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츠머스 수도원의 베네딕트회 수사들. 수사들은 점점 나이 들어가는데 새로 입회하는 수사가 별로 없어 고민에 빠졌다. 수도원은 결국 가장 세속적인 마케팅 방법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다.
로드아일랜드, 포츠머스에 있는 포츠머스 수도원의 베네딕트회 수사들에게는 고민이 있다. 수사들의 나이는 점점 많아지는 데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가장 번창했던 1969년에는 24명에 달했던 수사의 수가 이제는 12명에 불과하다. 이들 수사 중 5명이 80대이고 가장 어린 수사가 다음 생일이면 50세가 된다. 수는 줄어들고, 수사들의 수명은 다 해가면서 위축되는 수도원의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포츠머스의 수도원, 광고 전문회사와 계약
수도원 입소 희망자 줄자 세속의 방법 도입
결국 수사들은 묘안을 짜냈다. 수세기 동안 수도원 바깥 세계와 담을 쌓고 살았던 이들이 바깥 세계의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운영 상 어려움에 빠진 단체들이 새 회원을 모집할 때 쓰는 세속의 방법을 쓰기로 한 것이다. 바로 인터넷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비디오와 블로그를 통한 광고와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그레고리안 챈트 링톤도 동원했다.
“숫자는 줄어들고, 우리는 늙어가니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다 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캐드몬 홈즈 대수도원장은 말한다. 홈즈 대수도원장은 2007년부터 수도원의 책임을 맡아왔다.
“젊은 세대가 눈길을 주고 소통하는 방식이 이것이라면 그대로 해야 겠지요.”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수사들이 사는 방식인 은둔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방식이다. 모든 것이 소셜 미디아를 통하는 시대에 수사들은 은둔의 담을 허물고 공개적으로 자기표현을 하는 가장 인기 있는 매체를 택했다. 바로 페이스북이다. 수사들이 페이스북에 사진도 올리고 간증 비디오도 올렸다.
수도원이 신설한 웹사이트(portsmouthabbeymonastery.org)에서는 수사의 삶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올린 질문에 답을 해준다. 예를 들면 “내가 가진 자동차는 포기해야 합니까?” - 답은 “그렇다”이다.
아울러 가톨릭 잡지 등 간행물에 “하느님이 부르십니다.”라는 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몇몇 수사들은 블로그에 글도 쓸 예정이다.
“500년 전에 블로그가 있었더라면, 아마 당시 수사들도 그걸 활용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고 홈즈 수도원장은 말한다.
“우리의 힘은 대단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결국은 하느님이 사람들을 당신께로 부르고 당신과 연합해 살도록 하시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우리의 몫을 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은둔자 비슷한 수도원 생활의 이미지와 테크놀로지를 동원한 광고와 마케팅은 뭔가 잘 안 맞는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테크놀로지와 소셜 미디어 사용은 바티칸에서도 이미 채택하고 있다. 바티칸은 자체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고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을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상황이 어떻든 이 방식을 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황께서 우리의 목적을 위해 이런 종류의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시니 우리는 기쁩니다.”
수도원의 부활 프로그램 담당자인 데이빗 모란 국장의 말이다.
페이스북에 오른 수사 초청 광고를 보면 수사들은 개방적이고 우호적이며 완전히 접근 가능한 모습이라고 수도원 광고를 맡은 파트너스 & 사이몬스의 톰 사이몬스 사장은 말한다. 페이스 북을 통해 수사들이 팬들을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보스턴에 소재한 사이몬스 광고사는 의료분야와 금융서비스 분야 기업들을 주 고객으로 해왔다. 그런데 포츠머스 수도원 일은 ‘주님의 일이니 흥미롭다’고 그는 말한다.
수도원 측과 첫 미팅을 하는 날 사이몬스 사장은 직원들에게 ‘성스러운 분’이 방문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리고 수사복을 입은 그레고리 하빌 수사와 모란 국장이 사무실로 들어오던 광경을 그는 기억한다.
광고사와 수도원 대표가 마주 앉자마자 양측의 문화적 차이는 사라지고 웹에 초점을 맞추는 광고에 즉각 의견을 모았다. 전통적 마케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처음부터 알았던 것이다.
사이몬스 광고사는 이어 영화제작사인 BPI와 제휴했다. 수사들의 온라인 비디오를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신의 부르심을 들었는지, 수도원 생활은 어떤지를 중심으로 수사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외부인들의 방문을 권고하는 비디오이다. 수사들의 ‘따스함, 진실함, 부드러움’을 포착해내는 것이 제작 목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하빌 수사의 이야기는 간행물과 비디오 양쪽의 광고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간행물에 나온 광고는 10년 전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그가 샌드위치를 데우기 위해 전자레이지에 넣고 기다리는 동안 불현듯 “포츠머스로 가라”는 신의 부르심을 들었다는 내용이다.
집안 혈통을 알아본 적이 있는 하빌 수사는 문제의 포츠머스가 영국의 항구인 것으로 처음 생각했다. 그의 선조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 항구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잠에서 깨면서 그는 그 메시지가 포츠머스 대성당의 베네딕트회 수도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 코네티컷, 크롬웰에서 미술 교사이자 조각가로 혼자 살고 있던 그는 “수사나 뭐 그런 게 될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수도원에는 남녀공학 고등학교인 포츠머스 수도원 학교가 같이 붙어있다. 재학생의 3분의2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하빌 수사를 비롯한 수사들은 그곳에서 교사로 일을 한다.
가톨릭 기숙학교들은 학생들을 교육하는 목적과 아울러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과거 그곳에서 공부를 마친 학생들 중 일부가 수도원에 합류하곤 했다. 그런데 지난 50년 동안 그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래서 가톨릭 학교들을 통해 수사 희망자들을 모집하는 한편 가톨릭 잡지 같은 간행물을 통해 광고를 했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수도원은 광고회사를 기용하게 된 것이다.
그 자신 포츠머스 수도원 학교 졸업생인 모란은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수도원 생활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홈즈 수도원장과 하빌 수사 등 수사들이 블로그 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그가 도움을 줄 계획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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