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년 3월1일 정오, 터질 듯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 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아, 이 나라를 보우하소서, 동포여 이 날을 길이 빛내자.’
92년 전 그날 서울의 아침은 여느 날처럼 평온했다. 그러나 이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는 무엇이라고 꼭 집어낼 수 없는 어떤 긴장으로 한양 일원을 무겁게 뒤덮고 있었다.
정오가 되자 33인의 민족대표 중 한용운이 등단하여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此(차)로써 子孫萬代(자손만대)에 誥(고)하야 民族自存(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 半萬年(반만년) 歷史(역사)의 權威(권위)를 仗(장)하야 此(차)를 宣言(선언)함이며, 二千萬(이천만) 民衆(민중)의 誠忠(성충)을 合(합)하야 此(차)를 佈明(포명)함이며, 民族(민족)의 恒久如一(항구여일)한 自由發展(자유발전)을 爲(위)하야 此(차)를 主張(주장)함이며, 人類的(인류적) 良心(양심)의 發露(발로)에 基因(기인)한 世界改造(세계개조)의 大機運(대기운)에 順應幷進(순응병진)하기 爲(위)하야 此(차)를 提起(제기)함이니, 是(시) 天(천)의 明命(명명)이며, 時代(시대)의 大勢(대세)며, 全人類(전인류) 共存同生權(공존동생권)의 正當(정당)한 發動(발동)이라, 天下何物(천하하물)이던지 此(차)를 沮止抑制(저지억제)치 못할지니라. 舊時代(구시대)의 遺物(유물)인 侵略主義(침략주의), 强權主義(강권주의)의 犧牲(희생)을 作(작)하야 有史以來(유사이래) 累千年(누천년)에 처음으로 異民族(이민족) 箝制(겸제)의 痛苦(통고)를 嘗(상)한지 처음으로 十年(십년)을 過(과)한 지라, 我(아) 生存權(생존권)의 剝喪(박상)됨이 무릇 幾何(기하)며, 心靈上(심령상) 發展(발전)의 障隘(장애)됨이 무릇 幾何(기하)며, 民族的(민족적) 尊榮(존영)의 毁損(훼손)됨이 무릇 幾何(기하)며, 新銳(신예)와 獨創(독창)으로써 世界文化(세계문화)의 大潮流(대조류)에 寄與補裨(기여보비)할 機緣(기연)을 遺失(유실)함이 무릇 幾何(기하)뇨…
정말 장엄한 선언이었다. 그런데 이 선언이 표방한 참으로 숭고한 정신은 우리 민족만 자유를 찾겠다는 주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선언은 전세계의 피압박 민족의 해방을 선포하고, 온 인류가 공존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정당한 투쟁임을 밝히는 출사표였다. 아니, 그것은 인류 평등의 크고 바른 도리, 즉 우주적 가치를 선양한 세계인들의 장엄한 `마그나 카르타’, 바로 그것이었다.
3.1 독립선언은 내 땅이면서 내 땅의 주인행세를 못하고 내 땅에서 남의 노예로 살았던 나의 어버이들. 외지(外地)가 아닌 내 나라에서 유배자의 신세에 놓였던 대한인(大韓人)들이 “부당하게 겪은 우리의 모든 고난이 결국 우리를 구속(救贖)해 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실현하려는 성전(聖戰)의 깃발이었다.
초췌하게만 보이던 이들 조선 민중들이 얼굴에 비장한 결의의 홍조를 내뿜으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이 때 이 시위장소 주변에 배치되어 있던 일제의 경찰이 총을 난사하고 칼을 휘둘렀다. 이내 종로 일대가 선혈로 물들고 참혹한 주검들이 도처에 처연하게 나둥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의 염원과 한이 담긴 그 힘찬 외침을 중단할 수 없었다.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와 전통, 그리고 고유의 가치관이 무참하게 짓밟히고, 그로 인해 민족사의 큰 줄기가 단절되고 있는 그 비참한 사태를 이들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고, 이 날을 기해 이 민족사의 치욕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다.
기미독립선언의 공약삼장은 한민족의 높은 이상과 도덕성을 잘 보여주었다. “오늘 우리의 이 거사는 정의인도, 생존존영을 위하는 민족적 요구이니, 오직 자유적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하지 말라.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쾌히 발표하라. 일체의 행동은 가장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의 주장과 태도로 하여금 어디까지든지 광명정대하게 하라.”
이것은 단군의 조선개국 이념 홍익인간 정신이 우리 백의민족의 피에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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