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예기자 1호’로 알려진 정홍택씨는 한 칼럼에서 유명 사회자 ‘뽀빠이’ 이상용씨와 함께 식사를 할 때는 누구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가 갑자기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입안에 있던 음식물이 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상용씨는 어느 무대에 서든지 조크 몇백 개, 아니 1,000여개는 술술 외운다. 고희를 앞둔 그가 지금까지 40년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좋은 기억력이다. 그렇지만 그 기억력의 바탕에는 부단한 노력이 숨어 있다. 늘 손바닥만 한 공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놓치지 않고 메모를 하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가히 ‘메모의 힘’이라 할만하다.
버논시에서 제법 큰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한 한인은 메모에 관한한 스마트폰을 100% 활용한다.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복잡한 스케줄 관리는 물론 사업 아이디어, 직원들 경조사, 책에서 본 좋은 글귀 등을 모두 담아놓는다. 장소도 구애받지 않는다. 술자리에서도 ‘쓸 만한’ 아이디어라면 받아 적는다. 그러다보니 경영 구상을 하다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메모를 보다보면 해결되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 몸에 밴 메모습관은 돈 안들이고 업무효과를 높일 수 있는 특효약”이라며 메모 예찬론을 펼친다.
메모의 중요성은 실생활에서도 드러난다. LA에 거주하는 한 지인은 얼마 전 집에 도둑이 들어 패물과 시계, 명품 가방 등을 몽땅 털렸다. 경찰에 리포트를 하고 주택보험 회사에 클레임을 했는데 그제야 평소 메모와 담을 쌓았던 자신의 생활습관이 아쉬웠다고 했다.
보험회사 측은 도난당한 물품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보석은 종류와 사이즈, 컬러, 스타일, 구입 시기, 시계와 명품가방은 브랜드, 구입가격, 모델명까지 답해야 했으니 영수증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않던 이 지인에게는 말 그대로 ‘대략 난감’이었다. 기억을 짜내 분실 품목 리스트를 만들어 간신히 클레임은 처리됐지만 십년감수한 느낌이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큰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나 세계적인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 중에 지독한 메모광이 많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토마스 에디슨, 레오나르도 다빈치, 찰스 다윈 등은 모두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영감을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서로 다를 것 같은 정보와 개념이 합쳐질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들은 이를 종합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메모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들의 기상천외한 메모 방법들도 눈길을 끈다.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 엽서를 가지고 다니며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이를 엽서에 기록해 집으로 부치는가 하면 전화를 걸어 직접 자신의 앤서링 머신에 녹음을 하기도 한다. 베개 옆에 필기구를 준비해 놓고 자다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메모에 열광하는 최고경영자들의 변은 다양하다. “적는 습관을 가지면 치밀함과 섬세함이 생기고 과거 메모를 들춰보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는 휘발성이 있어 그 순간을 담을 수 있는 보조기억 장치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메모다.” “언제 어떤 이유로 어디에 메모를 했다는 것부터 기억에 도움이 된다.”
사실 메모는 펜과 종이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손쉬운 일이다. 하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로만 기억할 뿐 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메모하지…” “적지 않아도 생각날 것 같은데…”라며 지나치기 일쑤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정보를 모두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 또 좋은 아이디어란 불쑥 왔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생각날 때 꼭 잡는 편이 현명하다. 그런 점에서 메모 습관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남보다 더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광속으로 치닫는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의 메모는 자칫 구태의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둔한 필기가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는 게 동서고금의 성공 노하우다.
이해광 경제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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