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군대 면제 문제로 재판을 받은 가수 MC몽 문제로 시끄럽다. 큰 관심을 받고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린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으로 열연 후 홀연히 해병대에 입대한 현빈과 비교돼 많은 안티팬을 양산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1.5세 미국 시민권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내 자리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가족과 10대 초반 미국으로 이민 온 후 부모님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나와 내 형제들 또한 학교를 출석하는 와중에도 부모님을 도울 수 있는 대로 도우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였다. 모두가 원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무엇인가? 바로 내 집 마련과 안정된 신분을 바탕으로 교육을 받으며 미국 사회에 소속되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 부모님의 아메리칸 드림 또한 그러하셨으리라. 좁은 차와 좁은 집에서 고생하며 영주권을 얻고 밤낮으로 일하신 부모님과 열심히 공부한 형제들 모두 이민 온지 10년 만에 감사하게도 미국 시민권자가 될 수 있었다.
너무 바쁘게 살아오면서 생각조차 못했던 한국을 나갈 기회가 생기면서, 설렘 반 걱정 반 생각이 많아졌다.
6년 전 쯤, 한국의 페이스북으로 말할 수 있는 싸이월드를 통해 많은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한 친구와 나눴던 대화는 아직까지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동창이고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의 앞자리, 뒷자리에 앉으며 친분은 있는 터라 반갑게 아는 체 했는데 이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기분이 영 찝찝해졌었다.
본인은 곧 해병대에 자원입대 할 것이라 하기에 축하한다, 대단하다 했더니 하는 말이 마치 내가 군대 안 가려고 미국으로 간 것처럼 몰아붙이는데 할 말을 잃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당시 미국 온지 5년쯤 되던 해였고 아침에는 학교로 저녁에는 부모님 일 도와드리느라 정신없이 지내던 시절이었는데 그 친구가 너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군대를 생각하는 한국 친구들이 모두 저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나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었다.
그 친구에게 네가 친구들과 수학여행으로 또는 고3 시절의 추억을 만들면서 공부하고 대학에 들어가던 때에 나는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민와 내가 제일 싫어하던 영어를 공부하며 미국인들에게서 은근히 느껴지는 차별을 경험하며 부모님과 밤낮으로 일했었노라 말해주고 싶었지만 참았었다.
그리고 지금 난 미국 시민권자의 입장으로 다시금 그 친구를 생각한다. 아직도 그 친구는 초등학교 졸업앨범 속 나를 향해 군대 안 갈려고 미국으로 도망간 찌질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있을까. 한국에서 그 친구를 만난다면 그 당시에 군대라는 개념도 없던 13살 중학생이 군대 가기 싫어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건 너의 생각이다 말해주어야 할까.
미국 내 주변의 친구들도 비자문제나 신분문제로 한국 군대 입대를 고민하고 몇몇 친구는 한국으로 나가 공익요원으로 또는 현역 입대하여 군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옛날 그 친구 때문에 생긴 피해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의 친구들이나 미국 내 한국 친구들에게 난 미국 시민권자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18살 즈음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한 내 자신을 자신들과 동떨어진 사람으로 바라 볼 그들의 시선이 두려워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난 10여년을 생각하며 매순간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흔들리는 나를 다독인다. 미국 시민권이라는 타이틀은 미국이 아무것도 없이 이민와서 플라스틱 그릇과 스푼으로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하고 지난 10여년 간 고생한 우리 가족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다면 그건 지난 10여년 간의 고생했던 순간순간, 부모님의 땀방울과 은근히 느껴지는 차별을 이겨내면서 부모님을 도우며 공부한 형제들의 노력을 모두 포기하는 거라고.
행복함과 감사함이 있어야 할 미국 시민권자라는 타이틀이 한국행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숨겨야 할 비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착잡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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