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폴렌티도 승산이 있을까?”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그게 누군데?”라는 반문이 돌아올 것이다. 미국정치에 무관심한 한인들만이 아니다. 대부분 미국인들도 되묻는다고 한다 : “팀 누구라고?(Tim who?)”
폴렌티가 이번 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2012년 미 대통령선거 첫 경선이 열리는 아이오와에서 23일 공화당 후보지명전 출마를 발표하고 곧바로 5개주 순회방문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을 넘기며 공화당의 초반 경선 구도는 일단 윤곽을 마무리한 듯싶다. 공화당 주류의 총아였던 미치 대니얼스 인디애나 주지사가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빠질 사람 빠지고, 들어올 사람 들어오고…경선 판도가 대충 정리된 것이다.
정치 분석가들이 읽는 공화경선의 현황은 3파전이다. 실제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과 본선에서 오바마의 대항마로 경쟁력을 갖춘 3인의 대결이다. 선두주자 미트 롬니와 ‘롬니의 대안’으로 꼽히는 두 사람, 전 유타 주지사 존 헌츠먼과 폴렌티다.
공화당은 연공서열을 중시한다. 체질적으로 계급 성향이 강하다. 대선후보도 “누구 차례인가”가 중요하다. 순서대로 하면 롬니의 차례다. 지명도도 높고 자금도 넉넉하다. 자신이 억만장자일 뿐 아니라 모금 능력도 오바마 못지않다. 대선 출마 경험도 있는, 그만하면 준비된 후보다.
그런데 롬니는 좀 다르다. 보수진영 눈에 마땅찮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 매서추세츠 주지사시절 업적으로 꼽히는 주 헬스케어 개혁은 공화당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오바마 케어를 연상시킨다. 복음주의 기독교 그룹에선 용납하기 힘든 독실한 몰몬교도다. 낙태도, 동성애자도, 총기규제도 지지했던 그의 중도성향은 극우보수파에겐 ‘리버럴’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아직 공식 출마선언을 미루고 있는 헌츠먼을 잠시 접어둔다면 현재 공화경선의 다크호스는 50세의 폴렌티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내년엔 친숙한 이름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전문가들도 꽤 있다. 우선 그의 이력서는 대선 후보에게 바람직한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민주당 성향의 미네소타에서 2선 주지사를 역임하며 전직에게 물려받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예산균형을 실현했다. 민주당 의회가 통과시킨 10여개의 세금인상안을 거부한 채 지출 삭감으로 이룬 성과여서 까다롭기로 이름난 카토재정연구소 평가에서 A학점을 받기도 했다. A학점은 전국에서 4개주만이 받았다.
억만장자 타 후보들과 달리 그는 폴란드계 이민 집안 가난한 트럭운전사의 아들이다. 그가 16세때 암으로 숨진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하여 식품점 ‘알바’로 졸업한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부자정당 공화당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컨트리클럽 아닌 샘스클럽 회원”임을 자부하며 근로계층에 소탈한 친근감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의 후보’다. 열렬한 지지그룹도 없지만 절대 반대하는 그룹도 없다. 낙태를 반대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확실한 보수이지만 “밀입국자는 쏴 죽여야 한다”고 고함치는 과격파들에겐 “공화당은 현명하게 이슈를 선택해 이성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조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제지하는 합리적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미 아이오와를 14번이나 방문하며 성실하게 발로 뛰어온 그는 캠페인 조직도 탄탄하게 구축했고 운도 좋은 편이다. 이번 대니얼스 불출마 결정의 가장 큰 수혜자도 그가 될 것이다.
약점 역시 많다. 무엇보다 “팀 후?”가 말해주듯 지명도가 너무 낮다. 게다가 선거에 절대적인 두 요소가 부족하다. 돈과 스타파워 : 자금은 롬니에 형편없이 뒤져있고 소규모 모임에선 꽤 설득력 있는 말솜씨가 대규모 관중 앞 스피치가 되면 지루하고 딱딱해 진다.
그래도 승산이 있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있다고 전망한다. 지명도와 돈은 초반 선전으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고 스타파워는 불황기 선거에선 큰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흠집 많은 라이벌들이 제풀에 무너지면서 그가 ‘최후의 생존자’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폴렌티의 결정적 시험대는 내년 2월초로 예정된 아이오와 코커스다. 여기서 선전하면 전국미디어의 각광으로 이름을 알리고 기금모금에도 탄력을 받게 된다. 물론 쉽지 않은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1992년 대선을 기억해보라. 막강한 승전 대통령 조지 H.W. 부시를 쓰러트린 것은 일곱 난쟁이 중 하나로 출발한 무명의 주지사 빌 클린턴이었다. 당시의 민주당 후보들 못지않게 별 볼일 없는 난쟁이들로 취급받는 이번 공화당 후보들 중 하나도 내년엔 ‘거인’으로 커질 수 있다.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래리 사바토 교수는 예언한다 : “공화당 경선에서 비주류 후보가 승리한다면, 또 내년에 경제가 확실히 회복된다면 오바마가 재선될 것이다. 그러나 당 주류 후보가 승리한다면, 특히 경제가 계속 나쁘다면 그가 오바마를 누르고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팀 폴렌티 대통령? 누가 아는가. 흥미로운 미 대선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박 록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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