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여름방학 때 유수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하고 준비한다. 어떤 음악제에 참가해 누구에게 레슨을 받았느냐 하는 것이 음악 경력에서 중요하게 기록되기 때문이다. 음악제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하게 열리는데 미국에서는 콜로라도의 아스펜 음악제가, 서부 지역에서는 오하이 페스티벌이 전통과 실력을 자랑하는 우수 페스티벌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이들의 수준에 버금가는, 아니 미국 최고의 음악제로 우뚝 서겠다며 빠른 속도로 발돋움하고 있는 뮤직 페스티벌이 있어서 음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샌타바바라의 웨스트몬트 칼리지에서 열리는 ‘몬테시토 서머 뮤직 페스티벌’(Montecito Summer Music Festival). 놀라운 것은 이 음악제를 창설한 디렉터가 한인 바이얼리니스트 윤찬호(Chan Ho Yun) 교수라는 것이다. 윤찬호 교수는 콜번 스쿨(Colburn School of Performing Arts)과 칼스테이트 롱비치 음대 교수이며, 무엇보다 크렌셔 지역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 ‘레인보우 뮤직 아카데미’를 창설해 주류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음악인이다.
윤찬호 교수 창설 ‘몬테시토 서머 뮤직 페스티벌’
‘바이얼린 전설’ 아론 로잰드·이다 핸들 등 초청
‘몬테시토 서머 뮤직 페스티벌’을 창설한 윤찬호 교수. 세계 최고의 수준을 가진 음악제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윤 교수가 2008년 창설, 올 여름 네 번째 시즌을 맞는 몬테시토 음악제가 다른 뮤직 페스티벌과 확연하게 다른 것은 매년 전설적인 클래식 음악 연주자를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 그의 업적을 기리는 트리뷰트(Tribute)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2008년 첫 해에는 모차르트 이후 최고의 천재로 불렸던 루지에로 리치(Ruggiero Ricci·92)와 아브람 슈턴(Abram Shtern), 2009년에는 현역 최고의 바이얼리니스트 이브리 기틀리스(Ivry Gitlis·88), 2010년에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야노스 스타커(Janos Starker·86)와 아직도 현역 커티스 음대 교수인 전설적인 바이얼리니스트 아론 로잰드(Aaron Rosand·83) 등이 초청됐다. 이들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나보고 싶어 하는, 함께 사진만 찍혀도 영광인 대가들이다.
올해 2011 음악제에는 20세기 최고의 여성 바이얼리니스트로 꼽히는 이다 핸들(Ida Haendel)과 아론 로잰드 교수, 피아니스트 잔 페리(John Perry) 교수(콜번 콘저바토리)가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된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우러러 보면서 자란 연주자들입니다. 그 분들을 음악제에 모시고 뵙게 되니 얼마나 감격스럽던지요. 어린 학생들이 평생 연주해 온 대가를 보면서 그들의 음악 인생에 경의를 표하는 일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입니다. 옛날부터 길을 닦아놓은 분들로부터 전통과 에너지와 영감을 받아서 다시 다음 세대에 그처럼 음악의 매스터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습니까. 요즘 학생들은 과거의 훌륭한 연주자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심지어 하이페츠를 모르는 학생도 있어서 놀랐어요”
여러 음악제에 교수진으로 참석해 온 윤찬호 교수는 오래된 음반을 자주 듣다가 어느 날 ‘은퇴한 대가들과 학생들이 만나 함께 연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돼 이 페스티벌을 시작했다고 한다. 팔순이 넘은 고령의 대가들을 초청하는 특별한 프로그램과 세계적 수준의 패컬티로 인해 몬테시토 페스티벌은 첫해부터 언론의 관심과 찬사도 많이 받고 음악계의 유수 잡지들이 스폰서로 나서는 등 이제 겨우 3년이 지났는데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7월18일부터 8월6일까지 3주간 음악제가 열리며, 지난해까지 현악(바이얼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과 피아노 프로그램만 있었으나 올해는 플룻과 클라리넷도 포함시켰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웨스트몬트 칼리지는 샌타바바라의 부촌인 몬테시토 중심에 있는 사립학교로, 경치가 너무 좋고 안전하며 24시간 연습방도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학생들이 음악공부를 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윤 교수는 자랑했다.
“서부 지역이 음악제를 하기에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날씨도 좋고 태평양과 가까우니 아시안 인재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죠. 한국 학생들 연주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재능도 많고 음악성이 뛰어나 놀랍습니다. 몬테시토 페스티벌에도 한국 학생들이 많이 참가해 세계적인 대가들을 만나보고 매스터 클래스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수강료는 3,500달러. 3주 동안 레슨과 숙식이 제공되니 그다지 비싼 가격은 아니다. 장학금도 있어서 대학생은 피아노, 바이얼린, 첼로, 비올라의 각 부문 2명에게 풀 스칼라십과 함께 교수들과의 연주 기회를 제공한다. 또 중고교생 6명에게 1,000달러씩 지급하는 주니어 펠로십,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있고, 부모가 교사이면 10% 디스카운트 해준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신청서(온라인 다운로드)와 오디션 레코딩, 신청비(85~120달러)를 3월15일(장학금 신청자는 3월1일)까지 보내야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 음악제에도 초청된 바이얼리니스트 아론 로잰드.
2011 음악제의 스페셜 게스트 피아니스트 잔 페리.
20세기 최고의 여성 바이얼리니스트로 꼽히는 이다 핸들.
www.montecitomusicfestival.com, (213)300-9585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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