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부상한 ‘선덕여왕’을 보면 강한 개성의 주인공들과 감초 역할을 하는 많은 캐릭터들이 버무려 내는 이야기는 매 회마다 박진감 넘치는 긴장감을 더한다. 여기에 극의 재미를 더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는데 바로 다양한 약재들이 그 주인공이다. 서역국의 카레 재료였던 울금, 천명공주를 죽음에 몰고 간 초오, 꽃미남 비담이 덕만의 목숨과 교환하려고 했던 세신. 드라마 속 약재 속으로 들어가 보자.
덕만공주의 낭도 시절, 서역국의 교역단이 서라벌을 방문한다. 덕만은 교역단의 식사를 대접하는 책임을 맡고, 시녀의 실수로 못 쓰게 된 카레를 다시 만들려고 울금을 찾는다. 이때 죽방이 어리버리하게 발견한 식물이 노란색 식물 울금이다. 울금은 생강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의 뿌리를 건조한 것을 일컫는다.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 열대지방에 분포한다. 신라시대 착색이 잘되는 노란색의 성질을 이용해 염색제로 사용했고, 현재도 옷의 염료나 식용착색제로 쓰인다. 일본에서는 단무지 착색재로 울금을 이용하고 있으며, 세계적 장수마을로 알려진 오키나와 일대에서 특용작물로 재배돼 건강식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인도 카레의 원료이기도 한 울금의 가장 큰 특성은 커큐민(노란색을 띤 황금색)이라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UCLA에서는 커큐민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을 분해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카레를 매일 먹는 인도인의 치매 발생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알츠하이머의 발병률은 미국의 4분의1에 불과하다고 한다.
드라마 속 덕만이 공주로 살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언니 천명공주의 죽음 때문이었다. 미생의 아들 대남보가 쏜 화살에 운명을 달리했는데, 화살촉에 묻어 있는 독이 바꽃의 뿌리로 만든 초오독이었다. 바꽃은 미나리아재비과 바꽃 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을 통틀어 이르는 말.
식물 가운데 가장 강한 독을 함유한 약초에 속하며, 바꽃류는 독성이 강한 아코니틴계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바꽃의 덩이뿌리를 사용해 만든 초오는 옛날 조선시대 죄를 지은 신하에게 사약을 내리던 약재로 사용됐다. 한약재로서의 초오는 두통, 복통, 종기, 반신불수, 인사불성, 구안와사에 쓰인다. 풍습증으로 인한 마비증상이나 인사불성, 류머티즘성 관절염, 신경통, 요통, 파상풍 등을 치료하며 배가 차가워서 생기는 복통 등에 응용된다.
그렇다면 드라마에 나오는 해독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독화살에 맞은 천명공주를 구하고자 덕만은 비담과 함께 감초와 방풍을 구하러 마을로 향하고, 알천랑은 전두초(제비꽃)를 캐러 인근 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때 등장하는 방풍과 전두초가 해독의 기능을 가진 약재들이다. 중국 북동부, 화베이, 내몽골 원산이며 약료작물로 재배하는 방풍은 뿌리를 감기와 두통, 발한과 거담에 약으로 쓴다. 방풍은 일제의 풍증을 제거하는 묘약으로, 그 중에서도 외감성으로 인한 오한, 두통, 전신통, 인후통이 있을 때 가장 유효하다.
전두초는 약간의 특이한 냄새가 있고 자극성이 있으며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차다. 따라서 감기로 인한 두통, 발열을 치료하고, 이질과 장염에도 효험이 있다. 지혈작용이 있으므로 자궁출혈에도 사용한다. 단독, 악창, 뱀이나 벌레 물린 데 짓찧어 붙인다.
덕만을 데리고 오면 비담에게 원하는 만큼 맞바꿔 주겠다고 한 설원공의 제안에서 세신은 등장한다. 비담은 스승 문노의 명으로 전염병이 도는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세신이 그 어느 것보다 절실했던 상황. 결국 비담의 변심으로 세신도 얻고, 덕만도 구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둔다.
세신은 뿌리가 가늘고 맛이 매우 맵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따뜻한 성질의 이 약은 혀를 약간 마비시키는 특성이 있다. 풍한습으로 인한 두통, 사지 마비동통, 복통 등에 유효하다. 찬 것이 폐에 정체되어 일어나는 해수, 천식, 가래 증상에 활용된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흐르는 축농증 비염 증상에도 효과가 좋다.
(714)773-7000(풀러튼), (323)677-4900(LA)
이 상 화
<자생한방병원 미국분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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