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똑같은 준비자세가 타이밍과 리듬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프리샷 루틴
골프에서는 샷을 날리기 전의 일정한 동작을 프리샷 루틴이라고 한다.
골프에서 타이밍과 리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샷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더라도 스윙을 하기 전의 작은 변화가 결과에 엄청난 결과를 끼친다고 정상급 프로들은 전한다.
그런 까닭에 경기 중 갤러리의 휴대폰 소리 등으로 스윙을 중간에 멈춘 경우 프로들은 처음부터 프리샷 루틴을 반복한다. 이 프리샷 루틴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타이밍과 리듬도 그대로 살릴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프리샷 루틴을 딱히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어떤 투어 프로들은 볼 앞에 다가가 망설임 없이 휘두르기도 하고, 또 다른 프로들은 너무 오랫동안 시간을 끌기도 해 갤러리나 동료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실전이건 연습이건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클럽을 꺼내는 순간부터 피니시가 이뤄질 때까지 모든 과정은 이미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실수는 확연히 줄어든다.
여기 나의 프리샷 루틴을 공개한다. 모두 14개의 조각으로 자세히 나눴다.
1. 볼과 타깃, 그리고 자신이 일직선 되는 지점에 자리를 잡고 잔디를 뜯는다. 그 정도의 잔디를 뜯는다고 골프장 주인이 쫓아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정 껄끄럽다면 주변의 나뭇잎 등을 이용해도 무방하다.
2. 잔디를 공중으로 날려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체크한다.
위와 아래쪽의 바람세기는 다르기 때문에 핀 깃발뿐만 아니라 흘러가는 구름, 홀 주변 나뭇가지의 흔들림도 파악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3. 바람을 파악한 후에는 자신이 날릴 구질을 머릿속에 미리 그려본다. 이 때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혹여 슬라이스나 훅이 날까 염려하게 되면 기우는 현실이 된다. 자신을 믿도록 한다.
4. 이제 슬슬 몸을 풀 차례다. 몸의 힘을 빼고 가볍게 두어 번 빈스윙을 한다. 빈스윙은 몸의 경직을 풀어주고 실제 샷을 할 때 최대의 힘을 낼 수 있도록 워밍업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두 차례 한다.
5. 몸을 풀었으면 그립을 잡을 차례다. 나의 경우에는 왼손으로만 클럽을 잡고 샤프트 끝으로 타깃을 가리킨다. 마음속으로는 핀을 향해 ‘내가 곧 그곳으로 갈 테니 기다려’라고 한다.
6. 클럽을 다시 지면에 내려놓으면서 다시 한 번 방향을 확인한다.
이 때 가슴 깊은 곳까지 숨을 들이마신 후 내쉬는 동작을 병행하면 근육이완과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승부처 홀에서 이렇게 해보도록 한다.
7. 클럽을 들어 올리면서 서서히 출발지점(볼)으로 다가간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나의 시선은 타깃을 놓치지 않고 있다. 좀 전까지는 한 손으로만 클럽을 잡고 있었지만 드디어 양손으로 잡았다.
8. 출발지점에 도착한 후볼 뒤에 페이스를 위치시킨다.
어드레스 자세를 잡기 전 고개를 들어 다시 한 번 타깃을 응시한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빠트리지 않는다.
9. 양발이 모아진 상태에서 오른발을 먼저 타깃 방향과 맞춘다.
드로나 페이드 구질을 날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오른발 끝선은 타깃라인과 수평이 되도록 한다. 이후 페이스도 스퀘어하게 정렬한다.
10. 스탠스를 본격적으로 잡을 차례다. 먼저 이동하는 건 왼발이다. 왜 그럴까. 기준이 필요해서다. 좀 전 동작에서 오른발을 타깃과 정렬했다. 이 오른발을 기준으로 왼발을 정확한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11. 왼발을 옮겼으니 이제는 오른발을 옮길 차례다.
이번에는 왼발을 기준 삼아 오른발을 이동시킨다. 무릎도 약간 구부리면서 스탠스를 완성한다. 머리는 볼 뒤쪽에 두고 척추는 곧게 편다.
12. 과거 세르히오 가르시아처럼 수십 번의 왜글(클럽을 앞뒤로 흔드는 것) 동작으로 동반자들을 짜증나게 할 필요는 없지만 근육의 긴장을 풀기 위해 가볍게 한 번 왜글을 한다. 왜글 동작을 두 번 반복하는 이유는 클럽의 무게감을 느끼는 동시에 몸의 힘을 빼기 위해서다.
13. 최종적으로 핀을 한 번 바라본 후 다시 한 번 왜글을 한다.
14. 드디어 발사 순간이다.
프리샷 루틴을 어기지 않은 나의 스윙은 매끄럽게 이뤄지고 볼은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목표물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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