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죽음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운명’이라고 푸념하는 개인 세금보고 마감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한인들은 법으로 지정된 세금보고 마감일인 4월15일이 올해는 공휴일이나 주말이 아닌데도 4월18일로 연장된 것에 의아해하고 있다.
마감 연장의 이유인즉 흑인주민이 절대 다수인 워싱턴 DC(District of Columbia)가 노예제도의 사슬을 푼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을 기리면서 지정한 ‘노예 해방의 날’ 공휴일이 4월15일 금요일이고 공무원들이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미국인들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와 연방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2011회계연도연방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세금보고 마감이 추가로 연장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희망에 찬물을 끼얹듯 연방 국세청(IRS) 더글라스 셜만 청장은 7일 예산이 통과되지 못해 연방정부 운영이 영향을 받더라도 4월 18일 마감일이 바뀌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서두가 길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한인들이 막바지 세금보고를 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해외에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납세자들에 대한 IRS의 ‘2차 자진신고’ 규정까지 겹치면서 한인 납세자들은 큰 고민에 빠져있다. 신고를 하자니 지난해 1차 자진신고 때의 20%보다 늘어난 25% 벌금 등 내야할 세금이 부담이 되고 무시를 하자니 영 찜찜한 것이다. 지난 1월에는 한인 3세 출신의 빅터 송 IRS 수사국장이 한국을 방문, 한국 국세청과 함께 역외 탈세, 돈세탁, 해외 도피 자산에 대한 정보교환과 수사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바 있어 해외금융자산 보유자들은 더욱 좌불안석이다.
최근 몇몇 한인 공인회계사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들에 따르면 한국에 수십만, 또는 수백만달러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인 납세자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어렵게 취득한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포기한 경우도 있으며 포기할 것을 심각하고 고려하고 있는 한인들도 있다고 한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도 이곳 미국에서도 은행에 입금을 하지 못하고 집안에 수만, 수십만달러의 현금을 애물단지처럼 모셔두고 있는 한인들도 있다고 하니 놀랄 뿐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이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거나 이자율이 낮더라도 은행 CD에 입금했더라면 최소한 이자수익이라도 있었을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또 다른 한인 투자자는 갖고 있는 현금을 보고하고 세금을 냈지만 나머지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낮은 시세를 유지하면서 많은 한인들이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예비 바이어들은 모기지 융자를 얻지 못해 주택 구입에 실패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은행 등 모기지 렌더들이 이전처럼 ‘보고 인컴’(declared income)에 의존하지 않고 IRS에 보고된 실제 수입을 증명해야하는 ‘풀 다큐멘테이션’ 심사제도로 전환하면서 특히 자영업 종사자 비율이 높은 한인 커뮤니티에는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가능한 세금을 적게 내려고 수익을 임의적으로 줄였지만 막상 주택이나 사업에 투자를 하려고 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입으로 인해 융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한인 사업체 전문 부동산 브로커는 한인 자영업자들이 판매세 등 각종 세금을 적게 내기위해 매상을 줄였다가 팔려고 할 때 무리하게 매상을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면 외국인 자영업자들은 매상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부풀리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세금을 좀 더 내더라도 소득이 있어야 추후 필요할 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미국에서 소득은 크레딧과도 직결된다. 크레딧이 좋으면 모든 대출에서 낮은 금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낮은 금리는 지출의 절감을 의미한다.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돈은 돌고 돌아야 하기 때문에 돈이라는 말이 있다. 돈을 모시듯 음성적으로 보관하기 보다는 양성화 해 적극 활용해야 개인 경제와 나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법이다. 그 과정에서 내야할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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