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소련의 붕괴를 시작으로 중국과 동유럽제국들이 연달아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게 되었고, 공산주의체제에서 민주주의체제로 전환하게 되었는 바, 이는 북한에게는 최대의 위기였다.
이 때 북한이 취할 수 있었던 최선의 대안은 무엇이었을까? 북한은 동맹국들의 체제전환으로 말미암아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것은 바로 ‘북한체제의 붕괴’이었다. 그래서 북한은 체제존속과 정권유지라는 두 개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거 동맹국이었던 러시아, 중국, 동유럽제국과의 관계복원이 시급해졌고, 적대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은 물론 제3세계(호주, 태국 등)와의 관계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되어 전방위 외교를 전개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유일한 국가존속 기반산업인 군수물자와 핵무기를 중단하라고 요구하였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곧 북한체제의 붕괴와 직결되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였다. 결국 북한은 국가체제 존속과 정권유지를 보장받기 위하여 핵무기의 개발과 실험의 강행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여 위험한 ‘치킨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스스로 ‘치킨게임’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빅딜의 전제적 조건은 무엇일까? 제일 중요한 것은 빅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전환이다. 현재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은 바로 이 빅딜의 해결묘수를 찾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도출해야 한다. 이것을 위하여 ‘치킨게임’이론을 도입해보자. 남북한의 치킨게임에서 양자 모두가 승자가 되고, 양자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는 현명한 대안은 없을까?
그것은 양쪽이 핸들을 돌려서 서로 겁쟁이가 되는 길이다. 본인의 이 묘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가 패자가 아니라 사실상의 승자라는 ‘새로운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형식적으로는 겁쟁이가 되어 패자가 될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위험을 모면할 수 있으니 ‘최대의 실질적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북한이 치킨게임에서 양국이 최대승리자가 되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보자. 이것은 곧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의 새로운 접근방식이어야 한다. 남북한 모두가 핸들을 돌리는 행위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긍정적이어야만 남북한 모두가 치킨게임에서 핸들을 동시에 돌릴 수 있다.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분위기 조성과 이러한 분위기 하에서 남북한 각각이 핸들을 돌리는 구체적인 테크닉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6자회담이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전세계에서 현재 가장 대표적인 불평등조약인 핵확산조약(NPT)이 조약국 모두에게 평등하도록 수정되어야 한다. 동 조약은 조약 스스로 핵보유국과 비핵보유국간의 불평등 요소들을 점진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해소시켜 동 조약이 존중을 받아야 하고 그래야 엄격한 이행을 강요할 수 있다. 그래야 북한을 설득시킬 수 있다.
둘째, 현재 핵을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받고 있는 나라(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든 사실상 보유국(이스라엘, 북한)이든 향후 보유가능국(일본)이든 이들 나라들은 각각의 핵보유 정황에 따라 시간표를 작성하여 가능한 빠른 기간안에 폐쇄조치에 착수한다는 것을 합의하고 이를 철저하게 이행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래야 북한을 설득시킬 수 있다.
셋째, 현재 핵보유국가들은 현재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기 시작한 북한이 그것을 즉시 해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최대한의 보상조치를 해 주어야 한다. NPT가 NPT비가입국인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도록 강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은 현재 군수물자 수출과 핵무기보유가 국가체제 존속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이의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체제가 존속할 수 있도록 물질적 그리고 비물질적인 지원을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김정은체제를 인정함과 동시에 북한의 지리경제적 여건에 맞는 경제개발방식을 도입하여 북한경제가 회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끝)
(SFSU객원교수/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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