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역사는 우리나라처럼 선사시대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루마니아 구전문학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풍부하다. 오늘 소개할 루마니아 민담(民譚) ‘엄마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 상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 사랑하는 자식을 찾아 헤매는 어머니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옛날에 한 어머니가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이름도 지어주고 매일 아름다운 노래로 딸을 깨워주고 재워주며 애지중지했고 너무나 귀여워 늘 쓰다듬어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딸을 사랑했답니다. 꽃들도 냇물도 바람도 그리고 새들까지도 가던 길을 멈추고 엄마의 노랫소리를 즐겨 들었답니다. 엄마와 딸은 마치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죽음이라는 것은 젊음과 늙음, 부와 가난을 따지지 않는가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찾아와 죽은 딸의 영혼을 데려 갔습니다. 엄마는 딸의 영혼을 돌려 달라 애원하며 죽음의 뒤를 정처 없이 쫓아갔습니다.
길가는 도중 맨 먼저 ‘어둠’을 만났고 그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내 딸의 영혼을 데려 간 죽음을 못 보셨나요? 봤다면 어디로 갔는지 말해주세요!” “보긴 봤지. 가르쳐 줄 수도 있지 하지만 그전에 딸에게 들려줬던 그 노래 소리를 내게도 들려주게. 어떤가 내 제안이?” 어둠이 만족해서 길을 가르쳐 줄 때까지 엄마는 울면서 딸에게 불러줬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엄마는 어둠이 가르쳐준 길을 따라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그 때 눈앞에 ‘가시’가 나타났습니다. 엄마는 가시에게도 죽음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지 물었습니다.
“물론 보았지! 그렇지만 내가 꽂을 피울 수 있게 너의 따뜻한 가슴으로 나를 안아준다면 가르쳐 주지.” 엄마는 가시나무가 꽃을 피울 때까지 따뜻한 가슴으로 가시를 꽉 껴안았습니다. 그러자 가시는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엄마는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이번엔 눈앞에 큰 ‘강물’이 앞을 막아섰습니다. 강물에게도 길을 물었습니다. “좋아, 내 요구를 들어주면 길을 가르쳐 주지. 헌데 당신의 눈은 내가 햇님 아래서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이란 말이야. 그 눈 속의 눈물을 내 강물 위로 흘려주면 가르쳐주지! 어서 울어보게, 눈물을 흘려보게나!”
엄마는 강물이 기뻐하며 길을 가르쳐 줄 때까지 울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쉬지 않고 길을 재촉했지만 이번에는 아주 높고 이상한 언덕에 도착했습니다. 한참을 이리 저리 헤매다 목발을 짚고 있는 한 노파를 보았고 그에게도 길을 물었습니다. “물론 가르쳐 주지, 그런데 당신의 머리카락은 부드럽고 윤이 나는구먼, 그걸 먼저 내게 주게나.” 엄마는 머리카락을 모두 뽑아 노파에게 준 다음 목발을 얻어 다시 죽음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한 노인이 지키고 있는 천국의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노인은 엄마의 하얀 치아를 요구하며 막아섰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이빨을 모두 뽑아주고 난 후에야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노인은 천국으로 막 들어서려는 엄마를 잠시 멈춰 세우고는 말했습니다. “여기서는 모든 영혼이 꽃으로 환생하네. 딸의 심장 소리를 기억하고 있겠지? 조심해서 찾도록 하게, 절대 다른 꽃에 손대는 일은 없어야 하네.”
마침내 엄마는 온갖 열매를 맺는 나무들과 아름답게 노래하는 새들, 눈물처럼 청아한 냇물과 취할 정도로 진한 향기를 뿜어내는 꽃들이 있는 천국의 정원으로 들어섰습니다. 엄마는 꽃으로 변한 딸을 이내 발견하고는 손을 내밀어 덥석 안으려 했습니다. 그때, 종소리를 실어오는 바람이 불어왔고 천사가 엄마 앞에 나타나 물었습니다.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딸을 데려 가기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엄마는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당신께 삶의 운명이란 어떤 건지 보여드리죠. 자! 이리 따라오세요.”
천사는 엄마의 오른손을 살며시 잡고 앞으로 날아가며 인생에서 겪어야 할 주어진 모든 고통을 하나씩 순서대로 다 보여주었습니다. 엄마는 눈을 찡그렸습니다. “이래도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 딸을 돌려 드리죠, 자! 이리로 오세요.” 천사가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이곳에 있는 게 행복할 것 같아요, 천국에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이제 깨달았어요.”
피곤함과 고통으로 너무 지쳐버린 엄마는 얼굴 가득 눈물 자국만 남긴 채 딸을 남겨두고 홀로 천천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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