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계에서는 “힘들다”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주정부가 더 이상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니 결국 가능한 모든 부문의 예산삭감에 나서면서 교육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만났던 LA 통합교육구(LAUSD)의 한 일선 공립학교 관계자는 “그냥 힘든 것이 아니라 뼈가 시릴 정도로 어렵다”는 말로 현재의 공교육 위기상황을 전하면서 “교육 재정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을 경우 우리의 미래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담당하는 학교만 보더라도 풀타임으로 근무하던 교감이 두 개 학교를 맡아 오가며 업무를 수행한다. 또 학교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은 세 명에서 두 명으로, 사무직 직원 역시 세 명에서 두 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도서관을 책임지던 직원은 이제 하루에 3시간밖에 근무하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교실 학생 수는 20명에서 24명으로 늘어났다. 남아 있는 교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이 학교는 사정이 나은 편이란다.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학교에서는 근무경력이 짧은 많은 교사와 직원들이 해고통보를 받고 학교를 떠났다.
이처럼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 맸지만 교직원 추가 감원이란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며칠 전 LAUSD의 존 데이시 신임 교육감은 교장단 회의에서 무급 휴가를 늘리고, 학급당 학생 수 조정을 통해 교직원의 대량 해고사태를 최대로 억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믿는 교직원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감이 LAUSD의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린다.
여기에다 LAUSD는 학생 수 감소라는 문제까지 겹쳐 있다.
2002~03회계연도 K~12학년 학생 수는 75만명이었지만, 9년이 지난 지금 학생 수는 60만명대로 줄어들었다. 이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이유지만, 비싼 남가주의 생활비 부담을 피해 애리조나 등 타주로의 이주가 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학생 수가 줄면 오히려 교육환경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학생이 줄어들면 그만큼 주정부의 재정지원도 줄게 되고, 이는 다른 추가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관리와 지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교육환경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재정적자로 인한 우려와 걱정은 고등교육 기관인 UC와 칼스테이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학비를 계속 인상해 온 UC와 칼스테이트 대학은 제리 브라운 주지사로부터 각 5억달러의 주정부 예산삭감 압력을 받고 있다.
반발이 거세지자 최근 두 대학의 총괄 총장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올 가을학기 학비 추가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발표를 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그런데 브라운 주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세금인상 연장안’이 통과됐을 경우라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학비 추가인상에 대비한 명분과 이해를 구하기 위해 ‘예방주사’란 충격 완화조치처럼 느껴졌다.
여기서 마크 유도프 UC 총괄총장은 한 발 더 나아가 22일 UC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세금 연장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 축소와 감원, 학생 수 감축 등이 불가피하다며 지역 정치인들에게 이를 통과시킬 수 있도록 연락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교직원과 학생들에 전했다.
지금 교육계는 주지사의 세금인상 연장안에 목을 매고 있다. 만약 주지사의 의도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이번 여름 교육계는 감원과 학비 인상 등의 한파가 몰아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장기불황으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유권자들이 또다시 이런 세금부담을 떠안을 것인지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세금인상’이란 단어만 나오면 이젠 진저리가 나는 게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속내기 때문이다.
지금 각급 학교들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학부모들의 도움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재정과 인적자원 부족이란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등하교 시간대 학교 앞에서의 교통정리, 교육자료 복사, 간단한 문구류 지원 등 작은 일이지만 학교운영에는 큰 힘이 되는 것들이 많다.
공교육 시스템이 흔들리면 이는 곧 자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교사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도록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황성락 특집2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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