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장학금은 없애야 한다.”
미 대통령 선거에 여러 번 출마했던 유명한 소비자 보호 운동가 랠프 네이더(77)가 지난주 대학 체육 장학금 폐지론을 들고 나섰다. 그에 따르면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다니는 선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다. ‘프로 스포츠’란 “돈을 받고 뛴다”는 뜻인데 체육 장학생은 대학이라는 팀에서 주는 돈을 받고 뛰기에 프로나 다름없다.
게다가 체육 장학금은 대학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1년 계약’이라고 꼬집었다. 기대에 못 미치거나 다치면 감독이 언제든지 중단시킬 수 있고 또 그들에게 학업은 운동만큼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체육 장학생은 먼저 선수인 다음에 학생이고 학교에서 돈을 주고 데려간 학생에게 학업이 아닌 운동에 포커스를 맞추게 하는 것은 그릇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대학 체육 장학금을 없애면 ‘아랫물’이 저절로 깨끗해지는 ‘보너스’가 따라온다고 덧붙였다. 줄곧 “체육 장학금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으로 어린 선수들 혹사 등 하이스쿨들의 부정행위가 정당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체육 장학금으로 인해 생긴 사업 분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클럽 팀, 퍼스널 트레이너, 리크루팅 서비스들이 바로 이 체육 장학금을 미끼로 ‘장사’를 한다. “우리 팀에서 뛰어야 특정 대학 장학금을 받기가 쉽다” “내가 어느 대학 감독을 잘 안다” “어느 대학은 우리를 통해서 선수를 구한다”는 식으로.
따라서 학생들의 참여를 추구하는 팀을 만들지 않고, 학교 명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 스카웃들의 눈길을 끄는 선수들을 끌어들이는데 포커스를 맞추는 하이스쿨이 점점 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틀린 말은 없다. 예를 들어 윌리 라일이란 한 텍사스주 트레이너는 현재 오리건에서 2만5,000달러를 받은 혐의로 미 대학체육협회(NCAA)의 조사를 받고 있다. 텍사스 A&M의 한 코치에 따르면 라일은 지난 2007년 패트릭 피터슨이란 올해 NFL 신인 드래프트의 종합 1번 지명까지 거론되고 있는 대어를 잡아주겠다면서 8만달러를 요구했고, 루이지애나 주립(LSU)도 라일이 세운 스카우팅 서비스사에 6,000달러를 낸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NCAA는 “미스터 네이더의 제안은 너무 어이가 없어 어디서부터 반박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며 “우선 매년 14만5,000명에 이르는 미 전국의 대학 체육 장학생들은 선수이기 전에 학생인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체육 장학생들의 졸업율이 선수가 아닌 학생들보다 높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다. 그리고 정작 프로로 뛰게 되는 선수는 그 중 2% 정도에 불과하다.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니면 프로’라는 것은 틀린 논리다. 체육 장학생도 메리트(Merit) 장학생과 마찬가지로 학생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그 모든 장학금 중 체육 장학금만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장학금보다 체육 장학금 때문에 훨씬 문제가 많이 생기는 게 현실이다.
대학에는 근처에도 못갈(또는 안 갈)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게 좋은 성적의 비결인 감독들이 많다. “저소득층 자녀에게도 대학 갈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정당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워낙 성적이 나쁘거나 체포됐던 전과가 많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선수들을 입학시켜 성적을 내는 감독이 누군지 잘 알려져 있다.
CBS 스포츠라인 칼럼니스트 마이크 프리맨은 이 대회의 켄터키 대 코네티컷 준결승을 “농구계에서 주로 ‘속임수꾼(cheater)’으로 불리는 감독과 NCAA에서 직접 ‘치터’라고 부른 감독의 대결”이라고 했다. 켄터키의 잔 칼리파리 감독은 인디애나의 전설적인 명장 바비 나이트가 “이미 2개 대학을 처벌받게 만든 사람이 아직도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 순수성을 잃은 대학농구 세상에서 은퇴한 게 기쁘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사람이고, 코네티컷의 짐 칼훈 감독도 불과 1년 전 NCAA의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체육 장학금만 없애서 해결될 문제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켄터키나 코네티컷이 우승해서 대학농구의 장래에 도움 될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규태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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