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uman face is the cave of the soul.
The valley that reveals the soul is the face.
사람의 얼굴은 얼의 굴이다.
영혼을 드러내는 골짜기가 얼굴이다.
"얼굴을 보니 그 골짜기가 한없이 깊다.
그 깊은 그윽한 곳에 얼굴의 주인인 진짜 얼이 계신 것이다."
일찍이 다석 유영모 어른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어지는
말씀: "소뇌, 대뇌를 넘어서 우주의 무한한 신비가 얼굴 뒤로
연결되어 있다. 별 하늘 뒤에 천천만만의 별 하늘…… 그 뒤
생각의 바다가 있고 신의 보좌가 있고…… 얼굴의 골짜기
한없이 깊다."
뇌를 넘어 얼굴 ‘뒤’를 보라. 찡~하게 다가옵니다.
별 하늘 뒤 신의 보좌를 살피듯, 아침 거울 속 내 얼굴을 한참
들여다 봅니다. 행여 내 얼이 비추일 때까지 고요히 오랫동안
눈 여겨 들여다 봅니다. 그렇게 보는 눈 속을 보며, 소뇌/대뇌를
넘어 얼굴의 골짜기를 깊숙이 들여다 봅니다. 글쎄요...... 얼핏
보이는 것도 같고, 또 얼이 드나드는 굴도 있는 것도 같고......
얼굴은 ‘얼’이 들어있는 굴(窟) --- ‘얼’이 들고 나는 굴이란
뜻이랍니다. 우리 조상들은 얼과 넋을 구별하는 신묘(神妙)한
지혜도 갖고 살았죠. 혼비백산(魂飛魄散)이라. 얼은 위로 날고
넋은 아래로 흩어진다는 오묘한 진리를 체득하고 살았던 우리
조상들. 얼과 넋의 느낌을 소중히 여긴 까닭에, 얼 나간 사람은
’얼간이’, 얼이 썩은 사람을 ‘어리석은’이, 넋 나간 사람은 굳이
’넋 빠진’ 이라 불렀던 겁니다.
The human face is the cave of the soul.
The valley that reveals the soul is the face.
사람의 얼굴은 얼의 굴이다.
영혼을 드러내는 골짜기가 얼굴이다.
어느 정도 삶의 연륜이 쌓이면 이제 자기 얼굴에 책임지는
나이가 되었노라 말합니다. 내 얼굴 내가 책임지란 얘기죠.
You are responsible for your own face. 정말일까요?
Easier said than done! 결코 말처럼 쉽진 않게 들립니다.
자기 얼굴에 책임지라? 얼굴은 얼의 굴이니 각자 자기 얼
알아서 책임지란 말씀입니다.
홀연, 유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의 싸캐즘[sarcasm, 빈정댐]이
떠오릅니다. "남자의 얼굴은 그의 자서전이다. 여자의 얼굴은
그녀의 소설 작품이지." A man’s face is his autobiography.
A woman’s face is her work of fiction. 은근히 몹시 비꼬는
풍자의 말씀인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하죠? 자기 얼굴에
책임지는 방법에 남녀 차이가 ‘조금’ 있다는 겁니다.
내 얼이 드나드는 굴인 얼굴, 과연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요?
다석 어른의 말씀을 풀이하는 박재순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얼굴 속에 ‘우주의 가장 깊고 깊은 성스러운 지성소’가
있고 그 지성소 속에 우주의 신비와 인간의 영성이 박혀 있다.
우주의 신비와 인간의 영성이 사람의 얼굴에서 하나로 통한다."
The human face is the cave of the soul.
The valley that reveals the soul is the face.
사람의 얼굴은 얼의 굴이다.
영혼을 드러내는 골짜기가 얼굴이다.
우주의 신비와 인간의 영성이 동시에 발현되는 지성소인
사람의 얼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 걸까요? 사람의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얼의 통로인 얼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걸까요? 땅으로 이어진 넋이 아니라 하늘에
닿은 얼이 드나드는 통로인 얼굴, 과연 어떻게 모셔야 하는
걸까요?
사실, 이런 질문들은 모두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인 우문(愚問)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얼굴은 가꾸고 관리하고 책임진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얼굴은 반영이지 작업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속일 수 없는 게 얼굴입니다. 있는 대로
고스란히 내비치는 게 바로 얼굴입니다. 얼은 결코 거짓으로
나타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표정은 지을 수 있어도 얼은
일부러 지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얼이 드나드는 굴인 얼굴에 책임지는 방법은 오로지
한 가지, ‘얼 차린 자’가 되는 것뿐입니다. ‘얼나’로 깨어난
사람이 되는 것뿐입니다. 제나에서 얼나로 솟난 이가 되는
것뿐입니다. 얼간이의 얼굴엔 얼이 없어 보입니다. 반대로,
깨어나 빛나는 얼의 소유자는 당연히 빛나는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러 지어 보이지 않아도, 얼 차린 이의
‘얼 굴(窟)’은 늘 자연스레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얼굴은 안팎으로 활짝 열려 있어 주위 사람들의 모든
얼굴과 환히 통해 있답니다.
Cheers!
OM~
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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