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는 사기의 구성 요소와 사기 관련 민사소송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사기방지법(Statute of Fraud)에 대해 계약에 있어 ‘서면성 요구’를 중심으로 알아보겠다.

이 법은 당초 계약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법은 구두가 아닌 서면으로 작성된 계약만이 구속력(enforceable)이 있는 경우들을 규정하고 있다. 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하고 실질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 서면으로 작성되어야 하는 경우 중 한인들의 비즈니스와 관련 있는 사항들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가장 먼저 알아둘 것은 계약일로부터 1년 내에 이행될 수 없는 계약은 서면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1년 내에 이행 여부와는 관계없다. 그러므로 1년 내에 이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댄스그룹 소녀시대는 계약일로부터 13개월 후 LA에서 공연한다’는 계약은 계약일로부터 1년 내에는 절대 이행 완료될 수 없으므로 서면으로 작성되어야 유효하다. 반대로 ‘계약일로부터 평생 고용한다’는 계약은 피
고용인이 1년 내에 사망하면 이행 완료되므로 서면성이 요구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알아야 할 것은 부동산 관련 계약은 서면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에이전트에게 매매를 위임한 경우 에이전트가 대신해서 서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위임한 본인과 에이전트 간에도 서면으로 대리인 계약이 되어 있어야 한다. 사고파는 경우나 임대하는 경우 모두 해당한다. 단, 앞에서 언급했듯이 1년 내에 완료되는 부동산 임대계약은 서면성이 요구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한인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은 500달러가 넘는 물건을 사고파는 계약은 서면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1,500달러짜리 가구를 팔기로 계약하는 경우에 있어서 계약이 성립하려면 ▲인보이스가 작성되어야 하고 ▲그 인보이스에는 가구에 대한 정보와 수량이 기재되어야 하며 ▲물건 값을 지불할 의무가 있는 B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많은 경우 단순히 인보이스만 발행하고 법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반드시 물건 값을 지불할 당사자(party to be charged)의 서명을 받아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종종 사기를 방지하고자 하는 원래 취지를 벗어나 법을 악용하여 서명이 없다는 이유로 물건 값을 주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상품 매매가 상인들 사이에서 발생할 경우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만일 계약이 상인들 사이에 구두로 이루어졌고 당사자들 중 일방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이 구두 합의사항을 확인하는 메모(merchant memo)를 다른 당사자에게 보내는 경우다. 이 경우 메모에 수량 등 계약사항이 기재되어 있고 이를 받은 다른 일방이 열흘 내에 답을 하지 않으면 다른 일방의 서명 없이도 그 계약은 유효해진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도매상인 A와 소매상인 B는 구두로 ‘A가 B에게 xyz 컴퓨터 100대를 3만달러에 팔기로 한다’고 계약하였다. 이에 상인 A는 이 계약을 확인해 두고 싶어서 위 구두 계약의 내용을 작성하여 ‘서면 확인’(written confirmation)을 상인 B에게 보냈다.

이를 받은 상인 B는 다시 생각하여 보니 너무 비싼 가격에 컴퓨터를 사기로 한 것 같아 답을 하지 않고 열흘을 넘겼다. 그러자 상인 A는 상인 B에게 컴퓨터를 보내고 물건 값을 요구하였다. 상인 B는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본인의 마음이 바뀌었다며 그 가격에 컴퓨터를 살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상인 A의 변호사는 상인 A가 서면 확인을 보냈으나 상인 B가 열흘 안에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은 그 계약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물건 값을 지불할 것을 주장하였고 판사는 상인 A의 주장대로 할 것을 판결하였다.

또한 빚보증 계약(surety contracts)은 서면성이 요구된다. 다른 사람이 진 빚에 대해 제3자가 개런티를 해주는 계약은 서면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한편 실제 소송사건의 경우에는 케이스에 따라 예외사항들이 존재함으로 능력 있고 경험 많은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213)480-0440

데이빗 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