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데이 가볼만한 곳
“근대에 미국이 관여하지 않은 전쟁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어우러진 미국이다 보니 무슨 전쟁이건 간에 이해득실이 얽히지 않는 경우가 드물기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는 참전용사가 무수히 많고 전몰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하나의 문화이다.
여러 기념일이 있지만 모든 미국인들이 이견 없이 받아들이는 기념일이 바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들의 뜻을 되새기는 메모리얼 데이이다. 본래 메모리얼 데이는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 해방된 노예들이 희생된 북군 병사들의 무덤을 장식한 데서 유래됐기에 처음에는 ‘데코레이션 데이’로 불리다가 1882년 메모리얼 데이로 바뀌었다. 1차,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명실 공히 최고의 국가 기념일이 되었다. 또한, 메모리얼 데이는 보통 여름과 휴가여행 최적기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선열의 넋을 기리는 엄숙함과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는 메모리얼 데이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여행지를 알아보자.
메모리얼 연휴 여행지로 시에라네바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아직도 많은 눈이 남아 있고,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적격이다.
리를리시 - 한인이민자 첫 정착지… 독립운동 선열 넋 기려
메모리얼 데이에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면 리들리시를 방문해 보자. 특히 자녀에게 역사 체험교육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프레즈노 동남쪽 약 20마일 거리에 있는 리들리시는 미국 본토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들의 첫 정착지이며 해외 독립자금 조성의 중심지였고 미주 독립운동 유적지이다.
초기 정착자들은 하루 임금 50센트 과일농장 노동자로 일하며 모은 자금을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로 보내고 항일을 위해 한인 전투비행사 양성소도 마련했다. 3.1운동 당시에서 이곳에서 함께 행진을 하며 고국의 독립에 힘을 실어주었다.
리들리시의 중심에는 지난해 11월 건립된 애국 기념비가 있는데 한국의 독립문을 본떠 4분의1 크기(약 14피트)로 만들어졌다. 그 앞으로는 안창호, 이승만, 한시대, 김호, 김형순, 김종림, 김용중, 이재수, 송철, 윤병구 선생 등 이 지역에서 활동한 애국지사 10인의 추모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시에라 고원 - 요세미티·세코야 킹스캐년 국립공원 대자연 품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금연휴, 너무 멀리 떠나는 것보다는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찾게 마련이다. 그저 마음 편해지는 어딘가로 가고는 싶은데 딱히 갈 곳도 모르겠다면 미국 전역 최고봉인 휘트니 산과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최정상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시에라 고원지역 방문이 적절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세코야 킹스캐년 국립공원’이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정신의 발상지이며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귀중한 동식물이 남아 있는 고층습원과 눈이 녹아 만들어진 여러 산악호수, 회색빛 석회암 돔 등 과히 별천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내리며 폭포수를 풍부하게 하기에 생명력이 가득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남쪽에 위치한 세코야 킹스캐년 국립공원은 시에라 고원지대에 위치한 두 개의 인접한 국립공원을 칭한다.
남쪽의 ‘세코야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공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종이라는 삼나무(redwood)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나무는 특이하게도 몸집에 비해 얕은 뿌리를 사방에 뻗고 서있다. 지표면의 습기를 최대한 많이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이 나무들은 보통 군집을 이루며 성장하는데 폭풍이 불면 뿌리가 얕아서 쉽게 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뿌리를 엉켜 잡고 바람에 저항하며 성장한다.
이곳에 가면 ‘셔먼 장군의 나무’를 꼭 찾아보자. 높이가 무려 275피트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북쪽의 ‘킹스캐년 국립공원’에는 262피트에 이르는 ‘미국의 크리스마스트리’라 불리는 ‘그랜트 장군의 나무’가 있으며, 보이덴 천연 종유석 동굴 등 웅대한 풍경과 볼거리가 풍부하다.
모뉴먼트 밸리 - 노을속 대협곡 황금기둥 평생 잊지 못할 대장관
오랜만에 찾아온 알짜 연휴기간에 큰 맘 먹지 않으면 찾기 힘들지만 꼭 한번 가 봐야 할 곳을 여행하고자 한다면 ‘모뉴먼트 밸리’ 일대를 추천한다.
‘앤틸로프 캐년’은 수백만 년 전에 물이 흐르던 모래암석 계곡이다. 더 이상 물은 흐르지 않지만 오랜 세월 동안 물살에 침식된 계곡은 광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동굴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앤틸로프 캐년의 장엄한 입구로 들어가면 바닥에는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벽면에는 시간과 물의 흐름이 새겨져 있다. 앤틸로프 캐년 볼거리의 압권은 천장을 뚫고 스며들어오는 빛이 바닥과 벽면과 어우러지면서 기묘한 형태와 신비로운 색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그 색상과 질감의 변화를 보이는 수억년의 세월을 간직한 암석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풍경은 전 세계의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 죽기 전에 꼭 담아내야 하는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모뉴먼트 밸리’는 애리조나주와 유타주에 걸친 1,600만에이커의 광대한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 있다. 낮은 지대의 분지구조였던 이 지역은 지난 몇억년 동안 로키산맥에서 내려온 퇴적물이 쌓여 지층을 이루고 지각이 융기되면서 콜로라도 대고원지대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한다. 이 고원지대는 다시 바람과 눈과 비 등에 의해 갈라지고 거죽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현재의 풍경이 이뤄진 것이다.
대자연의 숨결이 빚어낸 모뉴먼트 밸리는 황량함뿐만 아니라 낭만이 가득한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황야와 5~6층 건물 높이만큼 우뚝 솟은 바위기둥의 형상은 황량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거대한 성채 같은 바위기둥도 있고 금세 쓰러질 듯 비스듬히 누워 있는 것도 있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황야가 노을로 물들어갈 때 바위기둥들은 석양을 받아 황금기둥이 되고 하늘과 땅은 기묘한 붉음으로 색을 갈아입는다. 황량한 대협곡에 펼쳐지는 빛의 파노라마는 방문객의 넋을 빼앗는 낭만이 깃들어 있다. 붉은 대지, 하늘을 찌를 듯 비틀어진 채 서있는 바위기둥과 언덕 그리고 지평선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기이한 경치는 황량함을 낭만으로 승화시킬 만큼 큰 감동을 선사한다.
스페인어로 ‘붉은 빛깔’이라는 뜻인 ‘콜로라도 강’은 물빛이 붉은색이었다. 콜로라도 강이 그랜드 캐년을 흐르며 엄청난 양의 흙을 운반했기에 물빛이 붉게 보인 것이다.
그랜드 캐년 상류에 ‘글랜 캐년 댐’이 완공되면서 토사가 ‘파웰 호수’에 침전되면서 이제는 물빛이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이 지역을 처음 탐험한 것은 존 웨슬리 파웰이다. 파웰의 탐사단은 1869년 콜로라도 강을 거슬러 올라갔는데 그 중 세 명이 희생을 당했고 그 대가로 그랜드 캐년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후 이 지역이 개발되고 50여년 전 글렌 캐년 댐이 완성되면서 인공호수가 생겼는데 이 호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파웰 호수이다. 이곳에 물을 채워지는데 만 17년이 걸렸다고 한다.
박평식
<아주관광 대표>
전화 (213)38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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