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플로리다, 올랜도에서는 공영방송 PBS 연례회의가 열렸다. PBS 프로그램을 받아서 방영하는 전국의 공영 방송국 대표들이 모여 앞으로 나올 5부작 ‘여성, 전쟁 그리고 평화’ 같은 새 프로젝트에 열광하고, PBS의 역할에 대한 여배우 애나 디비어 스미스의 열정적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PBS의 폴라 커거 회장 겸 사장은 감동으로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하지만 PBS의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가 않다. 재정난으로 문을 닫는 방송국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청자 기부 줄고 정부 지원예산도 줄어
방송사들 매각되거나 독립방송으로 변신
스미스의 기조연설과 햇빛 찬란한 플로리다의 하늘은 PBS 회원 방송국 대표들의 분위기를 대체로 열광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표들이 보기에 PBS의 일기는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우선 올랜도의 최대 공영방송인 WMFE가 6월30일을 마지막으로 PBS와의 계약을 끝낸다. 종교방송인 데이스타 텔레비전의 창업주들이 방송국을 인수한다.
WMFE는 지난 4월 TV 방송 매각 발표를 했다(공영 래디오 방송 NPR의 회원 방송사로서 래디오 방송은 계속한다). 연간 거의 100만달러에 달하는 PBS 회원 가입비를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 이유였다. 호세 A. 파하르도 회장은 시청자들이 서약하는 기부금이 34% 떨어진 것 등 전체적 기부금 감소로 공영 TV 방송으로는 더 이상 운영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형편의 공영방송이 WMFE만은 아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공영 방송국들은 PBS 비즈니스 모델로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을 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LA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공영 방송국이었던 KCET가 지난 1월1일 부로 PBS를 떠나 독립 방송이 되었다. 원인은 역시 PBS 가입비였다. KCET 대신 인근의 소규모 PBS 방송이 재빨리 틈새를 파고들어 PBS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PBS는 시카고에서도 큰 손실이 있을 뻔 했던 것을 간신히 모면했다. 시카고의 공영방송 WTTW-TV의 이사회가 경영진에 PBS 방송에서 물러나는 것을 고려해보도록 권고했다. 상업성에 밝은 이사진의 시각으로 보기에 방송국의 비즈니스 모델은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댄 슈미트 회장 겸 사장은 말한다.
LA나 올랜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카고에서도 고질적 문제는 PBS 방송을 볼 수 있는 곳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 도시에는 PBS 방송국이 각각 둘 이상씩 들어서 있다. 그래서 제일 규모가 큰 방송국은 최고 액수의 PBS 가입비를 내고 ‘매스터피스 극장’ ‘ PBS 뉴스아우어’ 등 PBS의 간판 프로그램들 모두에 대해 권리를 갖는다. 규모가 작은 방송국들은 돈을 덜 낸다. 그러고도 인기 프로그램들을 방영할 수는 있지만 8일 후에나 가능하다.
“다른 방송국들은 푼돈을 내고도 최상의 프로그램을 내보낸다”고 슈미트 회장은 말한다. 지난해 그의 방송국은 420만달러의 운영 적자를 기록했다. 이 방송국은 연간 450만달러를 PBS 가입비로 지불한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같은 내용을 다른 방송국들에서 볼 수가 있고, 인터넷으로 들어가면 언제든지 또 볼 수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로서 WTTW-TV는 일단 PBS 계열 방송으로 머물기로 했다. PBS를 떠나는 것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이 논의 되었지만 이 시점에는 종전대로 밀고 나가보기로 결정했다고 그는 말한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은 얼마나 많은 다른 방송들이 이탈을 고려중인가 하는 것이다. 텍사스, 웨이코의 PBS 방송이 지난해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고, 그 외에도 이탈할 방송이 최소한 예닐곱은 더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지만 아무도 구체적으로 이름을 말하지는 않는다. 주정부나 연방 예산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PBS를 떠날 가능성이 있는 방송국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BS는 회원 방송사 가입비 재조정에 나섰다. 대형 방송들의 가입비를 줄이는 대신 소규모 방송들의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다. 커거 회장은 더 많은 방송국들이 PBS를 떠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어려운 경제사정 상 차후 몇년간 방송국들 간의 합병 케이스가 늘어날 것으로 예견했다.
뉴욕시 일대에서는 WNET-TV가 뉴저지의 NJN 인수 경합에 합류했다. NJN은 수 주 내에 주정부 재정지원을 잃어버리면서 폐쇄 위기에 놓였다. 이런 합병들을 통해 방송국 수는 줄어들지만 재정적으로 더 튼튼해진다면 결과적으로 시스템이 건강해질 것이라고 커거 회장은 말한다.
그러나 방송국이 하나 줄어들 때마다 PBS로서는 프로그램에 투입할 재정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PBS의 프로그램 제작 예산은 2012년 회계연도에 2억200만달러로 500만달러가 줄어들었다. LA의 KCET 가입비가 사라진 것이 한 몫을 했다.
PBS 연례회의 개막 때의 낙관적 분위기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국 드러났다.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몇몇 임시 방책들이 논의 되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올랜도의 WMFE 방송이 매각되는 데 대해 커뮤니티의 반발은 거세다. 타주 주민들을 포함, 500여 불만이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접수 되었다. 방송국 매각은 FCC의 승인이 있어야 성사된다.
WMFE의 라하르도 회장은 “미국에서 PBS가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인근의 데이토나와 코코아에 있는 소규모 공영 방송들과 시청자들을 나눠야 하는 현 상황에서 WMFE가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경쟁사들이 PBS 브랜드를 희석시키고 있다며 합병도 고려해보았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합병을 한다 해도 시청자들의 후원이 줄어든 시기에 기금모금 문제를 해결할 길은 없어 보였다고 그는 말한다.
PBS는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송국이 모여서 운영되는 체제인데 이들 방송국이 저마다 유형이 다르고 우선순위가 다른 것이 문제라고 그는 지적한다. PBS는 야생 고양이 떼를 모는 주인 같다는 것이다.
PBS 시스템이 살아남으려면 희생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시스템이 살아남도록 일부 방송국이 문을 닫고, 정책을 바꾸고, 예산 배정을 바꾸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PBS의 폴라 커거 사장은 지금의 경제적 상황이 일부 방송국들의 합병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플로리다, 올랜도에 소재한 WMFE 방송의 호세 A. 파하르도 사장. 이 방송국은 재정적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해 PBS와의 계약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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