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민중봉기의 물결이 중국으로 넘쳐들 가능성은 없는가. 그리고 그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정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가’-.
온통 ‘퀘스천 마크’의 연속이다. ‘민주화로 가는가, 암흑시대로 이어 지는가’ ‘1979년 이란사태의 재연인가, 아니면…’ ‘끝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항쟁의 물결이 이집트를 휩쓴 지 두 주째.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질문이다.
재스민혁명의 끝은 과연 어디일지 그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지구촌 반대편에서 한 질문이 날라들었다.
많은 중국의 네티즌과 지성인들은 중국의 미래는 튀니지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도 이 견해에 동의하는가. 그리고 그 천하대란에 대한 대비책을 미국은 세워놓고 있는지 중국내 한 익명의 네티즌이 백악관을 향해 공개적으로 질문을 해온 것이다.
일본을 제치고 G2로 부상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미국도 곧 추월할 기세다. 외부에 비쳐진 중국이다. 중국 내부에서 나온 목소리는 그러나 전혀 상반된 시각을 노정하고 있다. 공산당 일당체제의 중국이 맞을 궁극적 운명을 민중봉기에서 예감하고 있는 것이다.
“나일 강의 물은 황하로 흘러들 것이다.”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로, 또 다른 아랍국으로 확산되자 중국 내부에서 소리 없이 번지고 있는 말이다. ‘무샤오핑’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등샤오핑과 무바라크를 합친 말이다.
중국인들에게 특히 감동을 준 광경은 한 이집트 청년이 홀로 전진해오는 탱크대열을 저지하고 나선 모습이다. 20여 년 전 그 때, 그러니까 천안문 사태 때 그 사람을 연상시켜서다.
튀니지에서, 이집트에서, 그리고 예멘에서, 또 요르단에서 들려오는 이 민주화의 함성을 반면 북경당국은 불안한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그래서 취한 조치가 인터넷 통제다. ‘이집트’ ‘튀니지’ ‘재스민 혁명’ 등의 단어는 중국의 인터넷에서 검색이 안 된다.
그들 역시 다가올 운명을 예감해서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중국문제 전문가 고든 챙의 단언이다.
중국 공산당 일당체제 통치는 근본적으로 ‘공포에 의한 통치’다. 그 체제 방어기제가 잘 작동이 안 된다. 중국의 보통 사람들이 점차 공산당 정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니, 공산체제가 오히려 중국의 인민을 두려워하고 있다. 왜 북경당국은 아랍권에서 들려오는 민주화 함성에 그토록 불안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권위주의 형 체제는 모두 공포에 의한 통치체제다. 그 권위주의 정권을 사람들이 더 이상 두려워 않는다. 그럴 때 발생하는 것이 정치적 변혁이다. 아랍권에서 현재 일고 있는 움직임이 바로 그렇다.
체제가 주는 두려움이 약화된 시기는 2003년부터로 볼 수 있다. 새로 출범한 후진타오 체제는 압제시스템을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중국의 인민은 그 체제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니콜러스 크리스토프가 일찍이 내린 진단이다.
해마다 격증하고 있는 소요사태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2003년 이후 대형소요사태 발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최근에는 근 2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비공식적으로 집계되고 있다. 유튜브를 타고 날라드는 민주화 바이러스에 북경당국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분석과 함께 재스민혁명의 불길이 대륙을 건너 뛰어 중국으로 번질 가능성을 고든 챙은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렇지만 혹시 지나친 ‘희망적 사고’에 따른 전망이 아닐까. 중국문제에 대해 항상 강경론을 쏟아내는 논객이 그이기에 하는 말이다.
관련해 주목을 끄는 것은 ‘저널 오브 컨플릭트 레조룰션’에 게재된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연구팀의 연구조사다. 90개 나라를 대상으로 민주화 폭발이 언제 발생하는지를 계량적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한 국가의 민주화 정도가 사회 구성원들이 민주화 기대치에 못 미칠수록 폭발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2008년에 이미 2011년께 이집트의 현 체제는 임계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집트 다음에는 그러면 어느 나라가 그 같은 운명에 봉착하게 될까.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중국을 지목했다. 현 공산당체제에 대한 피로도가 날로 가중, 머지않아 민주화 천하대란 발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왜 사람들은 민주화 행진에 참여하는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하는 인간으로서 마지막으로 남은 긍지마저 짓밟혔을 때다.
이는 10억을 중국의 보통사람들이 처한 오늘날의 현실이기도 하다. “과거 소련이 흐느낌과 함께 무너졌다면 중국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붕괴될 수 있다.” 날로 더해가는 박탈감과 함께 분노를 삭이고 또 삭이고 있는 중국 민중의 정서를 빗대 나오는 말이다.
‘중국이 민주화 국민봉기 천하대란에 빠져들었을 때를 대비한 정책은 마련해 놓고 있는가’-. 미국뿐이 아니다. 이는 한국을 향한 질문도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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