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거나 염증이 생기면 무조건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인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우리 몸에 해가 되는 나쁜 세균과 유익이 되는 좋은 세균을 함께 박멸하는 항생제는 정말 필요할 때만 써야 하는 약이다. 물론 치료에 항생제가 필요한 질병인데도 끙끙 참는 경우 역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쉽게 말해 항생제는 세균(박테리아)성 감염 치료에 쓰인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나 독감, 기침감기, 기관지염, 목감기, 코감기 등 구강, 비강, 인후부 등 상기도의 호흡기 감염에는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항생제는 언제 써야 하는지, 항생제 내성, 항생제 없이 증상을 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본다.
호흡기 감염 질환 거의 항생제 안 들어
바이러스성 보통 2주 지나면 저절로 나아
■박테리아? 바이러스? 같은 말 아닌가요?
박테리아(세균)는 원핵생물에 속하는 단세포 생물로 세포벽을 갖고 있으며 우리 몸 안과 밖에서 발견된다. 대개의 박테리아는 우리 몸에 그렇게 해롭지는 않다. 오히려 좋은 세균은 몸에 이롭다. 하지만 연쇄상구균에 의한 패혈성 인두염(strep throat)이나 중이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박테리아는 항생제를 써서 죽이거나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보다 크기가 작은 전염성 병원체다. 건강한 세포를 공격해 질병을 일으킨다.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은 항생제가 필요치 않다.
감기나 독감, 기침감기, 기관지염, 인후염(sore throats, 목감기) 등 호흡기 감염 질환은 항생제가 치료에 필요하지 않다. 항생제는 항세균 물질로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에는 효과가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패혈성 인두염, 중이염은 삼출성 중이염을 제외하고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항생제는 뭔가요?
항생제는 항균제를 말하는 것으로 병원성 세균과 대항하는 세균이다. 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죽이거나 증식을 억제한다. 세균이 원인인 감염과 싸우는데 도움이 되는 치료제라고 보면 된다.
1927년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에 의해 곰팡이에서 첫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발견됐고 1940년대에는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드러매틱한 질환 감소율을 보였으며 단순한 감염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떨어졌다.
■항생제 내성균, 전염 가능성 높아
항생제 내성균은 가족 간에 전염될 수 있어 문제다. 호흡기나 접촉을 통해 가족이나 학교, 직장, 헬스클럽, 기숙사, 병원 등에서 감염 가능성이 올라간다.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이유는 바로 항생제 오남용 때문이다. CDC에 따르면 항생제의 잦은 사용과 잘못된 사용이 항생제 내성균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실 항생제를 치료제로 쓰기 시작하면 용량이나 기간에 상관없이 내성이 생길 수 있다.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 항생제에 대해 내성이 생긴 저항균이 살아남아 더 자라고 강력해지며 증식할 수 있기 때문. 또한 증상이 호전됐다고 복용기간을 임의로 짧게 하면 내성위험이 올라간다.
세균이 완전히 제거되기 전에 체내 항생제 농도가 낮아지면 세균이 항생제를 견디는 능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처방 받으면 현명하게 치료에 사용해야 항생제 내성을 예방할 수 있다.
항생제에 공격당한 세균
방어체계 강화 약효상실
■ 항생제 내성이란
박테리아나 병원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것이 항생제 내성이다. 세균을 이용해 세균을 죽이다보니 공격을 받는 병원성 세균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 병원성 세균이 항생제 공격을 받아 방어체계를 만들어내고 이전 항생제 치료로는 효과가 없는 균으로 변해 내성이 생긴다. 강력한 항생제 치료에도 살아남은 박테리아는 계속 증식하며 더욱 못된 세균으로 발전한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예전에 쓰던 항생제로 치료 효과가 없어지거나 사소한 질환에 걸려도 전보다 증상이 더 심해진다.
특히 최근에는 일명 수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MRSA(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VRSA(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감염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들은 강력한 내성균으로 항생제 치료가 듣지 않거나 감염되면 사망 위험률이 올라가는 등 문제가 많다.
항생제 처방을 진단 받으면 의사의 지시대로 복용을 끝까지 마치는 것이 항생제 내성을 줄이는 길이다.
급성 중이염·외의도염
항생제로 조기치료를
■항생제 내성균 감염 어떻게 예방하나
의사가 항생제를 일주일이나 열흘 치를 처방했다면 의사의 지시대로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해야 한다. 중간에 증상이 호전됐다고 자가 진단해 약을 끊게 되면 항생제 공격에 약해졌던 세균이 다시 회복돼 자신을 공격했던 항생제를 연구해 더 강한 내성균으로 발전하거나 치료를 더디게 만들고 재감염의 위험을 높인다.
특히 항생제를 남겨두거나, 남이 복용했던 항생제를 얻어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전 증상과 비슷하거나 타인과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도 원인이 다를 수 있으며 약의 종류가 다를 수 있고 복용기간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사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과 항생제 치료법에 대해 상담 받아야 한다. 의사가 처방한 항생제가 남아도 다음에 쓰지 말아야 한다. 항생제가 남으면 약국이나 병원에 가져가 처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세균 감염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나 독감에 걸렸다고 항생제 처방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호흡기 감염, 항생제 없이 어떻게 증상완화를 하나?
보통 감기는 바이러스성으로 2주 정도 증상이 간다. 인후염(목감기), 중이염, 부비동감염(sinus infections), 감기, 기관지염 등 상기도에 호흡기 감염에 의한 증상은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부비동 감염은 급성 세균성 감염인 경우 항생제를 쓴다. 코 안 얼굴 뼈 속 비어 있는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부비동염이라 하는데, 대개 부비동염은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4주 정도면 완전히 회복되지만 급성 세균성 부비동염은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 세균성 부비동염은 질환기간이 4주 이내이며 급성이 아닌 세균성 부비동염은 기간이 4~12주 정도로 증상이 오래 가기도 한다.
기관지염은 기침 증상이 대표적으로 2주 정도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기침은 8주 정도 가기도 한다. 만성 기관지염은 흡연하는 사람에게 자주 나타난다. 기관지염은 호흡기 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독감 바이러스 등에 의한 것이 주원인이며 드물게 세균성 기관지염이 생기기도 한다.
세균성이 아니라면 항생제가 필요치 않다. 하지만 폐렴이나 백일해 등이 동반됐을 때는 항생제가 처방된다.
호흡기 감염 물 많이 마시고 휴식
인후염 목감기용 캔디로 증세 완화
■중이염에 항생제 먹어야 할까?
중이염은 급성중이염, 삼출성 중이염(otitis media with effusion), 외이도염(수영자 귀, swimmer’s ear)으로 구분된다. 어린이는 급성중이염, 삼출성 중이염이 주로 나타나며, 물놀이 후에는 외이도염이 잘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성인도 중이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어렸을 때 앓았던 중이염이 만성화돼 나타나기도 한다. 중이염의 적절한 치료는 난청이나 청력손실 예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중이염은 귀 통증이나 열, 가려움증을 동반하며 급성 중이염과 외이도염은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중이염 증상은 귀가 아프고 멍하며 고막에 구멍이 생겨 귀에서 물이나 고름 같은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물놀이 후 생길 수 있는 외이도염은 가려움증과 함께 귀 통증, 고름 등이 나오기도 한다. 귀가 먹먹하거나 잘 듣지 못하고, 귀를 후빈 후 아프고 붓거나 입을 벌리기 힘들 정도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삼출성 중이염의 경우 항생제 치료는 효과 없다. 감기에 걸리면 귀 안이 붓고 염증으로 막힐 수 있는데, 귓속 압력 균형이 깨지면 주변 조직에서 나온 수분(삼출액)이 중이에 고여 염증을 일으킨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져야 귀에 뭔가 차 있거나 막힌 듯한 느낌, 통증이 나타난다.
중이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잘 씻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직간접 흡연을 피하고, 유아는 되도록 모유수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유수유를 하면 모유에 들어 있는 항생물질이 중이염을 예방하는데 도움 될 수 있다. 젖병을 사용하는 경우는 누워서 아기가 젖병을 빨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호흡기 감염질환의 증상 완화
대부분 감기는 빨리 낫기를 위해 조급증을 갖기보다는 충분히 쉬고, 물을 많이 마시며, 직간접 흡연, 공기 중 공해물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집안에서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감기예방에 도움 된다.
목감기(인후염)에 걸렸을 때는 목감기용 캔디도 도움 된다. 하지만 어린이에게는 목감기용 캔디는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콧물감기나 부비강 통증에는 식염수 코 스프레이나 코 충혈 완화제(decongestant)가 증상완화에 도움 된다.
또한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아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오버-더-카운터용 진통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린이, 유아의 경우 오버-더-카운터 약 구입 때 주치의와 상담한다. 또한 4세 이하는 오버-더-카운터용 기침, 감기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열이 화씨 100.4도, 증상이 10일 이상 가거나 일년에 수차례 앓는 경우, 오버-더-카운터 약물로 효과가 없는 경우는 의사를 찾아간다.
바이러스성 감염에 걸렸을 때는 푹 쉬는 것이 증상완화에 도움 된다. 실내공기는 깨끗하게 유지하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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