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융자산 신고와 관련된 연방국세청(IRS)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2월초 더그 슐만 IRS 커미셔너가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국제조세 세미나에서 2차 해외 금융자산 자진 신고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IRS 고위직들이 공개 석상에서 조만간 2차 자진 신고가 있을 것임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IRS 범죄수사 조직을 이끌고 있는 한인 빅터 송은 지난 주 한국을 방문, 한국 국세청과 역외탈세 조사에 대한 한미 공조를 재확인 했다.
2009년 10월15일 마감된 해외 금융계좌 자진 신고를 총해 1만5,000명이 신고서를 냈다. 마감 이후에도 3,000명이 추가로 신고서를 제출해 총 1만8,000명이 현재 감사를 받고 있다. 2차 자진 신고와 관련하여 슐만 커미셔너는 아시아와 중동에 있는 금융계좌가 주 목표가 될 것임을 암시한 바 있다.
2년여에 걸친 홍보 덕분에 미주 한인들 사이에도 신고 제도의 취지와 신고 범위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 하지만 신고 대상자에 대한 규정이 불명확한 관계로 아직도 상당수의 한인들이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신고를 계획하고 있는 한인들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신고할 경우 과중한 감사 절차나 벌금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
해외 금융자산 신고는 연방법의 ‘화폐 및 금융에 관한 법률’ 제 5314조와 부수되는 재무부 규칙에 근거하고 있다. 즉 미국 시민과 미국 거주자, 또는 미국에 살면서 사업을 하는 사람은 재무부가 규정하는 방법으로 해외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재무부에 보고하여야 한다. 수십년간 사문화 되다시피 한 규정이었기에 주무관청인 재무부조차 대상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내리는데 게을리 했다. 관련된 판례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가 대상자에 포함됨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이외의 신분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대상자가 되는지, 미국에 살면서 사업을 하는 사람은 누구를 말하는지는 심각한 논란이 되어왔다. 이에 IRS는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2009년 이전의 해외 금융계좌 신고는 ‘시민권자, 미국 거주자 및 미국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한정한다고 유예조치를 발표했다.
2010년 2월 발표된 재무부 시행 규칙안은 앞으로 해외 금융계좌 신고 대상자가 연방세법 7701(b)조의 미국인과 동일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이민법상 체류신분과 관계없이 연방세법상 세금보고 의무가 있는 사람은 해외 금융계좌 신고도 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이 시행규칙은 공청회가 진행 중인 재무부 안으로서 아직 법률적 효력은 없다.
이 시행규칙의 효력이 생기기 전까지 영주권자가 아닌 거주 외국인에 대한 해외 금융자산 신고 여부는 아직도 불명확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에 대한 IRS의 지침을 엿볼 수 있는 공문서가 있다. IRS 감사 지침서에 미국 거주자란 영구 거주자를 뜻하며, 영구 거주자란 미국을 영원히 떠날 계획이 없는 사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고향을 동경하며 외국에 살고 있는 한인으로서 기회만 된다면 한국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막연한 기대만으로 미국을 영원히 떠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증명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영원히 미국을 떠날 계획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구 거주자로 간주될 수 있다고 이해하여야 한다. 취업비자나 투자비자로 미국에 거주하는 경우도 향후 거취에 따라 해외 금융자산 신고 대상자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IRS 커미셔너가 밝혔듯이 2차 자진 신고시 벌금은 1차 신고 때보다 높아질 것 같다. 1차 신고자와의 형평성 때문이다. 하지만 자진 신고 유도라는 목적을 감안할 때, 1차 신고 때의 벌금보다 터무니없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 1세는 자발적으로 미국에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다. 미국이 제공하는 기회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이 사회가 요구하는 의무도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재경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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