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이 다가왔다. 사실 봄방학은 학생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학기 중 해방구다. 짧지만 강열하게 학생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시기다. 그래서 봄방학은 ‘Spring Vacation’이 아닌 ‘Spring Break’인 것. 이런 의미에서 봄방학은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보다 더욱 소중하다. 봄방학은 부모들에게도 중요하다.
학기가 시작할 때 각오했던 다짐들이 흐지부지되면서 계획을 이어 나가지 못하고 있는 자녀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사기를 충전해 줄 수 있는 시기니 말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녀들은 하루 종일 비디오 게임이나 하며 1~2주밖에 안 되는 봄방학을 허비하기 일쑤다. 만물이 소생하는 싱그러운 봄도 만끽할 겸 봄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떠나볼까. 부담 없이 떠날 수 있으면서 교육적인 요소가 가미된 장소들을 모아봤다.
샌디에고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칼스배드 꽃단지는 봄을 맞아 오색의 화려함이 절정을 이룬다.
칼리코 ·자연사박물관 재미있는 역사 배움터
칼스배드 꽃단지 가면 형형색색 황홀한 장관
■ 칼리코
서부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마을에서 서부 개척사의 숨길을 느낄 수 있는 칼리코(Calico)는 남가주에서 가장 유명한 은광촌이자 고스트 타운이다. ‘킹 마운틴’(King Mountain) 옆에 위치한 타운으로 허름한 목조 집과 수공예 상점 등이 마치 서부 개척 시절의 마을 한 어귀를 옮겨온 듯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이곳에는 1881년 은이 발견되면서 처음 타운이 세워졌으며, 1896년까지 붐을 이뤘다. 은 러시가 끝나면서 1896년부터 1904년까지는 폐촌이 되었는데, 월터 노트라는 사람이 1951년 옛 모습을 되살려, 고스트 타운 테마공원으로 새롭게 재정비 한 것이다.
칼리코의 은광촌은 서부의 광업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이 마을 건물의 3분의1은 원래의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나머지 건물들도 ‘올드 웨스트’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주의 깊게 재건축됐다고 한다.
은광촌은 처음 입구에 들어갈 때부터 특이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입구 초소로 보이는 곳에 있던 서부 영화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한 남성이 느닷없이 다가와 권총을 들이대며 손을 들라고 위협한다. 깜짝 놀란 뒤에는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친절한 도우미로 돌변하는데, 심장이 약한 노인이나 임산부는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연기력이 실감난다.
칼리코를 봄방학 때 방문하기 좋은 이유는 해마다 봄방학을 맞아 ‘부활절 축제’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23~24일 열리며, 어린이들을 위한 ‘에그 헌팅’과 다양한 게임, 라이브 음악 공연들이 펼쳐질 예정이다. 칼리코에서는 캠핑 사이트와 캐빈, 벙커 하우스도 있어, 하룻밤 묵고 가는 손님들도 환영이다.
•입장료: 성인 6달러, 어린이 3달러며, 5세 이하 아동은 무료다. 스페셜 이벤트는 스페셜 요금이 적용된다.
•문의: (760)254-2122
www.calicotown.com
LA 한인타운에서 쉽게 갈 수 있는 롱비치 수족관은 각종 바다생물을 접할 수 있으며 주변에는 다양한 놀거리가 많다.
흙냄새 맡으며 야채수확 색다른 경험
■ 봄방학 자녀와 함께 나들이
■ LA 자연사 박물관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가벼운 나들이를 가고 싶다면 자녀들의 과학 학습 욕구를 자극시킬 LA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Los Angeles County)을 찾아보자.
1913년에 개관한 이곳은 서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선사시대의 화석에서부터 현재까지의 각종 동 식물과 광물을 갖추고 있다. 또한 45억년의 시대를 아우르는 조류, 동식물과 광물 표본, 해양생물, 각종 원석에서 가공된 보석 등 3,500만개를 소장, 자연의 신비는 물론 원시시대 동식물이 펼치는 미지의 세계를 파헤치는 재미가 가득하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세 개 층의 영구 전시실을 갖추고 있는데, 지하에는 캘리포니아의 유물과 자료를, 지상 층에는 조류, 공룡, 컬럼비아의 신대륙 발견 이전의 문화 등을 전시하며, 곤충 전시실과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전시실인 ‘랄프 파슨스 디스커버리센터’(Ralph M. Parsons Discovery Center) 등이 있어 자녀들의 자연 학습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LA자연사 박물관은 부속 박물관으로 라브레아 타 피츠 소재 페이지 뮤지엄(The Page Museum at the La Brea Tar Pits)과, 윌리엄스 S. 하트 팍 앤 뮤지엄(The William S. Hart Park and Museum)을 두고 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팍 라브레아 옆에 위치한 페이지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하고 다양한 빙하기 시대의 동식물군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입장료: 성인 9달러. 62세 이상 노인과 18세 이상 학생(학생증 요구)은 6.50달러, 13~17세 청소년 6.50달러, 5~12세 아동 2달러, 4세 이하 아동과 USC 학생(학생증 요구), 현역 군인, 교사와 학교 관람객은 무료며, 매달 첫 번째 화요일은 전체 무료, 매달 첫 번째 금요일은 박물관 회원은 무료다.
•문의: (213)763-3466, nhm.org/site
■ 칼스배드 꽃 단지
봄이라면 무엇보다도 꽃구경이 최고다. 자녀들과 함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정기를 듬뿍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요,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절경의 해변, 1년 내내 온화한 기후, 아름다운 날씨와 따사로운 햇살을 자랑하는 샌디에고 북부 칼스배드(Calsbad)는 아름답게 펼쳐진 ‘꽃 단지’(The Flower Field), 어린이들을 위한 레고랜드가 있어 자녀들과 함께 찾기 딱 좋은 곳이다.
칼스배드 꽃 단지의 매력은 50에이커의 대규모에 끝없이 펼쳐진 꽃밭에 형형색색의 래너클러스가 언덕 들판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데, 마치 동화 속에나 등장하는 환상의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다. 칼스배드의 꽃 단지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평일에도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월1일 문을 연 꽃단지는 5월8일까지 오픈하며, 아트 앤 크래프트 페어, 부활절 축제, 스프링 로즈 쇼 등 시즌 내내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한다.
인근에는 아름다운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하이킹 트레일이 마련돼 있는데, 꽃구경을 끝내고 하이킹을 즐기면서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타운 빌리지를 가면 각종 골동품 샵과 예쁜 카페,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다.
•입장료: 성인 10달러, 60세 이상 노인 9달러, 3~10세 아동 5달러, 2세 이하 아동 무료
•문의: (760)431-0352,
www.theflowerfields.com
■ 롱비치 수족관
봄방학을 바다 생물과 함께. 롱비치 다운타운에 위치한 롱비치 아콰리엄 오브 더 퍼시픽(Long Beach Aquarium of the Pacific)은 총 500종 가까이에 이르는 바다생물의 보금자리다.
‘서던 캘리포니아 바하 갤러리’(Southern California Baja Gallery)와 ‘노던 퍼시픽 갤러리’(Northern Pacific Gallery), ‘트로피컬 퍼시픽 갤러리’(Tropical Pacific Gallery) 등의 주요 전시관으로 나눠지는데 이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2~3일이 걸릴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서던 캘리포니아 바하 갤러리는 오리건주로부터 멕시코 지역까지 800마일을 섭렵하는 다양한 수중생물이 전시된다. 특히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샤크 라군 나이트’(Shark Lagoon Night) 행사가 열려 밤 9시까지 오픈하는데, 영화에서나 만나보던 날카로운 이빨의 상어들을 직접 만져 볼 수도 있어 자녀들에게 짜릿한 경험이 될 것이다. 노던 퍼시픽 갤러리는 표정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귀여운 바다 수달과 등 북태평양에서 서식하는 수중 동식물로 꾸며진다.
롱비치 아콰리엄에서 가장 큰 전시관인 트로피컬 퍼시픽 갤러리에서는 1,000마리가 넘는 형형색색의 물고기와 아름다운 산호초, 바다거북과 해마,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로 유명한 크라운 피시 (Clownfish)등을 직접 구경할 수 있다.
4월에는 ‘지구의 날 축제’ 와 세계 바다 사진전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입장료: 성인 24.95달러, 3~11세 아동 12.95달러, 62세 이상 노인 21.95달러.
•문의: (562)590-3100
www.aquariumofpacific.org
■ 어바인 타나카 농장
그동안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느라 방 안에만 ‘처박혀’(?) 있던 자녀들에게 농장의 소중함을 체험시켜 주는 것은 어떨까?
도시를 벗어난 자녀들이 직접 자연으로 나와 흙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농장이나 농촌 방문은 자녀들에게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어바인 타나카 농장(Tanaka Farms)은 봄에는 딸기로, 여름에는 수박으로 유명한 농장, 가을철에는 펌킨농장으로도 유명하다. 현재는 딸기농장이 시즌을 맞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30에이커 규모의 드넓은 농장에서 딸기 농장 외에도 홍당무나 양파, 콩, 무 등을 직접 캘 수 있는 2에이커 규모의 ‘유-픽’야채 가든(U-pick vegetable garden)도 운영한다. 유-픽 야채 가든에서 야채를 수확할 경우 파운드당 2~3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직접 야채를 수확하는 독특한 체험을 선사할 수 있다. 또한 평소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 자녀들에게 야채를 수확하기 위한 수고를 알려주고, 편식을 예방하도록 교육하기에 좋다.
타나카 농장에는 또한 양, 염소 등 20여종의 동물들이 마련된 페팅 주가 함께 있어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고 만져보며 놀 수 있어 자녀들이 더욱 좋아한다.
주말에는 시즌별 과일의 수확 축제로 꾸며지는데, 재미있는 각종 게임은 물론 맛깔스러운 음식이 가득하다. BBQ 음식, 목을 시원하게 채워 줄 하와이안 스타일의 빙수,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예술작품이 선보이며, 어린이를 위한 크래프트 이벤트 등 다양한 먹을거리와 놀 거리가 펼쳐지니 짜릿한 봄방학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문의: (949)653-2100
www.tanakafarms.com
<홍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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