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침팬지의 세계를 보면 알파 메일이라는 것이 있다. 그 그룹에서 가장 힘이 센 놈은 여성 침팬지를 독차지하고 사냥감 중 가장 맛있는 부분을 가장 먼저 많이 먹는다. 그러나 이 알파의 자리는 하늘이 정해준 것이 아니다. 싸워서 얻은 것이고 싸워서 지켜야 한다. 한 때 떵떵거리던 알파도 늙고 병들면 젊은 수컷의 도전을 받아 권좌를 내주고 쓸쓸이 홀로 숨을 거두고 만다.
침팬지보다 지능이 조금 발달한 인간은 왕을 신 혹은 신의 후손으로 내세워 좋은 것을 독차지하고 대대손손 나머지 국민들이 그에 복종하는 제도를 만들어냈다. 왕과 노예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상은 인류 문명이 시작된 지 장장 2,000여년이 지난 후 유대의 선지자와 그리스 사상가 머리속에서 처음 나왔다.
그러나 로마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1,000년에 달하는 중세 동안 인간은 역시 소수의 착취자와 피착취자로 나뉘어져 살았다. 인간 평등의 사상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18세기 이후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민 혁명이 성공을 거둔 이후다. 서유럽의 경우 정치적으로는 많은 사람이 자유인이 됐지만 사회적으론 그러지 못했다. 산업 혁명과 함께 대다수 인간은 노동자로 전락했고 생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급료를 받으며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았다.
서구의 노동 운동은 이런 근로자들의 참상을 덜어주기 위해 일어났다. 노조가 결성되고 정치인들이 이들의 입장을 법제화하면서 노동자 삶의 질은 현저히 개선됐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자기가 가진 힘을 이용해 남을 착취하려는 본성이 있다. 노조도 예외는 아니다. 노조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업의 생산성보다 많은 임금 인상과 혜택을 요구한다. 한국에서는 대기업들이 막강한 노조의 요구는 순순히 들어주고 이로 인한 비용 증가를 힘없는 하도급 업체에 떠넘겨 충당하는 것이 이제 관행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기업 노조의 경우 횡포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경영진이 노조 하자는 대로 다 들어줘 지나친 경비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제품 질이 떨어지거나 값이 비싸져 사람들이 사지 않으면 기업은 문을 닫고 노조원들도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반면 독과점 체제를 운영하며 절대 문을 닫지 않는 노조도 있다. 공무원 노조가 그것이다. 이들은 치안, 교육, 소방 등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정치적 신분 보장까지 받고 있다. 인류 역사상 공무원이 착취당했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때만 되면 근로자 평균 임금보다 높은 연금 타내는 것을 당연한 일로 알고 있다.
1960년 미 사기업 근로자의 30%, 공무원 10%가 노조에 가입하고 있었다. 이제는 사기업 6.9%, 공무원 36%가 노조원이다. 이렇게 비대해진 공무원 노조는 정치인들을 쥐고 흔들며 주 예산의 노른자를 독식하고 있다. 가주를 비롯한 많은 주정부가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원인의 하나가 바로 공무원 노조의 과도한 복지 요구에 있다.
미국에서 공무원 노조가 생긴 것은 공무원들이 배가 고팠기 때문이 아니다. 케네디는 1962년 연방 행정명령으로 공무원 노조 결성 금지를 해제했다. 공무원 노조가 있는 곳은 주로 민주당이 수혜자라는 것이 분명히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미 공무원 노조는 4,000만달러의 정치 헌금을 했는데 그 98%가 민주당에 가고 있다.
공무원 노조 힘의 원천은 단체 교섭권이다. 1959년 미국에서 이를 처음 부여한 위스콘신에서 단체 교섭권 박탈 여부를 놓고 지금 공화당 주지사 스캇 워커와 노조 간에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전설적인 미 전국 노조위원장(AFL-CIO)이었던 조지 미니는 공무원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반대했다. 독점 서비스를 볼모로 돈과 표를 가지고 정치인들을 위협하며 국가 전체보다 자신의 권익을 앞세우는 모습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표결에서 밀릴 것 같자 위스콘신 주 의회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의결 정족수를 깨기 위해 일리노이로 도주하는 코미디까지 벌어졌다. 노조의 횡포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이를 바로 잡을 것인지, 이번 표결의 향방이 주목된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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