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A카운티미술관 스티븐 리틀 중국 한국 미술부장
올해 초 LA 카운티미술관이 중국 한국미술부(Dept. of Chinese and Korean Art, LACMA) 부장 겸 큐레이터로 스티븐 리틀(Stephen Little) 호놀룰루 미술관 관장을 선임했다고 발표했을 때 사실은 조금 걱정됐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스티븐 리틀은 중국 도교미술과 회화 분야에서 50여편의 저술을 남긴 중국미술 전문가로,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중국미술에 더 관심을 쏟을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인터뷰를 마친 후의 느낌은 더 이상의 좋은 선택은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스티븐 리틀은 어린 시절 동남아에서 살았고, 35년 동안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 하와이의 주요 뮤지엄에서 아시안 미술 전문가로 일했으며, 한국미술에 관해서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몇 차례 강연했을 정도로 상당한 식견과 애정을 갖고 있다. 사실 중국 한국 일본의 상호관계성을 생각해 보면 그가 세 나라 미술에 모두 정통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고, 미국 내 한국미술 전문가가 극히 드문 현실에서 평생을 아시아 문화와 함께 해온 스티븐 리틀 만큼 라크마 중국 한국미술부 수장으로서 더 좋은 적임자는 없어 보인다.
지난 3월 부임한 그는 벌써 김수자의 ‘바늘여인’을 구입했고, 오는 7월 한국을 방문하며, 11월19일 ‘석가여래설법도’ 전시와 함께 ‘영산재’를 개최하고, 내년에는 라크마 한국미술소장품 캐털로그를 발행하는 등 마치 오랫동안 준비해 온 듯 발 빠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전형적인 학자 스타일의 젠틀맨 스티븐 리틀 부장을 인터뷰했다.
<글 정숙희·사진 김지민 기자>
주요 뮤지엄서 35년간 활동한 아시안 미술 전문가
LACMA 한국 소장품 캐털로그 제작, 널리 알릴 터
-라크마에 부임한 지 3개월인데 어떤가.
▲LA가 너무 좋고, 라크마처럼 좋은 뮤지엄에서 일하게 된 것이 정말 행복하다. LA의 스피릿, 아트, 날씨 모두 다 아름답고, 유능하고 에너지 넘치는 마이클 고반 관장과 일하게 돼서 기쁘다. 특히 LA는 세계 현대미술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라 흥분된다. 그리고 또 하나, 아시아와 가까워서 좋다.
-곧 한국을 방문한다고 들었다.
▲7월에 방한해 1주일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코
리아 파운데이션, 리움미술관,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의 관계자들과 계속적으로 회동하게 된다. 시간이 되면 경주에도 가보고 싶고, 현대미술 작가들도 만나고 싶다. 또 10월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을 아시아미술 국제학술대회에서 강연할 예정이어서 다시 한 번 방한하게 된다.
-이번에 가서 무슨 일들을 하고 오나.
▲앞으로의 프로그램을 위한 일이다. 한국 미술품을 더 많이 대여해 올 계획이고, 아울러 라크마도 좋은 컬렉션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 대여해 주게 된다. 9월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초상화의 비밀’ 전시회에 라크마 소장품인 조선시대 초상화 3점과 유럽 초상화 1점을 보내기로 했다.
-한국미술은 얼마나 공부했나.
▲한국의 불교미술에 관해 많이 공부했다. 2007년에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한 고려시대 청동 지장보살상에 관한 글을 써서 발표한 적도 있다. 1979년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서 열렸던 ‘한국미술 5,000년전’의 큐레이터 중 한 명으로 일했는데 이 전시는 미국이 아시안 미술에 눈을 뜨게 된 대단히 중요한 이정표적 전시였다. 굉장히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전시됐는데, 그때 나는 금관 같은 전시품들을 모두 내 손으로 직접 만져보았다. 얼마나 멋진 경험이었는지,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일 것이다. 또 하와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지의 한국미술 컬렉션이 많은 뮤지엄에서 큐레이터 겸 관장으로 일하면서 유명한 한국미술 전문가들과 자주 접촉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다른 뮤지엄 한국전시관들과 비교할 때 라크마 한국미술실은 어떤가.
▲라크마가 가장 크고 전시공간이 넓다. 그것은 당연한 일인데 첫째 LA가 한인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고, 둘째 라크마의 한국미술 컬렉션은 한국미술사 전체를 상세히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훌륭하며, 셋째 LA는 한국과 밀접하게 교류하며 대기업들도 다수 나와 있는 지역적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라크마의 한국미술 컬렉션이 해외 최대 규모인가?
▲100% 확언할 순 없지만 아마 그럴 것이다. 회화 소장품이 최대인 것은 확실하다. 더 많이 구입해서 컬렉션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컬렉션이 많으면 대여해 오기도 쉽기 때문에 수년 내에 한국미술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큰 전시를 기획 중이다. 라크마의 한국미술 소장품은 내년 중 캐털로그를 발간해 외부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
-한·중·일의 미술에서 어떤 차이점을 보나.
▲굉장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미술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한국미술은 분명히 독특하고 뛰어나다. 어려운 역사를 가져서인지 정체성이 뚜렷하고, 중국·일본과 완전히 다르다. 미국사람들은 세 나라의 미술이 같은 줄 아는데 서로 너무나 다르고, 한국미술이 얼마나 독창적이며 중요한 기여를 했는지, 예를 들면 일본에 불교와 도자기를 전한 것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또 한국의 현대미술은 세계적이며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점을 알고 있다.
-어린 시절 동남아에서 성장했다는데.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캄보디아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언어학자인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어와 그 지역 많은 섬들의 방언을 연구했던 코넬대 교수였던 덕분에 어려서부터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불어를 배웠다. 일본어도 조금 할 줄 아는데 이유는 일본이 중국미술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공부하기 위해 배웠다. 한국어도 이제 배울 계획이다.
-라크마에 일본관과 한국미술실은 있지만 중국전시장이 없다.
▲지난 5년 동안 라크마에 중국미술 큐레이터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우선
어떤 컬렉션을 갖고 있는지 공부부터 한 다음 올 연말께 임시 전시장을 꾸며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중국아트 소장품은 얼마나 되나.
▲라크마 컬렉션은 1950년에 시작됐으며 청동, 옥, 라커, 도자기, 불상, 회화
등이 70점 정도 있다. 그 중에는 상당히 좋은 걸작도 있지만 우리가 어떤 것들을 갖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 캐털로그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간을 갖고 전시공간도 마련하고 작품 구입도 할 것이다. 요즘은 중국이 너무 돈이 많아 엄청나게 사들이기 때문에 경쟁하기 무척 힘들다. 중국인들은 가방에 현찰을 담아 들고 와서 경매시장을 휩쓸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컬렉터들이 기증해 주는 것이다. 나는 77년부터 계속 뮤지엄에서 일해 와 컬렉터들을 거의 다 알기 때문에 그들의 기증을 유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중국 현대미술이 세계 화단에서 급부상 중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대단한 것들도 많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지금은 대단히 성공적
이며 가격도 무척 비싸지만 50년, 100년 후의 평가에서 걸작으로 남는 것이라야 좋은 아트라 하겠다.
-지난 해 김현정이 떠난 후 한국미술 큐레이터가 없는데 충원 계획은 없나.
▲7월에 부서 예산이 확정되면 새 큐레이터를 구할 계획이다. 한국미술은 컬렉션이 좋으니까 풀타임 전문가가 필요하다. 소장품들 중에 아직도 모르는 것과 연구할 것이 많고 개발할 프로젝트도 많다. 계속 공부해야 한다.
-다음 번 한국미술 전시 주요 프로젝트는.
▲현재 복원작업 중인 ‘석가여래설법도’가 완성되면 11월19일 공개하면서 영산재를 거행할 예정이다. 많은 관련행사도 열리고 큰 이벤트가 될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
■스티븐 리틀
호놀룰루 미술 아카데미(Honolulu Academy of Arts) 관장,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의 아시안 아트 큐레이터, 클리블랜드 뮤지엄의 중국미술 큐레이터,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의 중국미술 큐레이터로 일했다. 2000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기획한 ‘중국의 도교와 미술’(Taoism and the Arts of China) 전시와 2003~08년 세계 최초로 기획한 ‘부탄의 종교미술’(The Dragon’s Gift: The Sacred Arts of Bhutan) 전시로 유명하다. 코넬대학에서 학사, UCLA에서 석사,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명함을 만들 정도로 회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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