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한 사람들을 멀리서 찾아볼 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바쁜 생활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관심을 갖고 보면 우리의 생각을 다시 하게 하는 일들이 많다.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이곳 사람들은 우직하리만치 자기에 주어진 일에 열심이다. 생활에 비해 그리 사치하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이 근검절약하는 생활이 몸에 배어서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부지런하게 살다가 조용히 은퇴한다. 얼마 전 읽은 이야기가 지금도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불치의 병을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름답다. 어려운 병인 것을 알면서도 그 병에 지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삶을 사는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승리자로서의 그들을 보게 된다.
파킨슨병은 몸의 균형을 잃고 사지를 떠는 병이다. 옆에 있으면 보는 사람도 공연히 불안해진다. 어떤 경우는 손만 떠는 게 아니고 몸도 같이 떨며 음성도 변한다.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 150만 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많은 환자들은 파킨슨병을 천형이라 알고 근근이 연명하는가 하면 인생의 다음 단계를 향하며 병중에서 삶을 찾는 용감한 사람들도 있다. 역시 인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신을 향상시키며 투병 중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가 보다. 생의 마지막 날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삶을 개척하는 그런 자세다. 얼마 전 우리생활 주변에서 일어난 마음 흐뭇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의 오늘도 조명해 볼 수 있다.
이스트 베이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합창단인데 단원들은 모두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들이다. 합창단의 이름은 ‘Tremble Clefs’라 하여 떨리는 고음합창단이라는 뜻이겠다. 단원들은 모두 휠체어를 타거나 간병인들에 의지하며 연습장에 도착한다. 연습을 하는 이들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지만 합창이 가져다주는 마음의 평안을 기대하는 모습으로 연습장에 나온다.
발성연습을 오래하면 목소리가 쉰 소리로 변하기도 한다. 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내는 큰 목소리는 기적 같고 합창을 통하여 신체적인 부자유도 잊고 화음을 즐긴다. 75살의 존은 화학자로 은퇴하기 전까지는 하이텍 기재 판매담당 이사였다. 세일스 프리젠테이션은 최고급이었다. 그의 기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타고난 우렁찬 목소리가 판매를 성사시키곤 했다고 그의 부인은 이야기했다.
10여 년 전에 파킨슨병에 걸리고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자 목소리도 개미소리처럼 되었다. 그는 의욕도 잃고 세상이 끝나는 날만 기다리는 그런 삶을 살았다. 파킨슨 환자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찾으며 그의 인생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찾게 되었다.
이 합창단은 30대에 자신도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사람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월넛 크릭에 거주하는 한센 부인은 합창이 파킨슨 환자에 도움이 된다는 학술지를 읽고 전국 파킨슨 협회의에 자금신청을 했다. 자금 허가와 함께 지휘자를 초빙하여 4년 전에 합창단이 빛을 보았다. 존의 부인은 초기 알츠하이머병까지 앓고 있던 남편에게 합창을 권유했으나 거절하던 남편이 우연한 기회에 합창연습에 매료되어 이제는 제일 열성적인 단원이 되었다.
그의 목소리는 정상을 찾고 부인과 92살의 장모까지 그의 권유로 합창단에 가입했다. 허약했던 장모도 음악을 통하여 건강을 찾는다고 한다. 파킨슨병을 앓고 실의에 빠져 있던 여러 사람들이 합창을 통하여 삶의 의욕도 되찾는다고 한다. 한 여자단원은 처음 왔을 때 큰소리로 말도 못하더니 이제는 알토로 듀엣까지 한다. 파머 단장은 이 합창단이 다른 아마추어 합창단과 다를 바 없으며 그들은 악보와 발성법을 배우며 대중 앞에서는 법도 배워가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여러 단체에 초청되어 공연도 한다. 존의 부인의 이야기처럼 병이 완치 되지는 않지만 병과 함께 살며 병을 극복하는 자세를 알게 해 준다고 한다. 이스트 베이 합창단원들의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본다. 우리 동포단체에서도 이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불완전한 모습에서 완성된 화음을 경험하는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이종학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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