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대학들이 지난해 말 또는 올해 1월1일까지 입학원서를 일제히 마감함에 따라 이제 12학년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서가 날아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11학년 때까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올인’ 한 고교생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12학년 병’(senioritis)이다.
‘12학년 병’이란 학생들이 대학입학원서를 모두 보냈다는 이유로 12학년 때 공부를 대충대충 하며 농땡이를 부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12학년 병’은 절대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몹쓸 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학생들의 장래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등생이라도 피해가기가 쉽지 않은 ‘12학년 병’을 진단함과 동시에 12학년이 왜 중요한지 알아본다.
성적관리 등 못해 대입합격 취소 되기도
커뮤니티 칼리지 수강 등 적극성 유지를
■ “12학년 때 긴장의 끈 풀지 마라“ 경고편지 받는 학생 수두룩
‘작지만 강한’ 명문대학으로 알려진 미 동부 웨슬리안 대학에 얼리 디시전으로 합격, 일찌감치 진로가 결정된 김모(18)양. 김양의 부모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한 딸이 한 없이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12학년까지 무사히 넘겨야 할 텐데…” 하는 우려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으로부터 한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편지내용을 읽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주위 학부모들로부터 말로만 접한 일종의 ‘경고편지’(warning letter) 였던 것이다.
편지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기 위해 정신과 에너지를 집중함과 동시에 학문적 포커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립니다. 웨슬리안 대학에서 훌륭한 4년을 보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준비방법은 마지막 날까지 전심전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2학년 때 선택한 과목들을 끝까지 수강하면서 당신의 능력에 맞는 성적을 유지하고 과외활동과 리더십 함양 활동도 계속하기를 기대합니다. 유감스럽게도 합격자들의 12학년 봄 학기 성적 때문에 지난해 여름 너무나 많은 경고 편지를 발송했습니다. 7월에 이 편지를 쓰고 싶지 않아서 지금 씁니다.”
김양의 부모는 “그렇지 않아도 딸아이가 12학년이 되면서 태도가 좀 느슨해지지 않았나 싶었는데 편지가 날아온 타이밍이 절묘했다”며 “얼리 디시전으로 다른 대학에 합격한 다른 학생도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받았으며 또 어떤 학생은 12학년 봄 학기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서약서 제출까지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립, 사립대를 막론하고 많은 대학들이 합격통지서를 받은 학생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경고편지를 보내고 있으며 12학년 가을 또는 봄 학기 성적을 그르친 학생 중 일부는 대학진학을 앞두고 마음이 한참 들떠있을 시기인 여름방학 때 합격이 취소됐다는 ‘날벼락’을 맞기도 한다.
■ 12학년이 중요한 이유
학생들이 12학년 때 휴식을 취할 자격이 있는가? 많은 고교생들은 9학년부터 11학년까지 3년 동안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한다. 따라서 마지막 1년은 “숨을 좀 돌려도 괜찮겠지”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이 있는 분야의 활동을 하나라도 더 하겠다는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학생도 상당수에 달한다. 12학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학생들이 바로 그들이다.
보통 대학들은 고등학교의 가장 중요한 학년은 11학년이라고 판단하며 입학사정에서 11학년까지의 성적을 고려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그렇지만 12학년 때 성적과 과외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학생의 가장 최근의 근면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12학년이기 때문이다.
또한 12학년 때 받는 성적을 대학생활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하는 대학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12학년의 중요성 부각에 일조하고 있다.
■ 12학년 병 예방법은
3년 동안 흘린 피땀의 결과물인 대학 합격통지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12학년 병’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누구든 최후의 탈락자가 되길 원하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진학할 대학이 결정 나고 홀가분한 시기를 잘 활용하기 위해 학생 및 학부모가 해야 할 일들을 살펴본다.
1. 12학년 병에 걸리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라
12학년 병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미끄러지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합격통지서를 쥐고 있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12학년 봄 학기 성적도 유심히 들여다본다는 사실을 학생들은 명심해야 한다.
2. 도전적인 과목들을 계속 택한다
11학년까지 AP 과목을 수강하지 않았다면 AP 과목도 한번 들어보고 지역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들을만한 과목이 있으면 관심분야의 클래스를 수강하는 것도 대학교육을 미리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3. 매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관심 분야의 활동에 계속 참여한다
방과 후 활동, 스포츠, 자원봉사, 종교 등 관심과 열정을 가진 분야의 활동에 끊임없이 참여하면 심신단련에도 좋고 포커스를 유지할 수 있다.
4. 밸런스를 유지한다
12학년 병은 몹쓸 병이지만 그렇다고 1년 내내 머리 싸매고 공부만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아무리 공부 천재라도 잠자는 시간 빼고 공부만 하는 학생은 없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도록 노력하되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숙제, 프로젝트 등 해야 할 일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한 뒤 휴식을 취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한다.
5. 자녀에게 관심을 보여라
대학에 갈 나이가 되었다고 가만히 내버려 두어서는 곤란하다. ‘12학년 병’은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학생도 걸릴 수 있다. 항상 아이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부모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부모가 관심을 보이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동기부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6. 카운슬러에게 조언을 구한다
학교 카운슬러는 킨더가튼부터 현재까지 그 학생의 모든 아카데믹 기록을 갖고 있다. 아이와 함께 카운슬러를 만나보고 ‘12학년 병’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한다.
<구성훈 기자>
‘12학년 병’에 걸려 허우적거리면 힘들게 받아놓은 대학 합격통지서가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우등생도 피해가기 어렵다는 ‘12학년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매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다양한 과외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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