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여동생이 아주 명석한 동네 친구가 있었다. 당시, IQ가 그 학교 역사상 최고였다고한다. 그래서 마음도 꽤나 끌렸었다. 그 여동생의 방에는 열개의 격언이 적혀있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두 격언은 지금까지도 머리 속 깊이 자리잡고있다. 그 후 소식은 끊어졌으나, 약 27년 전 ‘미주 주간 한국’의 표지에 소개돼, 같은 미국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많은 한인들이 조국을 떠나 이민을 왔으나, 그에 상응하는 사람들이 또 한국으로 이민을 갔으니 한국 땅은 여전히 좁기만하다. 땅은 좁아도 마음만은 넓기를 바란다.
지난 주,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 당한 삼호 주얼리호의 구출 작전이 연일 대서 특필되었다. 작년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침체된 군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있다가 비로소 환호를 지를 수있는 기회가 왔다. 온갖 소식이 다 들려온다. 군 작전이 하나하나 다 드러나 국방을 위한 군대인지 자랑을 위한 군대인지 혼란스럽도록 보도되고 있었고, 국방부도 모처럼의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홍보에 혼신의 힘을 쏟아서 다 보여주고있었다. 포카판에도 감추는 카드가 있다. 다 보여주면, 이길 수가 없다. 천안함 폭침 때에도 ‘못 믿겠다’는 사람들에 끌려다니다 필요 이상으로 공개한 바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준전시 상황이지않은가?
신약성경의 사도행전 12장을 보면, 헤롯왕이 교회 사람들을 해하려고, 사도 베드로를 투옥시킨 후 네명씩 네 그룹의 군사로 하여금 그를 지키도록 명했다. 교회는 그의 석방을 위해 간절히 하나님께 빌었다. 하나님의 사자가 그에게 나타나 쇠사슬이 벗어지게하고 감옥을 나오게 했다. 그는 곧장,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석방을 위해 기도하고있던 마가의 어머니 집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로데라는 계집 아이가 베드로의 음성인줄 알고 기뻐하면서도 그에게 문을 미처 열어주지 못한다 (사도행전 12:1-19). 우리는 마음조리게 간절히 기도하던 일이 이뤄지면, 그저 기뻐하기만하고 그 다음 해야할 일을 쉬 잊어버린다. 그리고는 자신이 혼자 이룬 것처럼 자랑하기에 바쁘다. 자랑이 만사가 아니다. 자랑은 쉬 부패한다.
최영함의 해군 특수 부대가 삼호 주얼리호에 올라 해적들에게 인질로 잡혀있던 선원들을 해방시켰을 때, 정부와 군 및 언론들은 일제히 환호를 올렸다. 즉, 기쁨에 넘쳐 그 다음 행해야할 일들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베드로에게 문을 열어줘야 하듯, 유일한 부상자인 석해균 선장의 건강을 신속하게 돌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서 북한에게 당한 수모를 만회할 수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는 것은 짧은 생각이었다. 인터넷에다 작전 실황을 영상으로 올리고, 얼굴을 가렸지만 대원들의 사진까지 보도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정도로 상세하게 알려진 미국 특수부대의 작전은 없다. 모두 조국을 위해 산화할 각오로 임하지만, 정말 이름없이 빛도없이 임무를 수행한다. 니콘 월드에 (Nikon World) 실린 미해군 특수부대의 훈련에 관한 사진기사를 보면, 이 정도로 자세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이번 삼미 주얼리호의 구출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원 모두에게는 경의를 표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너무 사려 깊지못한 행동으로 좁은 속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주적은 머나먼 소말리아의 해적이 아니라, 바로 북쪽에서 머리를 맞대고있다.
일차 작전에 투입되어서 부상당한 안병주 소령이 “다친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싸우는 군인인 만큼 이미 목숨은 조국에 맡겨놨다.” 라고 한 말이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성경에서 유다족을 구하려는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결단처럼 (성경 에스더4:14-17), 조국이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그의 정신력에 경의를 표하며, 안 소령과 석 선장 및 김원인 상사의 쾌유를 빈다.
국정원의 원훈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이다. 지난 2007년 9월, 한국의 샘물교회에서 파송된 선교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피랍되었을 때,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자신의 공치사를 위해 색안경쓰고 미소지으며 언론에 무분별하게 나타나거나, 색안경을 쓴 부하와 함께 노출되는 등 정보기관장의 금도를 벗어났다고 강력한 비난을 받았다. 국정원의 직원들은 음지에서 일하고 보스는 양지에서 자신이 먼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했으니 서글프기도 하다. 국정원장까지한 사람은 재임 중의 일에 관해서는 함구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한편, 그 옛 친구 여동생의 방벽에 걸려있던 두 격언을 말하자면, “자랑하는 자 길지않다” 와 “오늘 생각하고 내일 말하라”이다. 오늘도 이 두 격언은 인생길에서 내 마음의 철조망 역할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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