에 안고 축복 기도 해 줄 때의 가슴뭉클한 장면은 매번 잊을 수가 없는 감동이다. 손자들을 본 후 남편은 더 자주 자기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 올린다. 동물 농장 할아버지는 손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반면에 할머니는 대식구가 모이면 음식 준비에 바빠 싱크대 앞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인기가 없다. 오늘은 아이들과 같이 놀아 주고 싶은데 무엇을 하고 놀까? 사내 놈들은 게임기를 가지고 놀고 여자애들은 인형놀이에 바쁜데… “
모두 모여라! 할머니가 한국말 꼬리 잇기 게임에서 단어를 맞추는 사람에게는 1불씩 줄께!” 돈을 준다니 아이들이 내 주변에 뱅둘러 앉아 무슨 문제를 내나 호기심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 보고 있다. 쉬운 단어로 말꼬리 잇기를 시작하니 몇 년전 부터 교회에서 운영하는 한국학교에 다닌 딸네 아이들이 점수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사하면서 한 동안 한국학교를 쉬었던 아들네 아이들이 확실히 뒤쳐지기 시작 했다. 뒤쳐진 손자들의 점수를 좀 올려 주려고 색다른 문제를 내놓았다. “할아버지 이름 외우면 5불씩 주지!
나이가 어린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말해 주고 연습시키니 각각의 아이들이 발음하는 것 도 각양각색이라 웃음이 나온다. 미국에 이민 오기전 10년 간 군대 선교를 한 적이 있었다. 방공포 미사일 부대인데 주일이면 60명 정도의 사병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초코파이, 우유, 떡등 간식 보따리 잔뜩 챙겨 젊은이들을 먹이던 추억이 지금도 보람이 있다. 언젠가 조상의 뿌리에 대한 중요성을 가르치면서 사병들에게 자기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었더니 절반 이상이 할아버지의 이름을 몰랐다. 할머니의 이름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해마다 새로운 사병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았더니 여전히 비슷했다. 우리 손자들이 훗날 자기들을 그렇게 사랑한 할아버지의 이름을 기억하기나 할까? 성경의 인물들은 조상들의 이름을 정확히 안다. 남의 나라 이집트에서 삼십대의 나이에 일약 국무총리가 된 요셉은 “나의 증조부 아브라함과 할아버지 이삭과 아버지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조상들의 하나님께 기도 했다. 조상들의 이름을 알 뿐 아니라 그 조상들의 역사와 그들이 만난 하나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이스라엘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야기 부터 시작해서 조상들의 역사를 구전으로 정확히 전해 오던 것을 약 500년 이후 모세가 기록한 것이 창세기 12장 부터 시작되는 성경의 내용이다. 우리 아이들과 교인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내 남편의 고난의 역사 이야기를 듣는다. 중증의 선천성 기형 심장병으로 태어나 삶을 비관해 십대에 자살을 기도하다가 예배당 종소리에 끌려 교회를 나가고 …. 일년이면 몇 차례씩 한소리 또 하고 또 한다. 나는 수백 번도 더 들었지만 같은 소리 또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조상들의 역사는 나의 역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억지로 외우게 한 손자 녀석들은 돈을 받아 들고 싱글벙글 화색이 돈다. “ 제발 잊지 마라! 어려서 외운 너희 할아버지 이름을…. 그리고 그 할아버지의 삶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을 만난 이야기도 꼭 너희 부모들의 입을 통해서 듣고 또 듣고 하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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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하시용 목사 (서머나 한인 감리교회 담임)
세상이 뒤숭숭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여전히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자연 재해에 대한 불안함도 여전합니다. 중서부에 내린 비로 미시시피 강이 범람 위기에 처했습니다. 급기야 비상 댐을 열어서 물줄기를 돌려놓았습니다. 언젠가 인터넷에 우주 쓰레기(space junk) 사진이 나왔습니다. 그 동안 각 국가들과 기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쏘아 올린 인공위성들과 로켓의 잔해들이 쓰레기가 되어서 지구 주변의 우주를 맴돌고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요즘 우리가 사는 베이 지역도 5월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자주 내리고 기온도 서늘한 것이 정상이 아닌 듯 합니다.
세상이 뒤숭숭하면 언제나 등장하는 것이 종말론입니다. 다른 종교에도 종말론은 있지만 특히 기독교안에서 종말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종파가 꽤 있습니다. 성경이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고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질 것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1992년 10월 28일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던 다미선교회입니다. 그들을 믿는 신도들이 종말을 맞기 위해서 재산을 모두 팔아서 헌금하고 기도원으로 몸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들이 말하던 대로 종말은 오지 않았고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잊을 만 하면 어디선가 몇 월 며칠에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시한부 종말론자들이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우리 동네에 종말론자가 나타났습니다. 오클랜드에 본부를 둔 패밀리 라디오의 설립자 해롤드 캠핑(89)이라는 사람이 5월 21일에 휴거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노아의 홍수로부터 날수를 자기 나름대로 계산해서 종말의 날을 산정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수의 사람들은 그에게 현혹되어서 재산을 내놓고 휴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물론 캠핑이 말하던 휴거는 오지 않았습니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세상의 종말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무분별한 과학 문명의 발달과 지구의 오염이 대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04년에 출시된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서 지구에 다시 빙하기가 온다는 줄거리입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합니다. 열도 지방인 인도 뉴델리에 눈 폭풍이 몰아치고, 일본에 쓰나미가 밀려오고, LA에 토네이도가 옵니다. 뉴욕 맨해튼에 홍수가 나고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면서 온 세상이 얼음으로 뒤덮입니다. 영화는 우주선을 타고 있던 우주인이 지구의 절반이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것을 바라보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상에 다시는 빙하기가 오지 않을 것이랍니다. 영화는 사실이 아니라 심각한 환경 오염에 대한 경고인 셈입니다.
끝이 온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종말론자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입니다. “그 날 이후”에 대한 두려움때문입니다. 성경에서는 그 날과 시간은 하나님만 아신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지구 최후의 날에 목숨을 걸고 시간과 날짜에 연연하는 종말론자들에게 현혹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맥 놓고 사는 것도 올바른 신앙은 아닙니다. 개인의 인생은 물론 이 세상의 끝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날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준비해야 합니다. 종말론자는 아니지만 종말론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세상의 끝이 온다 해도,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용서하며,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에 그날이 닥쳐도 두렵지 않도록 예수님 맞을 준비를 하면서 하루 하루 소망가운데 살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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