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트는 룰이 있는 찬반 토론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분명하고, 정확한 자기의사 전달능력을 키우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매너를 가지게 된다.
‘학업과 리더십을 한꺼번에’
미국에서 자녀를 교육시키다 보면 한국과 다른 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많이 듣게 되는 단어들이 있는데 ‘크리티컬 싱킹’(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 ‘리더십’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사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부모들에게는 ‘암기’ 중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같은 단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실제 자녀 교육에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답답한 점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면서 학업실력 향상이란 성과까지 얻을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은 게 ‘디베이트’이다. 이미 미국 주류사회에서는 깊은 뿌리를 내렸지만, 한인사회는 아직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디베이트 문화 확산을 위해 그 가치와 방법 등을 이번 주부터 상세히 연재한다.
■ 디베이트란 무엇인가
디베이트와 디스커션(discussion, 토론)의 차이는 무엇일까.
둘 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토론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너무 다르다. 그래서 디베이트가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디베이트라고 불러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디베이트가 갖고 있는 고유한 의미가 살아난다고 본다.
게다가 현재 토론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의미로 혼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백분토론 혹은 끝장토론, 독서토론, 자유토론이라 했을 때 토론이란 말에서 디베이트를 떠올리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래서 디베이트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디베이트의 의미가 정착되고 나서, 그 다음에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할 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같은 토론인데 왜 다를까?
디스커션은 토론이기는 하되 형식적 제약이 없다. 따라서 토론의 결과가 다양하게 나온다.
디스커션과 달리 형식제약 많고 찬반 확실
상대방과 동일한 기회 속 주장과 반박 대결
예를 들어보자.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사람은?’을 두고 토론한다고 하자. 그럼 다양한 견해가 가능하다. 어떤 사람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을, 어떤 사람은 루즈벨트 대통령을, 어떤 사람은 케네디 대통령을 언급할 것이다. 더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를 갖고 토론한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냉면을, 어떤 사람은 자장면을, 어떤 사람은 갈비탕을 먹고 싶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디베이트는 같은 토론이면서도 이상과 같이 진행되지 않는다. 형식적인 제약이 큰 것이 디베이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 형식적 제약이란
‘형식적인 제약이 크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첫째, 디베이트는 찬반이 확실한 주제를 선택해서 토론한다. 그러다보니 참가팀은 찬성팀과 반대팀 두 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점심에는 뭘 먹을까?’ 같은 주제는 디베이트 주제가 될 수 없다.
다양한 결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베이트 주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옳은가 아닌가’ ‘중국의 1가족 1자녀 정책이 인권의 입장에서 볼 때 옳은가 틀린가’라는 식으로 찬성과 반대가 명료한 주제를 택한다.
두 번째로 디베이트는 발언시간, 발언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다. 찬성 쪽에서 2분 이야기 하면 반대쪽에서도 2분 이야기 한다. 찬성 편에 1분 준비할 시간을 주면, 반대편에도 1분 준비할 시간을 준다. 이 시간을 어기면 감점이다. 그래서 디베이트 경시대회를 할 때 심판들은 초시계를 갖고 참석한다.
발언순서도 마찬가지다. 이쪽에서 주제 발표를 하면, 다음에는 다른 쪽의 주제 발표다. 이쪽의 반박 순서가 끝나면 다른 쪽에도 반박 순서가 있다.
■ 자녀가 성숙해진다
이처럼 질서 있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훈련을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아주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만 이야기를 독점하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남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할 시간에 머릿속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다가 엉뚱한 소리를 한다. 생각이 다르면 금방 이야기가 과열되고 고성으로 번진다.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디베이트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베이트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들은 자기가 말한 만큼 상대방에게도 말할 기회를 준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그 핵심을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그래야 다음 순서에서 반박을 할 수 있으니까. 흥분해서 떠들어 봐야 디베이트 경시대회에 나가면 점수만 깎인다. 차분하게, 조리 있게, 정해진 시간에 맞춰 말하는 훈련을 한다. 대화할 때 상대방을 존중하는 교육, 내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교육에 디베이트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상에서 보는 것처럼, 디스커션과 달리 디베이트는 분명한 형식이 있다. 찬성과 반대로 나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서, 참가자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정해진 진행 순서와 부여된 시간에 따라 공정하게 토론하는 것이다. 그래서 디베이트를 ‘형식적인 제약이 큰 토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언순서, 발언시간을 미리 정하고, 또 찬성과 반대로 확연히 나눠 토론하는 이유는 뭘까? 이렇게 하면 오히려 발언자의 자유로운 발언을 제약하지는 않을까?
디베이트를 할 때 사전에 이렇게 정해 두고 하는 이유는, 이렇게 토론했을 때 서로의 토론 기량차를 쉽게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팀도 여럿이 있고, 팀별로 성원의 숫자도 다르고, 서로 토론하는 주제도 다르고, 발언하는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발언시간도 다르면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공정하지 않은 환경에서 누가 더 잘 토론했는지를 결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 사전에 규칙을 정해 두고, 서로 똑같은 조건에서 공정하게 토론하면 토론 기량을 비교하는데 수월하다. 공정하기 때문에 시비가 일 여지도 없다.
케빈 이(글로벌 에듀뉴스·투게더 디베이트클럽 대표>
www.GlobalEdu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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