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에는 2008년 6월까지 32년 동안 계속되었던 권총 소유 금지법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그해 6월말 경 연방 대법원은 민간인들의 권총 소유만 금한 게 아니라 다른 총기들에 대한 안전장치도 요구하는 그 법이 연방 헌법 수정 제2조를 어기는 것이라서 위헌이라고 무효화시켰다. 워싱턴 특별시(District of Columbia) 대 헬러라고 명명된 그 사건은 워낙 원고인 딕 헬러가 그 법이 “잘 운영되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라는 헌법 수정 2조에 위배된다고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시작되었던 것이다. 제1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해서 DC 관할 연방 순회법원에 상고되었고 그곳에서는 피고인 DC 정부가 패소했기 때문에 DC 정부가 대법원에 상고했던 바 5 대 4로 지는 결과가 되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헌법 수정 제2조에 보장된 무기 소유 권리가 민병대나 단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권리라고 역사상 처음으로 천명함으로써 범죄에 시달리는 워싱턴 DC나 시카고 시장들을 실망시켰다. 당시의 애드리언 휀티 시장은 “더 많은 권총은 더 많은 폭력을 낳을 것이다”라고 개탄했고 리차드 데일리 시카고 시장도 그 대법원의 판결이 무법적 서부 시대로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한탄했었다.
역사적 판결이지만 5대4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흑백 분리 교육 자체가 불평등하니까 위헌이라는 1954년도 대법원 판결이 9대0이었다는 것과 대조가 된다. 64페이지에 달하는 다수 의견서를 쓴 앤토닌 스칼리아 판사 편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앤소니 케네디, 클라렌스 토마스 그리고 새무엘 얼리토 판사가 동조했다. 그 다섯 명이 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그 반대편에는 얼마 전에 은퇴한 존 폴 스티븐스(포드 임명), 스티븐 브라이어(클린턴 임명), 역시 은퇴한 데이비드 수터(아버지 부시 임명) 그리고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클린턴 임명) 판사들이 참여했다. 만약 이 사건이 2008년이 아니라 오늘날 대법원에 올라왔던들 오바마가 임명한 두 명의 여성 판사들로 대법원 판도가 변한 만큼 다른 결과가 나왔었을 법하다.
헌법 해석에 대해서는 대체로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하나는 헌법의 의미는 후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 기초자들(framer)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헤아림으로써 알게 된다는 보수적 접근 방법이다. 그 반대편에는 헌법은 살아 숨 쉬는 문서로서 세상과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진보적 접근 방법이다. 18세기 말엽에 채택된 헌법 수정 제2조에 나와 있는 “시민들의 무기 소유 권리”가 당시 영국군과의 전쟁으로 독립을 쟁취한 헌법 작성자들이 민병대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장한다는 의도에서 그리한 것인지 또는 개개인의 무기 소유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한 것인지는 당시의 역사 문헌들 및 작성자들의 회고록 등에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국방은 군대가 맡고 치안은 경찰이 맡고 있는 21세기에 있어서, 그것도 반자동 연발 권총으로 대량 살상이 자주 벌어지는 현상 아래서 수정 헌법 제2조의 의미를 200 몇 십 년 전 사람들에게 발견하고자 한다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의문이 있게 된다.
확실한 것은 민간인들의 총기 소유 제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과자들이나 정신병자들이 권총 등을 구입할 수 없도록 하는 법들이 존재하지만 기록이 깨끗한 사람들이 대신 사준다든지 도난과 밀매를 통해 불법 무기들이 계속 범죄에 사용된다. 합법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총기들이 자살과 오발 사고를 빈번히 초래하는 비극도 심각하다. 무기 소유권이 개인 권리라는 수정 헌법 제2조의 대법원 판례가 전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당분간 연목구어일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변화는 수정 헌법 제2조를 폐기하는 수정 헌법 제 몇 조일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19년에 헌법 수정 제18조가 헌법에 추가 되었다. 술주정뱅이들 때문에 가정의 파탄과 도덕의 해이에 분개한 캐리 네이숀 등 청교도적인 사회 개혁자들의 몇 십 년에 걸친 노력 끝에 미국이 금주의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나 금주령 때문에 알 카포네 등 갱스터들의 만행과 번영이 대도시들을 위험과 부패의 온상으로 만들었었기 때문에 1933년에는 수정 헌법 21조가 금주령을 폐기 처분했던 것이다.
헌법 기초자들의 의도를 존중하자면 흑인들은 아직도 5분의 3정도의 인간이 아니라 노예로 사고 팔 수 있는 상품 정도일 것이다. 또 여자들은 재산도 소유할 수 없고 투표권도 없는 그러니까 남성과 동등하지 않은 남편의 소유물이래야 맞는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헌법 해석도 달라지고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헌법 개정에는 상하 양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되며 그 후에도 주의회들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는 요구 조건을 총기 소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아이디어가 충족할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역사 때문인지 미국의 총기 사랑은 불치의 병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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