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다, 이스터 할러 데이다, 기독교축제 시즌만 되면 들려오는 뉴스가 있다. 미국 문화 곳곳에 깊이 스며든 기독교 색채를 지우려는 운동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In God We Trust’- 미국의 모토다. 이 문구를 공공부문에서 삭제하는 것을 법제화하려는 부산한 움직임이 부활절을 전후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와 종교 분리라는 명분과 함께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전개되어온 운동으로 한 세대 이상 전개되어온 미국 문화 전쟁의 핵심적 사안이라면 사안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취임 시 성서에 손을 얹고 서약을 한다. 이 전통도 이제는 시빗거리가 됐다. 기독교 편향적이고 또 전혀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게 세속주의자들의 주장이다. 하여튼 기독교와 관련됐다고 판단되면 소송이 제기된다. 그게 요즘의 한 흐름이다.
‘21세기에 성서는 중요시 될 것인가’- ‘포스트-크리스천’시대라고 했나. 사회제도로서 교회가 쇠퇴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일부에서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같은 개신교 전통의 나라다. 그 독일에서 성서가 배제되자 나치즘이 대두됐다.” 기독교 변증론자인 비슈얼 망갈와디의 말이다. 성서의 중요성을 반어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이 취임할 때 성서에 손을 얻는 것은 미국이 구가하는 자유의 비밀이 성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이 앓고 있는 정치경제적 질병의 근본원인도 성서가 일상에서 멀어진 데서 찾았다.
미국은 성서에 입각한 도덕률을 토대로 세워진 나라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고 이웃에 봉사하라는 것이 성서의 가르침이다. 성서가 배제되면서 이 도덕률이 무너졌다. 결과로 나타난 것이 과도한 국가부채 등 현재 미국 사회가 앓고 있는 질병이라는 주장이다.
반(反)기독교 움직임 확산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아예 노골적인 박해가 가해진다. 집회마저 허용되지 않고 구금도 예사다. 부활절을 전후해 중국에서 전해지는 뉴스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예술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아이웨이웨이 체포를 신호로 기독교에 대한 찬압이 부쩍 심해지고 있다. 그 주 대상은 6000만으로 추산되는 이른바 ‘가정교회’ 교인들이다.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전 세계 인구의 70%는 종교의 자유가 없거나, 극히 제한된 나라에 살고 있다. 그리고 종교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된 나라에서도 소수파의 종교는 탄압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 등 일부 회교국가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으로 개종금지법 등을 통해 기독교박해가 조직적으로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그러면 말 그대로 21세기는 ‘포스트-크리스천’시대이고, 성서는 그 영향력을 상실할 것인가.
“기독교는 1세기 이후 가장 경이적이고 활기찬 시대를 21세기에 맞게 될 것이다. 종교개혁 때보다도 더 극적인 그런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종교전문가 필립 젠킨슨의 말이다. 질문과는 상반되는 상황 도래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특히 그중에서도 아프리카에서 기독교도의 숫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1900년 현재 전 세계 크리스천 인구의 85%는 북미와 유럽이 차지하고 있었다. 2050년께 그 비율은 25%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1900년에 1000만에 불과했던 아프리카의 기독교도 인구는 2000년에는 3억6300만으로 늘었고 오는 2050년에는 10억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세기 한 세기동안 아프리카인의 절반이상이 부족 종교인 샤머니즘에서 탈출, 기독교나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젠킨슨의 전망에 따르면 이 두 종교 간의 개종경쟁에서 기독교는 4 대 1의 압도적 우세를 보여 아프리카는 최초로 기독교인구 10억이 넘는 대륙이 된다는 것이다.
유럽은 반면 계속 세속화의 길을 걸어 2025년께에는 ‘기독교지역’으로 분류되지 않고 대신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가 주요 ‘기독교지역’으로 부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이와 함께 본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고향회귀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런 대변화를 가져오고 있나. 인구동향에서 우선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유럽의 인구는 고령화와 함께 정체되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의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1900년께만 해도 유럽에 비해 1 대 3으로 열세에 있던 아프리카 인구는 역전돼 오는 2050년께에는 3대 1의 비율을 보일 전망이다.
또 다른 주요 요소는 개종이다. 줄기찬 선교결과 20세기 한 세기동안 아프리카 주민의 기독교 개종 율은 10%에서 43%로 증가했다. 그 증가 속도는 앞으로 더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미국으로 얘기를 되돌리자. 미국은 그러면 여전히 기독교국가로 남을까. 답은 ‘그렇다’다. 이민이 바로 미국의 역사였다. 같은 맥락에서 이민은 미국의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이민의 물결이 계속해 미국을 기독교국가로 존속케 할 것이라는 게 젠킨슨의 진단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기독교도가 대부분이다. 그런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이민그룹이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이 땅에 정착한다. 그리고는 주역이 되어 기독교국가로서의 미국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다. 그 때 한인교회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그 점이 궁금하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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