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왼쪽)이 시상식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20)의 세계선수권대회 정상 복귀를 가로막은 걸림돌은 거듭된 점프 실수였다.
김연아는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차례나 점프를 1회전으로 처리하는 실수를 저질러 128.59점을 받았다.
일본의 미키 안도가 130.21점의 좋은 연기를 펼쳐 김연아는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숏 프로그램 점수를 합친 총점은 194.50점으로 안도(195.79)와는 1.29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두 번의 연기에서 나온 세 번의 점프 실수 중 하나만 정확히 처리했어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차이였기에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김연아는 이날 두 번째 과제였던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뒤 점프를 1회전으로 처리해 5.6점의 기본점이 4.6점으로 깎였다. 또 다음으로 뛰어오른 트리플 플립까지 1회전밖에 돌지 못해 원래 5.3점이었던 기본 점수가 0.5점으로 대폭 내려앉고 말았다.
원래 기본 점수만 받았다면 가산점 없이도 무려 5.8점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총점에서 다시 한 번 200점을 넘기는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김연아는 전날 숏 프로그램에서도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실수가 나오는 바람에 원래 기본점보다 2.7점이 깎인 연기를 했다. 기본 점수만 잘 챙겨놓았다면 자신의 역대 4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피겨 규정이 김연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ISU는 여자 싱글 숏 프로그램에서 필수 요소 중 하나였던 스파이럴을 제외했고, 김연아가 뛰지 않는 트리플 악셀의 기본점을 높이면서 다른 점프들의 기본점도 조정했다. 또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스파이럴 대신 코레오 스파이럴을 새로 넣어 기본점 2.0점을 동일하게 주고 가산점에서만 우열을 가리도록 해 점수의 비중을 줄였다.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던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숏 프로그램은 5.7점, 프리스케이팅은 4.27점이 깎인 채 경기에 나선 셈이 된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의 원인을 단순히 김연아의 실수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날 김연아의 점프에 대해 심판진은 유독 가산점에 인색했다. 회전수는 물론 높이와 속도도 완벽했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 붙은 가산점은 1.6점이었고 그 외의 점프 요소들에는 한 번도 GOE가 1점 이상 붙지 않았다.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모든 점프에 1점 이상을 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박한 판정이었다.
김연아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피겨 여왕’ 김연아(20)가 13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경기가 끝난 30일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 아쉽게도 종합 2위를 차지한 김연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그러나 은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부터 갑자기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흘러내린 눈물은 손으로 닦아내기가 어려울 만큼 계속 샘솟았다. 김연아는 아예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펑펑 우는 모습까지 보였다.
김연아는 과거에도 몇 차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처음으로 정상을 밟았던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메달 세리머니를 하던 중 눈물방울을 떨어뜨려 뿌듯하게 지켜보던 팬들까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열악한 훈련환경 탓에 늘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김연아가 지난날을 떠올리면서 드디어 해냈다는 자부심을 담아낸 눈물이었음을 팬들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껏 최고의 연기를 했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확정 짓는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해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때의 눈물은 시니어 데뷔 이후 줄곧 추구했던 목표인 올림픽 무대에서 실수 없는 최고의 연기를 펼친 데 따른 감격의 표현이었다. 김연아도 “이제야 해냈다는 생각이 들자 속이 시원해져 눈물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날 또 눈물을 흘린 이유는 무엇일까.
김연아는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오랜만에 시상대 위에 섰다는 느낌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서 김연아는 오히려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룰 것을 다 이룬 뒤 찾아온 허탈감에 시달리기도 했고, 또 국제대회에 출전해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에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망설임도 있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팬들과 다시 호흡하고 싶다는 열망에 이끌려 다시 빙판 위에 섰다. 그러고는 자랑스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금만 더 실수를 줄였더라면 금메달을 손에 쥘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을 느끼면서.
김연아는 시상식 후 한 기자회견에서 “그곳(시상대)에 서 있었다는 것 자체로 눈물이 났다”면서 “정확한 의미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줄줄 눈물이 났다.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오랜만에 시상대에 서 있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언론, 미키 안도 역전 우승 기쁨 만끽
<연합> 한국의 ‘피겨 퀸’ 김연아에 눌려 있던 일본 여자 피겨가 오랜만에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일본 주요 신문은 1일, 전날 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에게 간발의 차로 역전 우승한 미키 안도의 사진을 1면과 스포츠면에 크게 싣고 우승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역전의 미키, 여왕 탈환” 제하의 스포츠면 톱기사에서 안도가 1.29점 차로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를 제치고 마오 아사다에 이어 2차례째의 세계 여왕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미키, 역전으로 여왕” 제하의 스포츠면 톱기사에서 안도가 한국의 피겨 여왕 김연아를 따돌리고 4년 만에 세계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숏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게 0.33점 뒤졌던 안도가 안정된 연기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심판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역전 우승했다”고 썼다.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환하게 웃음을 짓는 안도의 사진 하단에 눈물을 흘리는 김연아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요미우리신문은 시상대에서 손으로 눈물을 닦는 김연아의 사진을 싣고 “프리스케이팅에서 연속 점프와 3회전 점프에 실패해 여왕 자리를 안도에게 내줬다”면서 “13개월간의 공백은 세계 역대 최고점 기록을 가진 김연아에게 역시 부담스러웠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연아 銀, 불만의 눈물” 제하 기사에서 “김연아가 세계의 정상에 다시 서려고 13개월 만에 복귀했으나 지나친 긴장으로 점프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뜻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실전에서 약 1년여의 공백 영향이 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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