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한잔 괜찮겠지? 입덧 심하면 태아 이상?
무통분만으로 알려진 에피듀럴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분만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은 여성의 인생에 있어 커다란 사건이다. 기다리던 임신을 하게 되면 여성은 출산에 대한 불안과 곧 태어날 아기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갖게 된다.
임신진단과 함께 입덧을 가라앉히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출산할 때는 무통분만을 위해 척추에 뼈주사(epidural)를 맞을 것인지 혹은 제왕절개는 어떤지, 또한 산부인과 의사, 병원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구하게 된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최근에는 한인 여성들 사이에서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경험담이나 민간요법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최근 LA타임스 건강섹션에서는 임신에 대한 미신들을 지적하면서 임신 여성이나 신생아, 모유수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확한 의학적 근거가 있는 연구가 부족한 것이 민간요법이나 잘못된 상식이 넘쳐나는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 내용을 알아본다.
■입덧, 이렇다 할 치료제 없다
임신의 기쁨도 잠시, 많은 임신부가 입덧 때문에 고생한다. 입덧으로 심한 구토와 탈수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입덧은 임신 4주에서 16주까지 초기에 계속되며 임신부에 따라 임신기간 내내 입덧을 경험하기도 한다. 보통 임신 12~13주째 가장 입덧이 심하다.
입덧 증상으로는 구토, 구역질, 메스꺼움 등이 있다. 입덧은 임신을 했다고 우리 몸에서 알리는 가장 대표적이고 평범한 신호다. 심리적으로 증상이 생기거나 심해지기도 한다.
입덧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못했다. 뚜렷한 치료제도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입덧 완화요법으로는 지압, 생강, 비타민 B6 등이 대표적.
아일랜드의 더블린 시티대학의 간호학 강사이자 조산사인 앤 매튜스와 연구진은 1959년 이후 발표된 입덧 치료에 관한 연구논문 27개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침술, 지압, 생강, 비타민 B6, B6와 함께 복용한 항구토제(히드록시진, 독시라민 등) 등 다양한 치료법을 검토했지만 치료효과를 찾을 수 없었고, 효과가 있었어도 과학적인 근거도 부족했다고 지난해 9월호 의학 학술지 ‘코크란 라이브러리’에 발표했다. 임신부에 따라 생강이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입덧은 아침에만 생기는 증상도 아니다. 오전 오후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입덧이 심해 임신부가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고 해서 태아 발육에 이상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임신기간 배우자와의 성생활, 금주와 금연, 무통분만에서 제왕절개까지 질문이 많아진다. 신뢰할 만한 전문의에게 충분히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중 성생활은 해도 될까?
산부인과 의사들이 많이 질문 받는 것 중 하나다. 임신 기간에 성생활은 대개 안전하다는 것이 의사들의 조언이다.
건강한 여성이라면 임신기간 성생활을 지속해도 무리는 없다. 물론 모든 여성에게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치태반인 경우는 자궁에서 태반이 자궁경부 입구를 부분적으로 막기 때문에 성생활 같은 자궁경부를 자극하는 행위는 태반 출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조산위험이 높은 여성 역시 성생활은 금지다.
생식기 감염을 갖고 있는 여성은 성생활로 인해 조산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생식기 감염은 임신 중에 임신 여성이나 의사 모두 제때 체크하지 못해 의사가 성생활 금지 조언을 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 가능
과거에는 자궁파열 위험 때문에 제왕절개를 하면 다음 출산도 꼭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았다. 그러나 지난해 미 산부인과학회(ACOG)에서 ‘브이백’(VBAC, Vaginal Birth After Cesarean)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제왕절개 후의 자연분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 산부인과 학회에 따르면 2만명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VBAC 연구 결과 이전 첫째, 둘째 모두 제왕절개로 출산했더라도 다음 분만이 자연분만이 가능하며, 이전에 제왕절개로 출산했어도 현재 쌍둥이를 임신 중인 경우도 자연분만이 가능하다고 발표됐다.
‘브이백’의 성공률은 70% 정도다. 이는 10명 중 7명 정도는 자연분만에 성공한다는 얘기다. 이전에 제왕절개를 경험한 경우 자궁파열 위험은 1% 미만. 제왕절개를 2회 경험한 경우 역시 자궁파열 위험은 2% 미만으로 나타났다. 산모 사망위험은 0.02%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왕절개 경험이 있는 산모 모두 다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험요소가 없는 산모가 경험이 많은 의사와 안전한 병원에서 브이백을 했을 때 성공률이 높아진다.
또한 산모의 이전 출산경력, 태아의 체중이나 위치, 자궁과 골반의 상태 등 모든 조건을 꼼꼼히 고려해 봐야 한다. 특히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이 산모에게 부작용 위험이 덜 하지만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분만법을 선택해야 한다.
찜질방·사우나 등
태아 신경손상 위험
또 임신기간 말기에 하는 성행위는 진통과 분만을 인공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부부들도 많다. 성행위 중 성적 흥분을 느끼면 옥시토신이라는 분만 유도제와 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믿는 것.
또한 정액에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호르몬 물질이 들어 있는데 프로스타글란딘도 유도 분만 때 쓰이는 제제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견들에 관한 연구 역시 많지 않고 결론은 확실하게 나지 않은 상태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임신인 경우 성적흥분을 느껴도 조산위험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또 임신 초기의 유산이 성생활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임신 초기 유산은 성생활 때문이 아닌 염색체 이상이나 태아의 성장문제나 수정난의 착상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다.
하지만 조산위험이 있고, 예기치 않은 질 출혈, 양수가 새는 경우, 자궁경부 무력증, 전치 태반 등은 성생활을 피해야 한다.
■임신기간 가벼운 술 한 잔 정도는 괜찮을까?
사실 산부인과 전문의 중에 적은 양이라도 술을 마셔도 괜찮다고 조언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임신 중이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는 담배와 술은 꼭 끊어야 한다. 담배는 최소 임신 3개월 전에 끊고, 술도 2~3개월 전부터 끊도록 한다.
임신기간 폭음이나 취할 정도로 심하게 술을 마시면 안면기형, 성장장애, 저체중아, 미숙아, 심장손상, 정신지체 등 태아 알콜성 증후군 발생률이 높아진다. CDC 등 미국 내 각종 기관에서는 임신 중에는 금연·금주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한 차례라도 과음이나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과도하게 마시면 태아의 알콜 노출위험은 올라간다. 그렇다면 가벼운 한 잔 정도는 어떨까? 술을 좋아하는 여성의 경우는 한 잔 이하로 멈출 수 없다면 절대 한 잔도 마셔서는 안 된다.
영국 보건국에서는 임신한 여성은 일주일에 1~2회 정도 2잔 이하는 괜찮다는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영국 에섹스 대학 이본 켈리 유행병학 박사는 2000~2002년생 자녀를 둔 1만8,500가구를 조사, 가벼운 음주가 위험을 높였는지에 대해 연구 분석한 결과 일주일에 평균 1~2잔(혹은 특정행사에서 1~2잔) 임신 중 마신 여성에게서 태어난 자녀와 평소 술을 마셨지만 임신기간 금주를 했던 여성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을 비교한 결과 인지행동 3세, 5세 테스트에서 별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켈리 박사는 절대로 임신기간 술을 마셔서는 안 되며, 술은 임신부 및 태아에게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에피듀럴을 맞으면 모유수유 못하나?
에피듀럴은 무통분만 혹은 경막 외 마취분만으로 자궁경부가 어느 정도 열렸을 때 척추(경막외강)에 국소 마취제와 유사 마약제 혼합액을 주입해 통증을 제거해 주는 분만법이다. 미국 내 임신 여성 70%가 에피듀럴 주사를 척추에 맞고 출산한다.
특히 에피듀럴 주사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 넘친다. 에피듀럴 주사를 맞게 되면 진통을 늦추고 진통하는 기간이 늘어나 제왕절개 할 위험이 높아지고, 집게로 태아 머리를 꺼내는 겸자분만이나 베큠 같은 흡인기로 꺼내는 흡인분만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잘못된 정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산모가 맞은 마취제가 신생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마취제에 취한 상태로 만들어 모유수유를 방해한다는 잘못된 정보도 이슈다. 전문가들의 지적은 에피듀럴 역시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경막 외 마취와 모유수유 관련 논란은 2006년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팀의 연구 발표 후 이슈가 됐다. 에피듀럴에 사용되는 마취제 중 하나인 펜타닐(fentanyl)이 신생아의 뇌에 미세한 영향을 줘 아기의 모유수유 거부반응을 유발한다고 발표됐던 것. 하지만 연구대상 여성들은 모르핀 대용 약제인 페타딘(Demerol)을 함께 맞았으며, 페타딘은 취한 것 같은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
무통분만용 에피듀럴 주사
모유수유 방해 정보는 잘못
물론 모유수유 옹호자들은 펜타닐도 모유수유의 방해물질로 지적하고 있다. 펜타닐은 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 마취제로 산모의 혈액에 들어가며 태반이나 신생아의 혈액에는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장기간 작용하는 페타딘과는 달리 단기간 작용한다.
또한 지난해 마취과학 저널에 발표된 영국 왕립 할램셔 병원의 매튜 윌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1,000여명의 산모를 조사한 결과 에피듀럴를 맞지 않은 산모나 펜타닐이 들어간 에피듀럴를 맞은 산모나 펜타닐이 들어가지 않은 산모나 모두 모유수유 성공에 별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중 뜨거운 물에 목욕해도 될까?
임신부는 되도록이면 욕조에서 뜨거운 물을 담아서 하는 목욕은 제한하는 것이 좋다. 10분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체온은 화씨 102도(섭씨 38.9도)로 상승한다. 또한 임신부는 찜질방은 물론 사우나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체온이 올라가면서 태아에게 신경손상 위험을 주거나 심하면 유산까지 할 수 있다.
임신 첫 4~6주 사이에는 특히 태아의 뇌와 신경이 발달하는 기간으로 뜨거운 목욕이나 사우나 찜질방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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