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마켓에 가도 식당에 가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육류 및 가금류에서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지닌 박테리아(수퍼버그)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식용색소 논란, 액상과당의 유해성 문제 등 먹거리 안전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마켓에서 판매되는 생 닭고기, 칠면조고기, 쇠고기, 돼지고기에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가 발견됐다는 연구가 나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오염
과잉행동 유발 인공색소
비만 유발하는 옥수수 시럽 등
■ 마켓 판매 날고기에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발견
애리조나 소재 트랜스레이셔널 지노믹스연구소(TGen: Translational Genomics Research Institute) 연구진은 미국 내 5개 도시 수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칠면조,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등 날 육류 및 가금류를 조사한 결과 샘플의 4분의1가량에서 ‘수퍼버그’로 불리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발견됐다고 최근 ‘임상 감염질환’ 저널에 보고했다.
연구진의 로렌스 프라이스 박사는 “연구 결과가 매우 충격적이다”며 “샘플의 47%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Stephylococcus Aureus)에 오염됐으며, 오염된 샘플 중 52% 정도는 3종 이상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LA, 시카고, 워싱턴 DC,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 애리조나 플래그스태프 등 도시의 26개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80종의 브랜드 제품 중에서 136개 샘플을 채취해 조사했다.
DNA 조사결과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발견됐으며, 오염도가 높았던 종류는 생 칠면조고기로 나타났다. 칠면조 샘플의 77%나 황색포도상구군이 발견됐으며, 그 중 79%는 3종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였던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돼지고기, 닭고기, 육류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이 40% 정도 발견됐으며, 검출된 병원균 중에서도 항생제 내성을 보인 박테리아 검출은 돼지고기에서 64%, 육류에서는 35%, 닭고기에서는 26% 정도 발견됐다.
항생제에 내성을 일으키는 수퍼 박테리아로는 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대표적이다.
어떤 경로로 마켓에서 판매되는 생닭이나 칠면조, 생 돼지고기나 쇠고기가 오염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항생제로도 잘 치료되지 않는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물론 육류나 가금류를 유통시키고 있는 마켓이나 업자들은 시판되는 육류나 가금류 제품들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 사실 황색포도상구균은 생닭은 물론 어느 곳에서나 발견되기 쉬운 박테리아다. 심지어는 사람 콧속을 통해 흡입될 수도 있으며, 사람 손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다. 포도상구균(staph)는 가벼운 발진에서부터 호흡기 질환, 폐렴,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패혈증, 심장내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 전국 칠면조연합의 힐러리 테스마 박사는 논평을 통해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사람 손의 오염이 생고기의 오염원이 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소비자들은 생 육류나 가금류를 조리하기 전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안전한 온도에서 육류 및 가금류를 조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샘플이 작은 임상 연구라 연구 결과에 반론을 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사람 손이나 조리도구 등에 의한 교차오염도 감염의 경로가 될 수 있다. 또한 연구진은 실험결과 항생제를 9종류나 써도 내성을 가졌던 포도상구균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대규모로 운영되는 가축 사육장 시스템은 항생제 사용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MRSA는 병원, 체육관, 기숙사 등에서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식탁에 올려지는 음식에서도 검출될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유럽에서는 2007년 네덜란드에서 돼지 등 가축을 사육하는 농민들이 MRSA 변종 병원균으로 알려진 ST398에 감염됐다고 발표가 난 바 있으며, 돼지고기나 닭고기, 쇠고기 등에서도 MRSA 변종 병원균이 검출된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2009년에는 역시 네덜란드에서 생고기 샘플 2,217개를 조사한 결과 MRSA가 12% 정도나 발견됐었다. 특히 조사된 MRSA 병원균 중에서도 변종 ST398 은 85%나 발견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어린이들 잘 먹는 제품속
일부 색소 과잉행동 요인
■생닭에서 발견된 이콜라이
요로감염 일으킬 수도
지난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행하는 학술지 ‘신종 전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된 몬트리올 맥길 대학 연구팀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마켓에서 구입하거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닭고기에 남은 이콜라이 박테리아가 사람의 장에 살아남아 있다가 성생활 중에 요로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의 에이미 맨지스 박사는 “이콜라이 박테리아는 감염됐어도 아프지 않거나 아무 증상이 없이 사람의 장에 살아남아 있다가 요도나 항문으로 내려 왔다가 성생활 중에 감염돼 요로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공색소에 대한 FDA의 결정은 자녀가 있는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식용색소, 과연 안전한가
지난달 구성된 FDA 자문위원회는 논란이 돼왔던 인공색소에 대해 인공색소가 과잉행동(hyperactivity)의 원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릴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같은 행동장애를 갖고 있는 어린이의 과잉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과잉행동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소비자단체인 CSPI(Center for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가 FDA에 탄원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CSPI 는 인공색소에 관한 연구들을 분석하고, 블루 넘버 1, 블루 넘버 2, 그린 넘버 3, 오렌지 B, 레드 넘버 3, 레드 넘버 40, 옐로 넘버 5, 옐로 넘버 6 등 8종의 인공색소 사용을 금지시키거나 경고 문구를 부착할 것을 주장했다.
CSPI는 이들 색소가 어린이들이 잘 먹는 ‘젤 오’(Jell-O), ‘마운틴 듀’(Moun-tain Dew), ‘프룻 룹스’(Fruit Loops) 등에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인공색소와 인공첨가물이 ADHD를 갖고 있는 어린이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돼 왔다.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에서 진행한 15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ADHD 증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란셋에 발표된 영국 연구에 따르면 297개 프리스쿨 및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4가지 인공색소가 섞인 음료를 마신 어린이들에게서는 과잉행동과 주의력 결핍 증상이 나타났다. 연구대상의 아동들은 대개 ADHD를 갖고 있지 않았다.
종양이 커진다는 동물실험도 발표됐지만 연구에 사용된 양이 1,000배나 높은 수치라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인공색소를 섭취하더라도 그 양이 매우 소량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자녀가 ADHD를 갖고 있다면 주치의와 인공색소가 들어간 식품에 대해 상담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문가들은 자녀나 가족 중에 ADHD 행동장애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인공색소가 들어간 음식물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식품 라벨은 꼼꼼히 따져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액상과당 유해할 수도
옥수수 시럽, 액상과당(High fructose corn syrup), 물엿으로 표기되는 HFCS는 옥수수의 포도당을 과당으로 전환시킨 설탕 대체재다. 여러 연구 결과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HFCS는 소다 등 음료, 가공식품 등에 함유돼 있는데, 비만 위험을 높이거나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연구나 암세포 성장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는 연구들이 나온 바 있다. 일부에서는 HFCS 문제가 아니라 칼로리와 당 섭취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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