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건강이 개선된 데다 바이애그라와 같은 성기능 촉진제까지 등장하면서 노년층에 ‘성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65세 이상 활발한 성생활과 연관
쑥스러운 일이다. 나이 지긋한 ‘황혼 세대’의 성병(STD) 감염 증가율이 청년층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질병통제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09년에 이르는 5년 사이에 5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보고된 매독과 임질 감염사례는 무려 43%가 늘어났다. 전 연령층을 망라한 매독 발병사례가 같은 기간 60%의 증가율을 기록한데 비해 55~64세 연령그룹에서는 70%의 ‘고도 성장세’를 보였다. 임질의 경우도 마찬가지. 전 연령대 평균 성장치는 27%에 그친 반면 55~64세 그룹의 발병 증가율은 50%를 훌쩍 넘어 섰다.
민망스런 기록은 이른바 ‘선샤인 스테이트’라 불리는 플로리다주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곳의 매독과 임질 증가율은 62%. 물론 55세 이상 연령층에서 나온 수치이다.
선샤인 스테이트 중에서도 센트럴 플로리다가 ‘황혼 세대’의 STD 진앙지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55세 이상 남녀의 매독과 임질 발병건수는 2005년에서 2009년 사이에 71%가 늘어났다. STD 발병률이 감소하는 게 자연스런 연령대에서 예상을 뒤엎는 강력한 증가세가 나타나자 노년층 위주의 정부보험인 메디케어는 성병 검사를 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5세 이상 연령대의 STD 발병률을 밀어올린 요인으로는 미국인들의 기대수명 증가와 전반적인 건강 개선 외에 노년기의 성적활동을 가능케 한 바이애그라의 등장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바이애그라는 노인들의 성생활 혁명을 일으키면서 성병 증가의 ‘기회’까지 함께 제공했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게재된 2007년도 보고서는 전국 규모의 서베이 결과를 인용, 65세에서 74세 사이의 남성 가운데 67%, 같은 연령대에 속한 여성 중 39%가 전년도에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75세에서 85세의 남성 가운데 같은 대답을 한 비율도 38%로 만만치 않았다.
이전 같으면 진작 퇴역했을 ‘노병’들이 ‘사랑의 묘약’에 힘입어 이렇게 현역으로 계속 활동하다 보니 ‘황혼 성병’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게다가 젊은 층과 달리 ‘안전한 섹스’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콘돔 사용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도 문제다.
인디애나 대학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정 파트너가 아닌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때 콘돔을 착용하는 50대 이상 남성은 고작 28%. 이에 비해 18~39세 남성들의 최소한 50%가 캐주얼한 관계 때 콘돔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 전용 집단 주거시설에 입주하는 노령자들의 증가 추세 역시 노인층 성병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로리다 하스피털 아포프카의 노인병 전문의인 제이슨 서레이구방 박사는 “집단시설에 들어온 노인들 중에는 배우자와 사별한 ‘싱글’들이 많다”며 “같은 처지의 남녀들이 한데 어울려 지내다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불꽃’이 튀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플로리다주 보건부 질병통제국의 줄리아 질 국장은 선샤인 스테이트의 노년층 STD 발병률이 특히 높은 것과 관련, “플로리다는 은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이고, 따라서 바이애그라 등 성기능 촉진 약품들의 판촉도 이 곳에 집중되어 있다”며 “이런 요인들이 결합해 실버타운의 중심지인 센트럴 플로리다가 노년기 성병 중심지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노년기의 성혁명’을 유도한 바이애그라의 뒤를 이어 등장한 호르몬 대체요법도 이들 사이의 STD 증가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 황체호르몬과 에스트로겐 크림은 노년기 여성의 섹스를 보다 편안하게 만들었고, 남성 호르몬인 테스터스터론 대체약품은 나이든 남녀 모두의 성적 욕망을 강화하는데 힘을 보탰다.
물론 이런 외적 요인들 외에 성에 대한 노년층의 보다 개방적인 자세도 STD 감염률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현재 70대 연령층에 속한 남녀들은 1960년대의 성 혁명을 주도한 ‘히피’족의 핵심세력이다. 서레이구방 박사는 “이들은 ‘전쟁을 하지 말고 섹스를 하라’고 외치던 히피 전사들이었다”며 “오래된 버릇은 고치기 힘든 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면역체계가 약해져 성병을 비롯한 감염성 질환에 취약성을 보이게 된다. 성병은 종종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이러다보니 주변사람들에게 이차 감염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어나게 된다.
올랜도에 위치한 위니 팔머 하스피틀의 산부인과 전문의 코니 미크라브지나는 나이든 환자들은 의사나 파트너에게 자신의 성적 행동이라든지, 콘돔 사용 등에 관해 말하는 것을 무척 불편해 한다며 따라서 이들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의사 쪽에서 먼저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카고대학의 스테이시 란도 박사도 “나이에 기초해 환자의 성적 활동성이 ‘사화산’에 해당할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환자의 나이와 사회적 지위, 기혼여부, 학력 등은 성생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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