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해서 항상 두통을 달고 산다는 것을 핑계로 바깥일을 철저히 기피하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봄이면 발걸음도 가볍게 새벽부터 마당에 나가기를 좋아한다. 아내의 부지런함 때문에 이미 상추, 쑥갓, 시금치, 근대국 등 봄의 맛을 우리에게 전했고 또 이름 모를 잡초 중에서도 먹을 수 있는 몇 가지도 나물로 식탁에 올랐었다. 그런데 금년엔 아내가 모링가(Moringa)라는 열대지방에서 나오는 나무 식물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는 모링가 타령이 한창이다.
모링가라는 나무는 다 자라면 10미터라는데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기적(?)의 식물이란다. 자연식품회사들의 모링가에 대한 선전문들을 보면 그 나무의 잎사귀는 300여 가지 질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인도의 전통의술이 전한다는데 더해 오렌지에 있는 비타민 C의 7배, 우유 속의 칼슘의 4배, 당근 속의 비타민 A의 4 배, 우유 속의 단백질의 4배, 바나나 속의 포타시움의 3배가 되는 영양을 가지고 있단다. 또 항산화제와 항노화제로도 사용되는데다가 아프리카나 기타 빈곤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모와 유아의 영양실조와 기근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여러 대학의 연구기관들과 국제 원조단체들이 모링가를 농촌에서 기르도록 권장한다는 보도이다.
그 잎사귀를 샐러드처럼 날로 먹을 수도 있고 나물처럼 볶아먹기도 하며 콩처럼 나오는 열매도 삶아 먹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는 아내가 인터넷으로 모링가 씨를 주문하는데 더해 플로리다의 어느 곳에서 이미 발아된 작은 나무를 주문해 받아놓고 매일 아침 침실 옆방에 차려 놓은 모링가 화분을 들여다보면서 조금씩 자라가나는 것을 크게 기특해 하고 있다. 물론 온대 지방에서는 겨울을 날 수가 없으니까 바깥으로 옮겨 심은 다음 여름 한 철 잎사귀와 콩같은 열매를 따서 시식을 해볼 생각으로 매일매일 들여다 보는데 조금도 싫증을 안 느낀다. 또 모링가 가루를 캡슐에 넣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판매하는 회사들의 선전에 혹해서인지 이미 몇 병을 주문해서 나와자기를 실험용 쥐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워낙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아내가 모링가의 효험을 확신(?)하게 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우리가 도벨만핀서의 축소판인 민 핀을 순전히 딸들의 성화 때문에 두 마리 기르다가 ‘타이크’가 재작년에 죽고 ‘타이슨’만 우리의 산보 동무 노릇을 하고 있는 바 1989년생인 타이슨이 열흘 전부터 먹는 것도 신통치 않고 뒷다리가 불편한지 산보 나가기도 싫어하기 시작했다. 뒷다리를 영 못쓰게 되면 너무 고생을 시키지 말고 수의과 의사에게 부탁하여 안락사를 시켜야 되겠다고 하면서 집에서 기르던 동물이라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아내가 모링가 캡슐이 사람에게 좋다면 개에게도 좋지 않겠느냐면서 그것을 피넛 버터에 싸서 개에게 먹인 것이 사나흘 되었다. 그런데 웬걸, 타이슨이 모링가 때문인지 어쩐지 식용도 왕성해지고 뒷다리가 예전처럼 성성해진 것처럼 산보 나가자고 우리를 끌어다니며 우리의 앞에 서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농으로 모링가가 생명의 나무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창세기 3장에 보면 아담과 하와가 여호와 하나님께 범죄했기 때문에 에덴동산 중앙에 있는 생명나무의 과실을 먹을 수 없도록 에덴에서 추방되는 장면이 나온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이 임하여 복낙원이 되면 하나님께 순종하는 의인들이 지상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장래가 전개된다는 것이 하나님의 약속이다(계시록 21:4). 지구가 완전해져서 모든 식물이 인간들의 완전성 회복에 기여하겠지만 먹으면 정말 갱소년이 되며 완전한 건강을 회복하여 영생에 이를 수 있는 특정한 나무와 식물이 있음직하다(계시록 22:1, 2).
좌우지간 우리 집 개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사경을 헤매다가 모링가 캡슐 덕분에 기사회생(起死回生)을 했다고 확신하는 내 아내는 시카고와 산호세에 사는 처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모링가 예찬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모링가 씨를 물에 담궈 24시간이 경과된 다음에는 씨를 비닐 봉지에 넣어 며칠인가를 햇빛 없는 곳에 두었다가 보면 싹이 나오는 것들을 화분으로 옮겨 심는다는 과정과 아울러 모링가의 뛰어난 효능에 대해 여러 번 듣다보니 비교적 소극적이고 회의적인 나까지도 귀가 솔깃해진다. 알레르기 두통과 만성 피곤증에서 혹시나 해방될 수 있을까 싶어 하루에 두 알 먹으라는 캡슐을 두 배로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현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일시적인 미봉책이니까 주기도문대로 하나님의 왕국이 임하며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만을 학수고대해야 되는 당위성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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