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전미민권위원회(U.S. Civil Rights Commission)가 주최하는 교육분야와 관련된 브리핑 모임이 있어 참석했다. 학교에서의 징계처분이 소수민족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 인종차별 등에 관해 전국 각지에서 선정된 교사, 교장, 그리고 교육행정 담당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우선 일선 교사들의 의견발표부터 시작을 했는데 마지막 발언자로 정해진 교사 한 분의 뒷모습이 참 눈에 익었다. 급히 순서지를 보니 필자의 모교인 T.C. Williams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시던 필자의 은사님, 패트릭 웰쉬 선생님이셨다. 여전히 현역으로 같은 학교에서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은 이제 백발이 성성하셨다. 40년을 한 곳에서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은 필자를 많이 아껴 주시던 분이었다. 원래 로스쿨을 졸업하셨기에 변호사 일을 하실 수도 있었지만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평생을 헌신하신 분이시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1974년 미국에 이민와 영어를 배우면서 발음으로 고생할 때였다. 특히 우리말에는 없는 ‘r’ 발음이 어려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혀가 제대로 굴려지지 않는 것이었다. 창피했다.
그런데 하루는 이 선생님이 교장실로 필자를 데리고 가시더니, 교장 선생님께 다짜고짜로 ‘park a car’를 발음해 보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뉴잉글랜드지방 출신이셨던 교장 선생님은 ‘r’을 모두 빼놓고 발음을 하셨다. 그러자 웰쉬 선생님은 “봐라, ‘r’ 발음이 힘든 사람은 너뿐만이 아니지? 교장 선생님은 미국에서 태어나신 분인데도 ‘r’ 발음이 안 되시잖니?” 하시며 갓 이민 온 필자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셨던 분이었다.
영어 공부가 급했던 필자는 웰쉬 선생님이 평소 수업시간에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내주시던 단어암기 숙제 외에도 필자가 추가로 알아야 될 단어목록을 만들어주시도록 수시로 부탁을 드려 받아가곤 했다. 고등학교 때 미국에 온 필자가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들과 제대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더 빨리 영어를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노력을 기특하게 보신 선생님은 매일 손수 녹음기에 발음을 녹음해 주시면서 추가로 공부해야 할 단어목록을 준비해 주셨다. 이 선생님의 배려 때문에 좀 더 힘을 내어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요즈음도 워싱턴 포스트나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에 자주 교육칼럼을 기고하시는 패트릭 웰쉬 선생님과 옛일들을 회상하며, 이제 필자의 두 아들 녀석들이 필자의 당시 나이를 훨씬 넘었음을 생각해 보니 참 세월도 빨리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필자는 영어가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 생각한다. 어떤 과목도 영어가 받쳐 주지 않으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학이나 과학도 영어 독해가 안 되거나 영어로 설명할 수 없으면 하등의 소용이 없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영어를 철저히 그리고 빨리 배우도록 노력하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일수록 그러한 노력은 더욱 필요할 것이다. 책을 많이 읽도록 해야 하고,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는 즉시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새로 배운 단어는 가능한대로 자주 사용해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외워도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으면 오래 기억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뿐만 아니라 어느 과목이든지 선생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선생님들께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언제든지 필요한대로 도움을 청하기 바란다.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할 선생님은 아무도 없다.
영어공부의 중요성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 이민와 살아가는 우리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 사람들과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선 영어를 익히려는 부단한 노력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필자도 미국에 온지 이제 37년이 되어 가고 이곳서 고등학교부터 다녔지만 아직도 모르는 단어가 많다. 모르는 단어들을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집 여러 곳에 사전들을 비치해 두고 처음 대하는 단어나 과거에 알았지만 기억이 흐릿한 단어들은 가능한 바로 사전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곳에서 태어난 미국인들이라고 모든 단어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단어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단히 노력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본토박이들을 따라 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