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들은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끊지를 않거나 끊지 못한다. 물론 중독성분이 있어서겠지만 파고들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의 행동을 바뀌게 하기 위해선 몸에 해롭다는 경고만으로는 턱도 없기 때문이다.
십대들이 효율적으로 담배를 끊게 하려면 흡연이‘왕따’를 초래하기 십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되는 것으로 사회적 실험을 통해서 증명된 바 있다. 이들에게는 소속감이 그 어느 건강 관련 경고보다도 중요하며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나는 공동체에 기반을 둔 사회적 마케팅(Community-Based Social Marketing)이라는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바로 이런 사회적 문제들을 마케팅을 통해서, 즉 과학적으로 증명된 전략들을 통해서 풀어나가는 일이다. 오랜만에 안성맞춤의 일을 찾은 느낌이다.
‘S. Groner Associates’(SGA)라는 이 회사는 주로 정부기관들을 위해서 이런 여러 가지 캠페인을 떠맡아서 한다. 이는 전형적인 광고, 즉 소비자로 하여금 비누나 음료수를 사도록 만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재활용을 하게 할지, 혹은 강아지 뒤처리를 제대로 하게 할지 등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일을 한다.
댄 애리얼리 교수가 쓴‘뻔하게 비이성적인’(Predictably Irrational)과 행동심리학의 대부인 로버트 치알디니의 여러 책들과 기사들을 보면 인간은 참으로 묘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보자. 한 심리학자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게끔 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예방주사의 중요성을 전달만 받은 그룹은 단 한 명도 맞지 않았다.
파상풍이 걸리면 엄청나게 아프고 고생할 거라고 겁을 준 그룹은 3%가 주사를 맞으러 갔다. 같은 정보로 겁도 주고, 주사 맞을 장소로의 약도를 첨부한 다음 보건소 영업시간과 학생들에게 언제 올 예정이며 어떤 길을 따라 올 건지를 미리 계획하라고 요청한 그룹은 28%나 주사를 맞으러 갔다. 의외의 결과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보건소의 위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으나 주사 맞으러 가기까지의 모든 행동지침들을 알려주었을 때 더 쉽게 따랐다.
많은 행동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게을러서 뭔가를 안 하기보다는 명확한 지침이 없어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SGA라는 회사는 정부기관들의 환경운동을 도울 때 재활용의 중요성만 전달하는게 아니라 대상의 관점에서 재활용의 쉬운 점, 어려운 점, 귀찮은 점들을 조사해서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재활용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전개한다.
내가 떠맡은 컬버시티 정부 주도의 아파트 재활용 프로그램은 주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광고했다. 첫째, 집에서 재활용품들을 모은다. 둘째, 단지 내에 있는 큰 재활용통에 모은 것들을 비운다. 셋째, 이웃들과 함께 동네를 쾌적하게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물론 어떤 것들을 재활용할 수 있고 없는지도 웹사이트를 통해서 알렸다.
실험을 통해서 또 한 가지 증명된 것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선택의 대한 생각이다. 우리는 선택할 것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한 심리학자는 고급 가게에서 파는 잼 소비행동 실험을 통해 실제는 그 반대임을 증명했다.
같은 표의 고급 잼을 가게 안에서 시식을 하게 했는데 한 번은 6개 종류를 내놓았고, 한 번은 24개 종류를 내놓았다. 시식할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24 종류의 테이블로 갔으나 막상 잼을 살 때는 6개 종류의 테이블로 간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샀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행동을 바꾸는데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요소는 ‘사회적
관습’을 정하고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쓰레기를 제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인” 행동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남이 하면 괜찮은 것 같고, 아무도 하지 않으면 왠지 하면 안 되는 일 같다.
‘담배 끊기’운동도 건강을 해친다는 이성적인 광고보다 친구들이 ‘쿨’(cool) 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강조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소속된 집단속에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행동은 삼가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마약 끊기 운동에도 적용됐다.
조남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