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화학물질 흡수 차단·억제 역할
간혹 식욕·성욕 변화, 식은땀 흘리기도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하다는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우울증이 발병할 확률은 성인 6명 중 1명꼴로 매우 높은 편이다. 전문의들은 우울증 역시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이해하고 만성질환처럼 오랜 기간 인내심을 갖고 치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울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다.
우울증에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항우울제를 쓰게 된다. 하지만 항우울제를 처음 처방 받은 환자는 약물 치료에 대한 걱정과 부작용에 대한 염려가 커진다. 항우울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불면증이 생긴다거나 살이 찐다든지 등 항우울제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통해 항우울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항우울제 효과는 복용 후 3주 정도 지나야 나타난다. 약물처방을 받으면 대개 6개월~1년 정도 복용하게 된다.
■항우울제 어떻게 작용하나?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이상이 생긴 뇌 신경전달물질, 즉 뇌 화학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작용을 한다.
조 전문의는 “감정을 조절하는 뇌 신경전달물질 중에는 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도파민 등 물질이 있는데, 스트레스를 오래 받은 사람의 경우 이런 신경전달물질이 떨어지면 우울증 증세가 나타난다. 항우울제는 떨어진 신경전달물질을 올려주는 작용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항우울제는 매우 효과적인 약물이다. 항우울제 치료와 심리치료(psychotherapy)를 함께 병행하면 치료 효과는 높아진다.
항우울제는 약물의 성분과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s), 세로토닌 및 노에피네프린 재흡수 차단제(Serotonin and 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s, SNRIs), 노에피네프린과 도파민 재흡수 차단제(Norepinephrine and dopamine reuptake inhibitors, NDRIs), 비정형 항우울제, 삼환계 항우울제, 모노아민산화효소 억제제(Monoamine oxidase inhibitors, MAOIs) 등이 있다.
항우울제 효과는 복용 후 3주 정도 지나야 나타난다. 약물처방을 받으면 대개 6개월~1년 정도 복용하게 된다.
■새로 나온 약물 더 효과적인가?
SSRIs, SNRIs 계열 약물들이 가장 널리 처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약을 개발한 제약회사들은 최근에 나온 약물들이 이전의 약물들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높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환자에 따라 새로 나온 약물보다 오래된 약물이 더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항우울제는 환자의 상태, 증세에 따라 처방된다.
모든 약물은 아무리 가벼운 약이라 할지라도 부작용이 없는 약물은 없다. 불면증이 있는 환자는 졸음이 상대적으로 오는 항우울제를 처방하며, 식욕이 떨어져 밥을 먹지 않는 환자의 경우 입맛이 당기는 약을 처방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어서 폭식이 동반되면 식욕이 떨어지는 작용이 나타나는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SSRIs 계열 약물은 세로토닌이 전달되는 뇌 기전에 작용해 뇌에서 많이 활성화되도록 돕는 약이다. 프로작(Prozac), 졸로프트(Zoloft), 셀렉사(Celexa), 팍실(Paxil), 렉사프로(Lexapro) 등이 이 계열 약물들이다. 이전 세대 항우울제에 비해 비교적으로 안전하며 다른 종류의 항우울제보다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작용은 성욕을 떨어뜨리는 것이 대표적이며, 환자에 따라 구역질이나 치료 초기 불안증이나 불면증, 소화불량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SNRIs에는 심벌타(Symbalta), 이펙서(Effexor), 프리스티크(Pristiq) 등이 있다. 부작용은 SSRIs 계열 약물과 비슷한 정도를 보인다. 용량이 높은 경우 식은땀,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는 심벌타를 복용하면 안 된다. 심벌타의 경우 다른 약물이 식욕을 떨어뜨린다면 식욕을 올리는 작용을 하며 살이 찌는 것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임의로 복용중단 말고
부작용시 즉시 상담을
항우울제 부작용이 의심되면 즉시 담당 전문의에게 용량 변화 및 약물 선택에 대한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NDRIs 계열로는 웰부트린(Wellbutrin)이 있으며, 성욕 관련 부작용이 없다. 매우 드물지만 발작위험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삼환계 항우울제에는 디지렐(Desyrel), 레메론(Remeron) 등이 있다. 환자에 따라 다른 항우울제와 함께 수면을 돕는 보조제로 처방되는 경우도 있다.
삼환계 항우울제 모노아민 등은 좀 오래된 항우울제 계열 약물들이지만 다른 치료약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을 때 혹은 새로 나온 항우울제만큼 효과를 보이는 경우 처방되기도 한다.
■항우울제 효과는 바로 나타나나?
항우울제에 대한 효과는 복용을 시작한지 3주 정도 지나야 나타난다. 조 전문의는 “항우울제는 우울증 증상이 변화되는 것을 느끼려면 3주 이상 써봐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초기에는 약은 안 듣는 것 같고 부작용만 나타난다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인내를 갖고 복용하면 증상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항우울제 치료 작용 외에 졸음, 각성효과 등은 복용 후 2~3일 안에 나타나기도 한다. 또 환자의 상태와 증세에 따라 약은 처방된다. 용량도 서서히 주치의의 판단아래 올리게 된다.
■얼마나 복용하나
대체로 6개월에서 1년간 복용한다. 심한 우울증은 회복해서 다시 사회적 활동을 하려면 대략 3~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우울증의 종류나 환자의 상태, 여건에 따라 복용기간은 달라진다.
환자가 처음부터 부작용 없이 약이 잘 들어서 치료 효과가 좋다고 해서 빨리 약을 끊게 되면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환자 스스로 약을 끊거나 복용량을 늘려서는 안 된다.
■브랜드 네임이 나은가, 제네릭(Generic)도 괜찮나?
FDA에 다르면 약의 효능이나 안전성, 기질 모두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 정석이다.
조 전문의는 “하지만 환자에 따라 차이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차이점을 느끼는 경우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서 다른 약물로 대체한다든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물을 끊게 되는 시기는?
약물치료 효과가 환자에게 잘 맞는 경우 환자는 약물 치료를 빨리 중단하고 싶어한다. 갑자기 끊을 수 있는 약은 아니므로 약물치료는 서서히 중단하게 되는데, 환자 임의로 좋아졌다고 판단해 끊게 되면 재발하기 쉽다.
조 전문의는 “우울증 치료 후 공부를 시작한다든지, 운동을 하기 시작하거나 생산적인 활동을 하거나 절제하기도 하며, 레저활동을 활발히 하는 등 인생이 건강한 리듬으로 돌아가면 서서히 약을 끊게 된다”고 조언했다.
약물치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장기간 치료하게 된다. 항우울제를 평생 먹어야 하는 약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또한 항우울제는 의존성이 없으며, 장기간 약을 복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중독현상으로 인해 평생 약을 끊지 못하는 약은 아니다.
■항우울제는 우울증에만 쓰나?
항우울제는 우울증을 비롯해 공황장애, 강박증, 불안증에도 약물치료로 함께 쓰인다.
■부작용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
약 복용 후 부작용에 대해 의사에게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장기간 복용하는 약물이라고 해서 너무 안심하거나 부작용을 무조건 참는 태도 역시 좋지 않다.
구역질이 나타난다든지, 성생활에 영향을 준다든지, 식욕부진이나 저하 등 약물 복용 후 나오는 증세를 보면서 그때마다 적절히 약물을 바꾸거나 용량에 변화를 주거나 해야 한다.
조 전문의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경우 뭔가 변화가 있거나 치료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고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소년 우울증에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자살 충동이 더 심해진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전문의가 보고 필요한 경우는 처방한다. 환자마다 치료 효과가 다르고, 병의 시기나 병증의 강도에 따라 약물치료는 달라질 수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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