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억 속에서 잠자고 있는 몇 가지를 끄집어 내 보자.
첫째, 일제시대에는 ‘홍도야 우지 마라’가 있었고, 해방 직후에는 ‘검사와 여선생,’ 6.25 동란 직후 서울로 환도하면서 ‘자유 부인,’ 그리고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영자의 전성시대’ 같은 소설과 영화가 대히트를 했다. 그런데 이러한 작품은 뛰어난 문학 작품이라기보다는 그때의 시대상을 잘 표현한 것으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을 것이다. 내가 영국의 16~17세기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역시 그의 작품에 문학성 못지 않게 그 시대의 모습을 잘 나타내어 큰 호응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오늘날 예를 들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로 최소한 대여섯 번, 그리고 발레로, 오페라로, 연극으로 발표되고, 다른 작품들 또한 여러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그 당시의 세태를 가장 잘 표현한 그래서 꽤나 호응을 받았던 ‘베니스의 상인’만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나의 아들 세대들은 도대체 ‘베니스의 상인’이란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왜 외면을 당하고 있을까? 이제 유태인을 나쁘게 표현하면 안 되는 세상이 된 것인가? 아니면 영화계, 언론계, 그리고 출판계가 다 유태인 손아귀에 있기 때문인가?
둘째, 내가 다음 여행지로 페르시아 문명을 보고 싶어 이란을 가겠다고 하니 내 주위 사람들이 나보고 위험한 깡패 국가인 그곳을 왜 가느냐, 미쳤느냐 하고 야단이다. 그런데 이란 출신의 사람에게 물어 보니 문화 유적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 아니고 쉬라즈(포도주 쉬라즈의 고장)로 그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고, 그곳은 호텔, 음식점 등 모든 관광 인프라가 완벽하여, 유럽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린다고 하며 입국 비자도 미국에서는 힘들지만 인접한 나라 두바이, 우즈베키스탄에 가면 즉시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대장금’과 삼성 텔레비전 덕분에 한국 사람들 아주 인기가 좋다고 한다.
셋째, 이슬람 종교의 나라 튀니지에 갔더니 유로화가 자기 나라 화폐처럼 쓰이고, 불어를 말 할 수 있는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또 알제리는 자기 나라가 불란서의 그저 자치 정부 정도로 여기며 축구선수 지단과 같이 불란서 가서 시민권 받고 운동 선수이건 무엇이건 소위 불란서 드림을 꿈꾼다. 사실 파리에 가면 이들 회교인들이 북적거리고, 독일에는 회교 국가인 터키인들이 넘쳐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넷째, 며칠 전 텔레비전을 보니 텍사스 댈러스에서 거행되는 수퍼 볼에서 또 폭탄 테러 같은 것이 벌어질까 봐 그 대책 마련에 온 힘을 쏟았다며 헬리콥터 등등의 감시가 어떠니, 중무장으로 경계를 하고 있다니 어쩌니 했다.
이상의 이야기들은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밑바닥에 흐르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유럽인들은 이슬람 국가의 사람들과 그런대로 어울려 살고 있는데, 유독 인구 3억의 미국인들이 6백만의 유태인에 의해서 정치, 언론, 문화면에서 이끌려가고 있으며, 그들의 나라 이스라엘에 대해서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생기면, 미국이 어떤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상관 안 하고, 또 모든 회교도들의 증오의 대상이 되어도 상관 안 하고 그저 이스라엘을 위하여 상소리로 말하자면 ‘총대’를 메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이집트 사태를 보면서 어찌 또 좀 불안한 생각이 든다.
이집트 정부는 시위대의 뜻과 정 반대로 모든 이메일 등 매체를 통제하고, 알자지라 방송국 기자들을 내 쫓았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의 풍경이라며 인터뷰를 내 보내는데 계속된 시위로 경제가 문제라니, 어부들이 일을 못 하겠다 하는가 하더니, 급기야 무바라크 대통령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정권 이양이니 무엇이니 하면서 무엇인가 방향이 좀 이상해 지는 것 같다. 나는 항상 정치란 뒷거래, 눈에 안 보이는 공작 등이 있으리라는 것쯤은 상상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은 이번 이집트 사건의 개입에 있어 ‘이번만은 제발 이스라엘이나 유태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모든 힘을 쏟아 부어 주었으면 한다.’
힌두교, 불교, 유교, 하다못해 일본의 신도까지 다 껴안는 미국이 왜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그리 할 수 없는지, 유태인들의 훼방 때문일까? 수퍼 볼 축구 경기까지 왜 테러에 떨고, 비행기 한 번 타는데 그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야 하는지 반성하면서 거듭 이집트 사태를 밑바닥 이집트인의 마음을 깊이깊이 새기면서, 내 비록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과연 무슨 힘이 있을까 생각은 돼지만, 그래도 이집트 대중들의 증오의 대상이 안 되게 현명하게 처리 해 주기를 정부에 거듭 호소해 본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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