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트 거숀이 지휘하는 LA 매스터 코랄은 미서부지역 최고의 합창단이다. 밑에서 두 번째 줄 맨 왼쪽이 여선주씨.
음악성 뛰어난 한국 합창곡 소개
자연스런 한국어 발음도 가르쳐 줘
내달 ‘한국 이야기’공연 숨은 도우미
LA 매스터 코랄의 ‘한국 이야기’(Stories from Korea) 공연이 다가오면서 누구보다 흥분되고 바빠진 사람이 있다. LAMC의 유일한 한인 단원인 소프라노 여선주씨. 합창단에서는 마치 자신이 한국의 대표라도 된 듯이 긴장되고, 미주 한인들에게는 매스터코랄을 대표하기라도 한 듯 양측의 부담을 혼자 짊어지고 공연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다.
“3년 동안 준비해온 공연이에요. 그랜트 거숀 지휘자가 한국의 음악과 음악인들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이런 음악회가 가능했다고 봅니다. 원래는 ‘무궁화’만 초연하고 나머지 프로그램은 다른 아시안 합창곡들로 꾸미자는 계획이 오갔는데 제가 나서서 한국의 우수한 합창곡들을 많이 들려줬더니 전체 프로그램을 한국음악으로 구성했어요. LA에 다른 커뮤니티도 많은데 매스터 코랄과 거숀 지휘자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바이얼리니스트 제니퍼 고와 10명의 체임버 앙상블, 62명의 합창단이 작곡가 마크 그레이의 신곡을 초연하는 대형 콘서트가 이루어지기까지 여선주씨는 한국과 한국음악에 관련된 크고 작은 일들을 뒤에서 알게 모르게 많이 도왔다. 합창단 관계자들이 한국과 한국음악, 혹은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그녀는 일종의 대변인이었고, 수많은 악보를 한국으로부터 주문하고 점검하며 감수하는 일도 자원하여 봉사했다.
‘무궁화’ 외의 연주곡들(메나리, 아리랑팬터지, 한강수 타령, 경복궁 타령, 달아달아 밝은 달아, 도나 노비스 파쳄 등)의 악보 공수를 위해 ‘아리랑 팬터지’의 작곡가 이호준씨와 함께 일했다는 그녀는 “LAMC에서는 악보를 몇 부 사다가 복사본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단원의 것을 정식으로 다 주문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매스터 코랄 입장에서 큰 투자를 한 공연”이라고 귀띔했다.
이제부터는 또 20일부터 6회 진행될 리허설에서 단원들에게 한국어 가사의 발음을 가르쳐주는 일이 그의 몫이다. 이산가족의 아픔과 그리움을 다룬 ‘무궁화’에서 재미한인 동생과 북한의 누나가 주고받는 편지 내용이 인용되는데 누나의 이야기는 한국어로 불려지게 된다.
“시적인 표현들이 많아서 쉽지 않을 것 같네요. 한국말과 영어 발음기호 사이에서 자연스런 발음이 나오도록 조율해야지요. LAMC 단원들은 워낙 수많은 외국어로 노래하는 베테런들이지만 한국어는 처음이라 걱정돼요”
여선주씨는 동덕여대 음대와 대학원에서 음악교육과 성악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이주, USC에서 성악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99년 LA매스터 코랄, 2003년 LA오페라의 코러스 멤버가 됐다. LAMC 단원으로 활약해온 지난 12년 동안 그녀는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과 할리웃 보울, 디즈니 홀 등지에서 그랜트 거숀과 에사 페카 살로넨의 지휘 아래 수차례 솔로이스트로 노래했고, 2000년 LA 여성 디어터 페스티벌의 대니 글로버 명예상을 수상했다. 진주시 합창단, 샌호제 뉴콰이어, 무어팍 심포니, 로저 와그너 코랄 등과의 연주 경력은 물론 지금도 매년 두세 번씩 솔로이스트로 무대에 서고 있다는 그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말한다.
“소프라노는 특히 젊은 여성의 소리를 원하죠. 아무래도 소리가 다르니까요. 팽팽한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LAMC에서는 모든 단원이 매년 오디션을 거쳐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항상 새 단원들과 경쟁해야 하거든요”
여씨에 따르면 소프라노는 3개 파트로 구분되는데 1부가 가장 높은 소리를 내는 콜로라투라, 2부와 3부는 약간 내려가는 리릭 소프라노다. 여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12년동안 계속 1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 단원. 1부에서 함께 노래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2부나 3부, 혹은 앨토로 내려갔거나 합창단을 떠났다고 한다. LAMC에 한인 단원이 5명까지 들어온 적도 있지만 계속 단원으로 남지 못하는 이유의 큰 부분이기도 하다.
“중세곡이나 현대곡들은 무반주 아카펠라 공연이 많고, 4성부가 아니라 9성부나 12성부, 때로는 16성부까지 갈라지는 곡도 있지요. 그러면 한 파트에 2명씩 서는데 그것도 옆에 서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서 노래하도록 배치되기 때문에 거의 솔로 공연이나 마찬가지랍니다. 그뿐 아니라 초연곡이 많기 때문에 악보를 던져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노래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연주에 부담이 없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늘 곡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남들보다 몇배나 노력하면서 소리 자체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습니다”
미 서부지역 최고의 합창단에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다는 여선주씨는 특별히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더 잘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LA에 살면서도 세계적 명소인 디즈니홀에 한 번도 안 와본 한인들이 적지 않은데 이 날은 우리의 날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친근한 마음으로 찾아와 음악회를 즐기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딸 레이첼과 자선음악회 무대 선다
20일 S. 패서디나서
여선주씨는 20일 오후 3시30분 사우스 패서디나의 오니온타 회중교회에서 열리는 자선음악회에서 딸 레이첼 여 양과 함께 듀엣으로 피가로의 결혼과 레터 송 등 아리아 2곡을 노래한다. 이 콘서트는 여씨가 회원으로 있는 샌퍼낸도 이스트 밸리의 음악교사협회(MTCA)가 영 뮤지션들의 장학기금 모금을 위해 주최하는 연례 자선음악회로, 바이올리니스트 2명, 피아니스트 4명, 첼리스트 등 총 9명의 프로페셔널 연주자들이 출연한다. 11학년인 레이첼 양은 가주동요대회에서 우승했고 LA오페라 교육부의 오페라에 출연한바 있다. 티켓 도네이션은 5~12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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