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밤 오바마의 참모들은 깜짝 놀랐다. “USA! USA!“를 외치는 군중들의 환호가 백악관 웨스트윙까지 울려퍼진 것이다. 이 한밤중에! 대통령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특별성명 소식에 백악관 앞으로 몰려든 인파는 점점 불어났다. 발표가 끝나고 새벽으로 접어들어도 함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 2008년 캠페인 이후 들어보지 못했던 열렬한 성원이었다.
그것은 재선위한 본격가동을 시작한 오바마 팀에겐 예상치 못했던 ‘보너스’였다.
2008년 대선후보 공개토론 때 오바마는 다짐했었다 : “우린 빈 라덴을 죽이고 알카에다를 섬멸시킬 것이다. 그것이 오바마 행정부 최대 안보과제가 될 것이다…필요하다면 파키스탄의 동의없이 작전을 감행할 것이다”
당시 세상물정 모른다고 조롱당했던 오바마의 이 공약은 취임 2년반 만에 이행되었고 오바마 팀에겐 2012년 대선에서 표밭의 열광을 재연시킬 또 하나의 카드가 생긴 것이다.
성공적인 빈 라덴 제거작전의 장기적 영향과 의미를 판단하기엔 어떤 전문가에게도 지금은 너무 이르다. 신화적인 지도자를 잃은 알카에다는 붕괴될 것인가, 아니면 더 과격한 알자와히리의 주도로 새로운 테러를 감행할 것인가. 빈 라덴의 은신을 눈감아준 듯한 파키스탄과의 위태로운 동맹은 결렬될 것인가, 또한번 울며 겨자 먹는 미국의 양보로 지속될 것인가. 아프간전쟁은 서둘러 끝낼 것인가, 아니면 반전시위 속에서 강행될 것인가…당분간은 어느 것 하나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질문만 이어질 것이다.
한 가지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단언할 수 있다 : ‘오바마를 위한 승리’로 불러도 좋을 만큼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될 것이다.
‘오사마 잡은 오바마’가 얻어낸 정치적 자산은 우선 두 가지다. 지지율 상승과 ‘강력한 리더’의 이미지다.
9.11테러는 지난 10년 미 국민이 공유해온 악몽이었고 그 테러의 얼굴 빈 라덴은 공공의 적이었다. ‘터프 가이’ 부시와 체니가 두 개의 전쟁을 일으키며 전력 다해 추적했으나 실패했던 빈 라덴 제거가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 그 작전을 지휘한 최고 사령관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예상대로 오바마의 국정지지율은 지난 며칠사이 상승했다. 뉴욕타임스 조사에선 4월 중순보다 11포인트나 올라 57%를 기록했고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도 9포인트 높은 56%로 올라갔다.
그러나 전쟁 등 안보에 대한 국민적 일체감으로 오른 지지율은 오래가지 않는다. 흥분이 식으면서 함께 떨어지기 마련이다. 13포인트 올라 22주 동안 지속된 것이 미 역사에 나타난 평균이다. 트위터 등 빠른 매체에 의해 관심기간이 짧아진 데다 경제가 압도적 이슈인 요즘엔 떨어지는 속도가 더욱 빠를 것이다. 오사마로 인한 지지율 상승이 2012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는 오바마 팀도 하지 않는다.
‘강력한 리더’의 이미지는 다르다.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주의 오바마는 지난주까지의 ‘우유부단한 대통령’이 아니다. 세기의 작전을 치밀하게 계획한 후 위험을 마다않고 결행한 ‘강력한 통수권자’다. 실패했다면 책임을 감수 했을테니 성공에 대한 크레딧도 그의 것이다.
안보는 늘 오바마에겐 아킬레스건이었다. 2008년 대선 때 ‘안보의 경험도 지식도 판단력도 갖추지 못한 후보’로 낙인찍히며 취임 후까지 ‘훈련생 대통령’이라고 야유 당했던 그가 이제 ‘오사마를 잡은’ 안보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이다.
통수권자로서 강화된 신뢰는 2012년 대선에서도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다. “오바마는 너무 허약하다”는 공화후보들의 단골 공격은 설득력을 잃었다. 국가안보는 공화당이 자신하는 이슈였지만 이제 오바마는 공화후보 누구보다 터프한 리더로 자처할 수 있게 되었다.
빈 라덴 제거가 오바마의 정치적 현실을 대폭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대선은 여전히 실업율과 개솔린 값에 좌우될 것이고 오바마가 계속 호소해온 ‘초당적 단합’도 연방의회에서 예산논쟁이 재개되면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대통령 공격은 보다 신중해질 것이다. 출생증명 의혹은 다시 제기되지 않을 것이고 부채상환 조정거부로 국가를 채무불이행 사태로 몰고 가지도 못할 것이다.
1일 밤 뜻밖의 열광에 놀란 오바마 팀의 다음 과제는 자명해졌다. 그 열기를
표밭으로 이어가기 위해 안보로 얻은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경제회복에 접목시키며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일이다.
오늘 오바마는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한다. 테러전쟁의 한 챕터를 끝내는 이 자리에서 그는 헌화만 할 뿐 연설은 안한다. ‘마침내’ 빈 라덴 사살작전에 성공한 대통령이 희생자들 앞에 머리 숙이는 것 자체가 어떤 말보다 미국인들의 가슴에 강열한 메시지로 가 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9.11로 아들을 잃은 짐 리치스는 말한다. “내겐 끝난 게 없다. 내 아들은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약속을 지킨 사람이다”
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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