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드 카다피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과는 다른 면도 있지만 닮은 면이 많이 있다. 1969년 육군대위로 리비아의 왕정을 무혈혁명으로 무너뜨리고 그 이듬해 총리, 국방장관, 국가평의회의장 등 주요권력을 움켜쥐고 국가원수가 된 카다피는 1974년에 독재 장기 집권을 유지하기 위한 카다피식 정치이념을 담은 이른바 ‘녹색서(The Green Book)’를 발표했다. ‘녹색서’에 따르면 국가의 주인은 ‘인민’이며 모든 권력은 ‘인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했다. 카다피는 이를 실제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1977년 ‘인민주권확립선언’을 발표했다.
49년간 독재정치를 했던 북한의 김일성이 내세운 정치이념은 ‘주체사상’이다. 주체사상은 4대원칙을 담고 있다. 즉 사상에서 주체, 정치에서 주체, 경제에서 자립, 국방에서 자립 등이다. 외부 압력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인민이 주체적으로 국가를 다스리며 발전시킨다는 사상이다. 1991년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관 자리에 올라 실제적 통치자가 된 김정일의 정치이념은 ‘선군정치’다. 주체사상의 4대원칙에서 국방을 강조한 실천이념이다. 제국주의적 패도정치로부터 사회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인민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민군의 뿌리는 인민에게 있다.
그런데 카다피나 김정일은 인민을 위하는 정치이념을 이용해서 자신의 장기 독재집권과 정권을 세습하는 방법에 전력을 쏟아왔다. 1942년생으로 69세 동갑네기인 카다피와 김정일은 노년기에 들면서 자신의 독재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세습제도를 택했다. 5명의 아들을 가지고 있는 카다피는 자신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차남 사이프를 후계자로, 김정일은 3남 정은을 육군대장으로 진급시켜 후계자의 자리를 각각 굳혔다.
또 두 사람은 정권이 무너졌을 때를 대비해서 해외에 막대한 돈을 빼돌리고 있다. 현재 EU와 미국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에 300억, 캐나다에 24억, 오스트리아에 17억, 영국에 10억 달러 등 370여억 달러를 은행계좌에 가지고 있으며 두 당국은 이를 동결시켰다. 김정일은 스위스 은행 등 여러 나라에 40억 달러를 비자금으로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만약을 위해 이 계좌를 김정은 이름으로 돌려놓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가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주는 경호대를 여성으로 구성한 것처럼 김정일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여 그를 둘러싸고 이색적인 쇼를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쁨조’도 여성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아마조네스라고 부르는 카다피 경호대는 40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원선발은 카다피 자신이 직접한다고 한다. ‘기쁨조’대원을 누가 선발하는지 알 길이 없지만 자격은 미혼미녀인 여군이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와 김정일이 다른 점도 있다. 카다피는 절대 집권을 하고 있으면서도 김정일처럼 신적인 추앙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카다피 자신이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신의 위치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종교행위를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북한에서의 신은 김일성과 김정일이다. 북한에서의 ‘주체교’는 이 두 사람의 위치를 이슬람교가 가지고 있는 알라신보다 훨씬 위에 놓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서방 연합군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의해 리비아에 대해 군사공격을 시작했다. 이번 군사제재는 ‘국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원칙에 입각해 결정했다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다. 즉 국가가 국민의 재산, 생명을 보호할 의지가 없고 국가가 자국민을 상대로 반인권적 범죄를 자행한 경우 국제사회가 해당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즉 해당국가의 주권보다는 인권을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이다. 북한의 김정일은 ‘국민보호책임’을 망각한 대표적인 독재자로서는 카다피와 닮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왜 북한에 대해 리비아에 대해 내려진 조치를 취할 수 없을까? 혹시 ‘국민보호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이익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허종욱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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